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1전당대회에 이어 13일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로 한나라당이 새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했다.

    친(親)박근혜 성향의 인사로 채워졌다는 지적을 받으며 출발부터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는 강재섭 호는 이날 원내대표-정책위의장선거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중점을 뒀다.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형오 의원을 반(反)박근혜 인사로 분류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 당내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 원내대표 당선자 역시 박근혜 체제에서 임명직인 사무총장을 역임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 결과는 상대적으로 친박근혜 성향이 강한 김무성 의원에 대한 견제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김무성 의원의 경우 전여옥 최고위원, 유승민 의원과 함께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김형오 원내대표 당선자는 이날 모두 발언과 후보자간 상호토론, 마무리 발언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김무성 의원에 비해 특정후보와의 친분관계가 덜 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김 원내대표 당선자는 "이제 잔치는 끝났고 전당대회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지만 오늘도 이 자리에 빈 좌석이 보여 가슴이 아프다"며 전대 후유증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번 7·11 전당대회를 "정체성 시비, 대리전 논란 등으로 정권교체란 거대담론은 사라지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저평가한 뒤 "국민의 시대적 요구를 원내대표 선거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권교체의 긴 항해에 이제 닻을 올렸는데 마치 목적지에 도착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당을 질책한 뒤 "무엇보다 대선후보 경선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원내만큼은 대리전 양상이 있어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김형오 원내대표 당선자와 러닝메이트를 이룬 전재희 정책위의장 당선자의 경우 반박근혜 이미지가 강하다. 전 당선자는 이재오 최고위원과 함께 반박이미지가 강한 의원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에 몸담고 있고 행정도시특별법 처리에 강하게 반발하며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원총회 등을 통해서도 전 당선자는 박근혜 체제에 대한 문제점을 가감없이 분출해왔다. 이런 이유로 소속 의원들은 김형오-전재희 카드를 통해 지도부의 균형을 맞추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당선자는 이날 누구보다 7·11전당대회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을 했다. 전 당선자는 "전당대회는 다음 대선에서 우리가 어떤 비전을 내세우고 국가발전전략을 내세울지 논의하는 자리였어야 했고 화합과 단결을 이룰 수 있는 자리였어야 했다"고 강조한 뒤 "그러나 화합과 단결, 국가발전전략은 고사하고 갈등과 분열만 남겼다. 축포를 터뜨렸지만 국민 시선은 싸늘하고 신문과 방송은 줄서기, 색깔론, 과거회귀의 틀에서 한나라당을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공정한 경선은 빨간 신호등이 켜졌고 나오지 말아야 할 말들이 너무 많이 나왔다. 사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자신의 힘을 확실히 과시한 박근혜 전 대표도 내내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전 당선자의 이런 비판엔 잠시 표정이 어두웠다.

    전 당선자는 이어 박근혜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를 비롯, 친박성향 인사들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편향성이 없다는 말은 자신의 입에서 나올 때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올 때 신뢰가 주어진다"고 강조한 뒤 "당 대표 경선에서 후보의 실체보다 대선후보의 그림자가 더 크게 보였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강재섭-김형오 투톱체제로 대선항해를 시작하게 됐다. 이날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로 새 지도부의 강한 박근혜 색채를 일정부분 뺐지만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 톱 모두가 영남출신이란 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수도권 출신인 전재희 정책위의장 당선자가 지도부에 입성했지만 여전히 표면적인 당의 모습은 개혁적이기 보다 보수적 색채가 더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은 견해다. 따라서 새 지도부는 앞으로 남은 당직인선의 초점을 이 점에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강 대표도 연일 "너무 넘치는 부분이 있으면 깎고 모자라는 부분은 보태서 균형감각이 맞는 한나라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남긴 상처가 너무 크고 깊어 '정권교체'라는 대명제 갖고 123명의 소속 의원들을 한 곳에 담아 새출발 하는 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첫 회의부터 불참한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 의원총회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