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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 노무현 정부에 대한 한나라당의 책임 추궁이 매섭다. 한나라당은 6일 현 상황을 총체적 국가 위기 상황을 규정하며 윤광웅 국방부장관, 이종석 통일부 장관,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해임과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하는 것과 동시에 노 대통령에게 여야 대표 및 국가 원로, 각 분야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비상시국회의 개최를 제안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간사 등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를 갖고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강하게 질타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영선 대표는 “지금과 같이 북한이 도발하거나 국제사회 요구를 묵살하면 북한의 고립은 물론 남한도 국제사회의 신뢰에 타격을 받는다”며 “마사일 발사는 핵무기 개발과 연결되는 필연적인 관계인만큼 치명적 위협이 된다. 이번 사태를 경제 제재 문제로 호도하는 것은 대한민국 위협 자체에 눈을 감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가 일어나는데도 직접적인 정보 체계를 통한 정보가 모두 단절돼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국가안보 관련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책임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어 “중대 사태인 만큼 비상시국회의 개최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책위의장 대행인 윤건영 수석정조위원장은 “미국과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까지 사정권으로 하는 3가지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북한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북한이 미사일까지 쏘아가면서 국제 사회 고립을 자초하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자신들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같은 극단적인 수단까지 동원하고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 정부의 눈감아주기 편들어주기 전략 때문에 가능했다”며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 쌀과 비료 제공 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 해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인 박진 의원은 “미사일 발사는 국제 사회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핵실험 버금가는 충격”이라며 “사태가 악화된 것은 북한에 대한 저자세 편향적이고 일방적인 대북 시혜 정책으로 일관해 온 노무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 국제사회와는 동떨어진 안이한 상황인식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 이후에도 미국·일본과는 달리 늑장 대응했다. 한미일 공조는 도외시하고 중국만 믿었다가 뒤통수 맞았다”며 “북한의 의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 추가적 대북지원을 유보한다면 어느 범위까지인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국가최고통치권자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지도자로서 엄청난 국제 위기 상황에 대해 한마디 없다면 국민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북한 미사일 발사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위해 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회의가 진행될수록 높아지는 참석자들의 발언 수위는 송영선 제2정책조정위원장에 가서 절정에 이르렀다. 송 의원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가장 큰 이유는 목줄을 조르고 있는 금융제재를 해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한국 정부는 미국·일본과 다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그는 “NSC회의를 한 번도 주재하지 않은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 “통일·외교·안보수석실도 필요 없다” “하는 일이 없는 국가비상대책위원회 없애야 한다” “국방부 장관도 물러나야 한다”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김 대표는 “합의되지 않은 개인 견해이고 개인 소신”이라고 자제시키며 회의를 곧장 비공개로 돌렸다.
당내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이 당의 정강·정책까지 고치며 수구적인 대북관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비공개회의에서 “노무현 정부가 현 북한미사일 발사사태와 관련해서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지지세를 결집하는 계기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며 일부 강경 발언에 대해 “인도적 대북지원과 관련해서는 당에서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정현 부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표도 “지금과 같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상황에서는 야당일지라도 말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는 있으나 공식석상에서의 발표는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