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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활체육협의회(이하 국체협) 회장으로 선임된 한나라당 이강두 의원에 대해 문화관광부가 "정치적 중립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하고, 열린우리당이 이에 적극 동조하며 이 의원의 회장 선임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지만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열린당 현역 의원인 안민석 의원도 국체협 회장 자리를 노리고 회장직 공모에 응해 회장추천위 표결까지 갔던 사실이 뉴데일리 취재결과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광부의 이 의원 승인거부를 옹호하던 열린당 김재홍 의원은 안 의원이 국체협 회장에 나서려했으나 중도포기했다고 사실왜곡까지 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정치권 안팎에서는 열린당과 문광부의 태도가 지나친 아전인수가 아니나며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열린당 소속 의원도 국체협 회장직에 공모해 사실상 낙선했는데도 이제와서 "정치적 중립" 운운하며 문광부가 회장 취임 승인을 거부하고 이를 열린당이 적극 지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당 중진에게 1800만 생활체육인 단체인 국체협을 맡길 수 없다는 속사정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김재홍 이광재 정청래 의원 등 열린당 소속 국회 문화관광위원들은 10일 성명서를 내고 문화부가 한나라당 이강두 의원의 국체협 회장 승인을 거부한 데 대해 “정부의 합법적인 업무집행”이라면서 “국체협은 특정 정당 인사가 회장을 맡아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면서 당리당략으로 좌지우지할 단체가 아니다”며 이에 반발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이들은 또 한나라당 소속 문광위원들이 문광부를 방문해 회장 승인취소 번복을 요구한 데 대해 “고압적인 언행으로 압력을 가하면서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힘을 이용한 직권남용”이라면서 “(이는) 결국 국체협을 자기 당 지원조직으로 삼으려는 의도라도 단정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이들은 특히 국체협은 회장추천위원회 운영규정에 ‘정치적 중립인사’가 요건으로 명기돼 있다면서 “특정 정당 소속의 현역 국회의원은 처음부터 회장 추천 대상이 될 수 없었으며 문광부가 국회 상임위에 이 점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회장 승인거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데일리 취재 결과 열린당 안 의원도 당초 국체협 회장 공모에 신청했으며, 국체협 내부의 회장추천위원회 심의(표결)까지 올라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열린당 문광위 소속 의원들의 지적대로라면 한나라당 의원 외에 열린당 의원도 애초부터 국체협 회장 자격 요건이 안됐다는 설명인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정치권의 지적이다. 뉴데일리가 입수한 안 의원의 국체협 회장 공모 접수증에는 안 의원은 지난달 보좌관을 시켜 국체협 회장 공모 신청서를 접수시켰다. ‘국체협 회장 공모명’란에 안 의원의 이름이 또렷하게 굵은 사인펜으로 명시돼 있는 접수증 하단에는 보좌관의 이름과 연락처가 기재돼 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김재홍 열린당 소속 국회 문광위 간사는 기자와 만나 “안 의원이 한때 자신이 직접 국체협을 맡아보려는 생각을 가졌지만, 바로 회장추천규정(‘정치적 중립인사’ 요건) 때문에 문광부에서 반대해 (국체협 회장 신청을) 중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도 “정치적 중립을 위해 당 문광위 소속 의원들이 만류했다. 그래서 중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중도 포기했다’는 김 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국체협 관계자도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은 분명히 국체협 회장 공모에 신청했다”면서 “외부인사가 참여하고 문광부가 추천한 인사 등으로 구성된 회장추천위원회에서 표결까지 갔지만 투표 결과 한 표도 얻지 못해 최종 대의원 투표에는 올라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도 포기한 것이 아니라, 회장추천위원회 투표에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안 의원 본인이나 안 의원측으로부터 중도포기 의사를 전달받은 적이 전혀 없다. 회장추천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의원 투표까지 올라가서 (안 의원이) 다수의 득표를 했다면 그가 당선되는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지, 별 문제될게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안 의원의 중도포기 의사도 없었음을 재차 확인해 준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당초 회장 신청자 현황을 보고 국체협 내부 대다수가 ‘안민석 의원과 이강두 의원의 대결이 되겠다’고 점쳤었다”고도 말했다.
국체협 회장 선출은 공모제 방식으로, 신청접수를 받은 후 외부인사와 문광부가 추천한 인사로 구성된 9인의 회장추천위원회 표결을 거쳐 2~3인을 1차로 선정한 뒤, 대의원들의 최종 투표로 회장을 결정한다. 이번에는 최종후보에 배종신 전 문광부 차관과 이강두 한나라당 의원이 올랐으나, 배 전 차관이 중도 사퇴함에 따라 찬반투표로 진행된 대의원 투표에서 이 의원이 150명의 재적 인원 중 찬성 123표를 얻어 회장에 선출됐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열린당의 아전인수식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자당 소속 안 의원이 회장에 당선됐더라도 정치적 중립성 운운하며 딴지를 걸었겠느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열린당의 뻔뻔하고 가증스러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열린당 의원이 출마하려 했다가 떨어졌고, 여권 인사들이 각종 체육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야당 인사 단체장을 반대하는 것은 낯간지럽고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 부대변인은 “야당 체육단체장에 대해 시비를 걸려거든 KBO총재나 대한체육회장 등을 차지하고 있는 여권 인사들부터 물러나도록 조치를 취해라”면서 “국체협 회장 승인을 거부한 문광부 장관에 대한 퇴진 요구도 검토하겠다”고 발끈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문광부가 국체협에 "이강두 의원은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기관의 회장직에 부적합하다"며 회장을 재선출하라고 통보한 직후인 이날 오전 고경화 제6정조위원장 명의의 정책성명을 내고 "명백한 야당 탄압이며, 국체협을 관변단체화하려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책위는 "행정심판청구와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도 추진할 것"이라며 문광부의 승인거부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 “문광부가 뒤에서 민 배종신 전 차관이 탈락한 데 대한 보복조치"라면서 문광부가 다른 후보를 당선시키기위한 시도를 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국체협은 생활체육 진흥을 통한 국민건강과 체력증진, 국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선진 체육문화 창달이라는 목표로, 전국 16개 시·도 생활체육협의회와 46개 종목별 연합회를 거느린 초대형 조직이다.
한편, 타 체육단체에는 여권 정치인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김정길 회장은 선거 당시 열린당 상임고문이었으며 대한배구협회장은 장영달 의원이, 대한농구협회장은 이종걸 의원이, 대한배구연맹은 김혁규 의원이 각각 회장을 맡고 있다. 올해 발족한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장향숙 의원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도 신상우 열린당 현 고문이 총재직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