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열린우리당 내 ‘친노(親盧) 직계’ 그룹이 5·31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후폭풍 속에 ‘몰락이냐 회생이냐’의 기로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영원히 누릴 것만 같았던 이들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당장 지방선거 참패의 주원인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론이 확산되는 동시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당내에서는 지방선거 참패의 주요 당사자로 이들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이들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 일색이다. 실제 열린당 창당 초기 ‘노심(盧心)’을 등에 업고 당내에서 ‘군기반장’을 하던 이들에 대해 ‘좌파’라는 등의 격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모임의 운명에서부터 향후 진로에 대한 총체적 재검토 작업이 불가피한 모습이지만 이들의 몰락은 곧 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위기를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이들 친노 직계의 향후 대응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는 형국이다.  ‘생존을 위한 변신이냐, 노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 하느냐’하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이들이 ‘몰락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반응이다. 이들 친노 그룹은 당내 기싸움에서 그간 독자적 세력형성보다는 당내 역학구도상 정동영계, 김근태계와 연대를 꾀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이들의 계파에 흡수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여권 내부의 친노 그룹으로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주도의 과거 개혁당그룹이 주축이 된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련)와 영화배우 명계남씨가 초대 의장이며, 노 대통령 후원회장 출신의 이기명씨가 고문으로 있는 국민참여연대1219(국참련), 그리고 이광재 이화영 의원 등 친노 직계 의원들의 모임인 의정연구센터(의정연)가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일단 참정련의 경우 당 안팎에서는 지방선거 참패 원인의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당내 일부 개혁진영과 함께 ‘좌파’라는 격한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 직전 정계개편 발언을 한 정동영 당시 의장에게 김두관 최고위원이 “당을 떠나라”며 들이받은 사건으로 참정련에 대한 당내 시각이 곱지 않다. 당시 참정련 내부에서도 김 최고위원 발언의 시기적절성 여부를 놓고 불편한 심기가 표출됐었다.

    이에 따라 참정련은 회원간담회 등을 시작으로 모임의 해체 여부를 포함한 그간의 노선 수정 여부와 진로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마저 감돌고 있는 모습이다. 회원간담회 결과에 따라서는 지도부 개편 문제 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선거기간에 정 의장을 비난한 김 최고위원과 결별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국참련도 선거 참패 원인 진단과 함께 향후 모임의 진로와 활동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11일 서울 정동극장 인근의 모처에서 '진성'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심화섭 현 의장 등을 비롯해 명계남·이기명씨 등도 참석한다. 국참련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는 향후 모임의 진로와 활동방향 등을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일부에서 언급하는 조직해체 등의 내용은 아니고 모임의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참련은 지난해 1월 출범, 당내에서 ‘친 정동영’ 성향의 친노 그룹으로 분류돼 왔다. 정청래 의원과 이상호 당 청년위원장이 국참련 소속이다.

    아울러 5·31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에서는 한발 비켜서 있지만 노 대통령의 책임론이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친노 직계 의원들로 구성된 의정연도 최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의정연은 당내 노선투쟁에선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는 김혁규 의원을 내세워 당내 정동영계와 연대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