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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 재보선 후폭풍 속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위기 돌파구로 당·청 관계 재정립 문제를 들고 나왔다.
열린당 김근태 의장은 28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흐트러진 당·정·청의 전열을 다시 세우겠다”면서 “우선 당·정·청이 진정성을 갖고 국민과 소통하고 있는지 재점검하겠다”고 했다. 김 의장은 “오직 국민의 명령을 좇아 비가 새는 곳은 막고 뜯어 고칠 것은 뜯어 고치겠다. 당이 앞장서서 국정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면서 비장감마저 내보였다.
이는 표현상 ‘당청 관계 재점검’일 뿐 다분히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모습으로 비쳤다. 선거참패 책임의 상당부분이 노 대통령에게 있다는 당내 기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당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에 대한 당내 반발 수위를 설명하면서 “조만간 둑이 터질 것 같다”고 묘사했다.
이에 앞서 문학진 의원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을 경우 탈당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5․31 지방선거 직후처럼 ‘선거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같은 발언이 되풀이된다면 함께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27일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도 “재보선 결과는 관뚜껑에 못질한 것이다. 정계개편 논의가 앞당겨지지 않겠는가”라면서 “정계개편을 위해 필요하다면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민주당 조순형 후보가 당선된 것은 노 대통령의 위상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 반영된 결과”라며 노 대통령 탈당문제가 앞으로 자연스럽게 공론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었다.
노 대통령을 겨냥한 이같은 당내 기류는 당장 논문 표절 등 논란에 휩싸인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거취 문제와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문제로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따라서 이는 당 지도부가 위기수습 해법으로 내건 당·청 관계 재정립 여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대통령 고유의 권한인 인사권까지도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당․청 관계 재정립의 범위에 속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당내 대다수의 기류라는 것인데, 김 부총리의 거취 문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법무부 장관 인선 문제에 있어서는 당의 목소리를 확실히 내겠다는 의지다. 우상호 대변인도 “대통령의 인사권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민심을 전달하는 통로로서의 당의 기능은 기능대로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 문제를 의식한 것이다.
실제로 당 지도부는 법무부 장관 인선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도 청와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일부 의원들은 청와대에 ‘문재인 임명 불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와 함께 조정식 의원 등 열린당 중도파 성향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처음처럼’ 등 초선의원 28명도 이날 오전 모임을 기진 뒤 성명서를 발표, “국민의 눈으로, 국민 속에 두 발을 딛고 선 국정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청와대와 정부는 국정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의 국정쇄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관련해서는 “원론적 수준으로,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는 국정쇄신으로 이해해 달라. 민심의 대원칙에서 함께 하자는 의사표명”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도부를 향해서도 “당은 방관자가 아니라 민심수렴의 주체이며, 청와대와 민심의 관계에 있어 매개자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당은 당 쇄신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며 비대위는 쇄신의 내용과 일정을 조속히 제시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당·청 관계 재정립 의지를 밝힌 지도부를 간접 지원하면서 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은 또 조기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 탈당론,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론과 같은 즉흥적인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역사의 진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교육부총리의 거취와 법무부 장관 인선 등 인사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날 모임에서는 인사문제이기에 특정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런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의원들의 개별 의견 발표는 모양이 좋지 않지만 청와대는 당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현재 열린당 내에서는 김 부총리의 거취와 법무부 장관 인사를 별개 사안으로 바라보고 있는 분위기가 대체적인 기류다. 김 부총리의 경우 이미 임명이 단행된 인사인 만큼 논문 관련 모든 의혹이 해결될 때까지, 그리고 국민들의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사퇴 요구 여부를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은 아직 인사가 단행되기 전이므로 당내 의견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고 있다. 호남 출신 한 의원은 “인사가 이뤄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면서 문 전 수석 입각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김 부총리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고수'입장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