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1 전당대회를 겨냥해 중도·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시적으로 만들어진 한나라당의 '미래모임'이 전당대회의 참패로 '일회용 모임'이란 비아냥 속에 모임을 정리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모임결성 초반부터 '결속력 부재'란 꼬리표를 달고다닌 미래모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속히 외연을 확대했다. 모임의 단일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참여한 총 인원은 국회의원 57명과 원외 당원협의회장 57명 총 114명이었다. 지난 3일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매우 고무돼 있었다. 

    지도부 입성은 물론 최소 3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고 일부에선 모임 규모만 놓고 보면 2강구도를 형성하고있는 강재섭-이재오 후보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그러나 7월 11일 뚜껑을 열어본 결과 114명이 단일후보로 내세운 권영세 의원의 '파괴력'은 대의원 투표 5등 일반여론조사 7등으로 종합 6등의 성적표를 받으며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참담한 성적표를 받은 권 의원은 고개를 떨궜고 남경필 원희룡 박형준 등 당내 소장그룹 의원들은 일제히 전당대회 결과를 비판했다. 원 의원은 이 같은 결과를 특정주자를 뽑기 위해 모임에 들어온 "작전세력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남 의원은 "실패작이다. 장기적으로 한나라당의 어떤 대선후보에게도 결코 도움되지 않는다"며 박근혜-이명박 두 대선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박 의원도 "박 전 대표 개인에게도 좋지 않다.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표면적으론 소장그룹의 당 지도부 비판 목소리가 커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박근혜-이명박 두 대선후보를 비롯한 당 중진그룹에 대한 비판 목소리 보다 오히려 미래모임 내부에 대한 불만이 더 큰 상황이다. 미래모임은 12일 오전 긴급회동을 갖고 모임을 재정비해나가자는 방향을 잡았지만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 뿐 아니라 모임 밖에서도 모임의 지속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모임에 참여한 한 초선 의원은 "신의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모임을 지속하는 데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개인적으론 모임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병국 의원은 한 언론매체를 통해 "이런 상황에서 미래모임의 틀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원희룡 의원도 모임의 유지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고 남 의원도 "투표만 하고 '나 몰라라'했던 것은 정치적 도의에 있어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들이 말하는 '작전세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모임에 참여한 영남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쓸데없이 외연만 넓히다 내부결속마저 떨어뜨렸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한 당직자에 따르면 미래모임에 참여한 모 초선 의원은 자신의 지역 대의원들에게 권영세 후보가 아닌 이재오 후보에 표를 던질 것을 강요한 뒤 12일 오전엔 다시 미래모임 긴급 회동에 참석했다고 한다. 이 당직자는 "이게 미래모임의 실체"라며 "이들은 모임을 계속 지속할 명분도 동력도 모두 잃어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