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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 재보선에서 또다시 전패했지만 열린우리당에서 참혹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간의 참혹한 패배에 단련된 상황이기도 하지만 애당초 어느 정도 예고된 패배였던 만큼 담담한 모습이다. ‘최선을 다했다’는 표정도 엿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주역인 조순형 후보의 서울 성북을 당선이 자칫 탄핵 정당성으로 이어져 향후 정치권 역학관계에 있어 정계개편 등 여권 전체를 압박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지 여부에는 적잖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김근태 당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원혜영 사무총장,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 등 열린당 지도부는 이날 투표가 종료된 오후 8시 직후부터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 모여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선거상황을 지켜봤다. 대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어느 정도 예측된 결과였던 만큼 대체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으며 간간히 귀속말 정도를 나눌 뿐이었다. 간혹 방송을 통해 경기 부천소사의 선거상황이 나올 때에는 시선을 고정시키며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 조순형 후보의 당선이 적잖이 신경쓰이는 눈치다. 조 후보의 당선으로 그간의 선거를 싹쓸이 했던 한나라당의 ‘불패신화’가 깨지기는 했지만 탄핵의 주역인 조 후보의 당선이 가져올 향후 정치권 역학관계의 난맥상과 이번에도 전패라는 수모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은근히 불안한 모습도 간간히 엿보이기도 했다.
당장 조 후보의 당선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심판으로, 소위 탄핵 정당성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는 모습을 내보이면서도,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할 말이 있다’는 분위기다. 국회의원 4석을 뽑는 소규모의 지역선거라는 점과 저조한 투표율이 말해주듯 이번 재보선의 결과를 가지고 탄핵 정당성 내지는 노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으로 까지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당의 한 핵심 의원 측근은 “전패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 아니냐”면서 “낮은 투표율과 서울 성북을 이라는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를 가지고 탄핵 정당성으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일단 저조한 투표율 등이 말해주듯 이번 재보선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의 주역인 조 후보의 당선 자체가 탄핵 정당성 여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애초부터 ‘선거전’의 화두로 제시했던 만큼, 향후 정치상황 여하에 따라서는 이번 조 후보의 당선이 여권 전체를 압박하는 파괴력도 지닐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켠에선 위기감을 열어 논 모습이다. 낮은 당 지지율과 현재의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반노(反盧)세력’의 확산을 가져와 여권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당 안팎에서는 나온다. 이럴 경우 당내 정계개편 논의가 걷잡을 수 없이 막무가내로 터져나올 공산도 배제할 수는 없으며 물론 향후 정계개편 주도권에 있어서도, 민주당에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역력하다.
이와 함께 전패라는 결과가 보여주듯 이번에도 열린당에 대한 민심 이반의 상황이 분명히 재확인한 만큼 ‘이대로는 안 된다’는 당내 위기의식이 확신으로 변한 모습도 불안한 심리를 한층 가열 시키고 있다. 김 의장 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론은 아니더라도 김 의장의 리더십과 함께 재창당 수준의 당 리모델링 작업에서부터 ‘당 간판 바꿔 달기’, 민주당과의 통합론 등 당내 움직임이 활발히 일 것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들이다. 당내 각 계파간 복잡․미묘한 정계개편 모색을 위한 수순들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 의장 체제의 지도부 역시 허울뿐인 지도부로서의 위상 수준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열린당은 사상 초유의 참패를 기록한 5․31 지방선거 이후, 당 위기 수습을 위한 온각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전패라는 결과가 나타났지만 겉으로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래저래 내년 대선 정국을 앞두고 향후 정치권의 역학관계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주당 조순형 후보의 당선에 적잖은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