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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이 18일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당무에 복귀했다. 지난 11일 전당대회 이후 7일만에 공식회의 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
당무복귀 하루 전날인 17일 자신의 지역 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정 인맥이 당 지도부부터 시·도당까지 조직을 차지하고 있고, 그런 인맥을 그대로 두고 차기대선의 공정경선을 치르기 어렵다"며 인사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는 정치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다. 북한 미사일 문제와 사상 최대의 물난리 등으로 인해 나라 안팎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당무복귀 첫 날부터 정치적인 발언을 꺼낼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이 최고위원은 회의직전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강 대표나 이 최고위원을 비롯한 지도부 모두 수해피해만을 언급했을 뿐 정치적인 문제는 꺼내지 않았다. 담소를 나누는 지도부 모두 정치적 사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려는 모습이었다. 회의 시작 전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이 악수하는 모습을 담으려는 사진기자들의 계속되는 포즈 요구에도 두 사람은 자연스레 웃으며 포즈를 취하는 등 전당대회로 쌓인 앙금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다.강재섭 "나 개인이 (색깔론에 대한)책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재오 인사교체 주장하자 급히 당직인선 마무리 하며 맞대응그러나 회의가 시작되자 두 사람은 미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강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경쟁을 서로 치열하게 하다보니 뿌리론도 나오고 색깔론도 나오고 대리전 얘기도 나오고 이런 후유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 개인이 그런 부분에 대해 책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을 떠나 당 대표로서 앞으로 이런 문제를 잘 정리해서 당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데 총력을 모아야 겠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 측의 '색깔론' 사과요구에 대해 여전히 거부의사를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지금 심정은 어떤 일이 있어도 특정후보에 치우치지 않겠다. 물론 생각이 비슷한 분들이 있을 수 있고 호불호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정권창출을 위해 공정하게 심판을 본다는 자세로 지도부가 임해야 하고 나도 그렇게 하겠다"고 강조했다.강 대표는 이날 당직인선도 급히 마무리했다. 이 최고위원이 전날 인사문제를 언급한 만큼 미봉책 성격이 짙은 것으로 풀이된다. 강 대표는 대표가 지명하는 두 명의 최고위원 자리에 대표 경선에 출마했다가 탈락한 권영세 의원을 임명하는 등 '친박(親朴)' '영남당 색채'를 중화시키는 데 치중했다. 이 최고위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안경률 의원을 제1사무부총장에 임명하는 등 이 최고위원도 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원활히 호흡을 맞추기까지는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강 대표가 화합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잠복해 있는 갈등이 크고 이 최고위원 측에선 여전히 강 대표와 박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최고위원이 이날 회의를 통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측근들은 강 대표의 분명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오 "당과 민심이 따로놀면 국민 기대 받을 수 없다"
강 대표 보다 적극적으로 당무 참여하고 의견도 적극적으로 개진이 최고위원도 당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 최고위원은 강 대표가 전당대회 관련 발언을 마치자 "나라가 어려울 때 당이 민심을 따라가는 일을 해야 국민들이 당을 사랑한다. 당과 민심이 따로놀면 국민의 기대를 받을 수 없다"며 전당대회 결과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어려울 때 수해복구에 전념해야 하는데 외유 중인 국회의원은 전원 들어와야 하고 복구가 정리될 때까지는 외유는 안했으면 한다" "중앙당에 전화받는 사람을 빼놓고는 모든 당직자와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보좌진을 제외하고 전원이 동원돼 수해복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소속 의원들에게도 "수해가 나지 않은 지역 출신 의원들도 다른 지역에 며칠씩 내려가서 국민들과 함께 복구에 땀을 흘려야 한다. 어려울 때 민심을 따라가야 한다. 내가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당이 정말 잘해야 국민들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고 특히 지도부가 더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재희 정책위의장이 수해피해에 대한 당 차원의 지원방안에 대해 언급하자 이 최고위원은 "전체 수해대책 총괄을 막연하게 하지말고 호남반, 영남반, 강원반 충청반 나눠 최고위원급들로 반장을 임명해 깊이 있게 도와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이 최고위원은 당무복귀 첫 날부터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런 적극적인 이 최고위원의 행동은 당 화합차원이라기 보다 강 대표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 성격이 짙어 보였다. 특히 당 대표가 지시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이 최고위원은 먼저 얘기를 거내며 회의를 주도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당 지도부의 불협화음은 이어진 당직임명장 수여식에서도 감지됐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권영세 의원은 강 대표가 "권 최고위원은 내가 지명한 게 아니라 대의원들이 지명한 거예요"라고 말하자 "거기선 지명이 안됐죠"라고 받아치는 등 신경전을 연출했다.
이에 앞서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은 각각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색깔론' 책임론에 대한 공방을 벌였다. 강 대표는 SBS라디오 '최광기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내가 색깔론을 제기한 것 하나도 없다"며 이 최고위원 측의 사과요구를 거부한 뒤 "내가 책임지고 사과해야 할 일도 하나도 없다. 당 대표로서 그런 것 교훈으로 삼고 가야 한다. 유감이라고는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그런(지도부의 친박근혜 체제)평가를 들으면 모욕감을 느낀다"며 "나름대로 5선의 품성, 경력 등을 (대표경선에서)평가받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 이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 출연해 "색깔론을 가장 강하게 제기한 것이 강 대표다. 그건 다 나와 있는 것이니까"라며 강 대표의 책임을 주장한 뒤 "민심은 대선승리를 위해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생각하는데, 당에는 색깔론, 대리전이 먹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