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민주주의 수호자요, 한나라당 발전에 지평을 연 박근혜 대표에게 감사드린다”
    “대승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와준 박근혜 대표에게 감사 말씀 드린다”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대표가 흘린 피로 우리가 됐다. 그 피가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
     

    지방선거 압승에도 불구하고 몸을 낮추고 있는 한나라당이 2일 5·31지방선거 당선자들에게도 겸손을 당부하기 위해 마련한 ‘5·31지방선거 당선자약속실천다짐대회’에서 쏟아진 말들이다.

    지방선거 당선을 축하하고 공약 실천을 다짐하기 위해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 참석한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박 대표에 대한 감사의 말로 당선 소감을 시작했다. 마치 당선자들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 아닌 박 대표의 공을 치하하기 위한 자리인 듯했다. 이날 행사는 이번 지방선거가 박 대표의 당내 위상을 얼마나 높여 놓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 됐다.

    12개 시·도 지역 한나라당 소속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은 이날 축하 꽃다발을 받은 뒤 인사말을 통해 당선 소감을 한마디씩 했다. 당선자들은 일제히 박 대표에 대한 감사 인사로 운을 뗀 뒤 한나라당의 정권교체의 초석이 되겠다는 말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김문수, 박근혜에 꽃다발 바치며 “흘린 피가 헛되지 않게 하겠다”

    특히 당내 대표적인 '반박(反朴) 인사'로 분류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변심(?)’이 눈에 띄었다. 김 당선자는 피습사건으로 상처까지 입으면서도 지원유세를 감행했던 박 대표를 높이 평가하며 자신이 받은 당선 축하 꽃다발을 박 대표에게 건넸다.

    그는 “이번에 이렇게 승리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대선 때 흘린 두 번의 눈물과 이번 지방선거 때 박 대표가 흘린 피 때문”이라며 “국민들은 고통과 한숨의 절망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한나라당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흘린 박 대표의 피가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흘렸던 많은 눈물과 땀이 있을 때 대한민국이 제대로 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표가 흘린 피에 대해 작은 승리의 꽃다발을 바치겠다”며 꽃다발을 단상 아래 앉아 있던 박 대표에게 전달했다. 김 당선자의 인사말이 끝나자 행사에 참석한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제일 잘했다”는 소리가 나왔으며 호응 또한 가장 좋았다.

    박 대표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박성효 대전시장 당선자는 “빼앗긴 대전시장 자리를 다시 찾아 올 수 있었던 것은 박 대표 덕분이다. 거듭 감사드린다”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했다. 다윗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박 대표의 대전과 충청도에 대한 깊은 사랑 때문”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자신의 당선을 ‘기적’으로 표현하며 “기적(대전시장 당선)을 경험하게 해 새로운 기적(정권교체)을 만들어 내는 에너지를 창출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충북지사 당선자는 “대승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와준 박 대표를 비롯해 의원들에게 감사 말씀 드린다”며 “(박 대표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쾌차한 모습으로 뵙게 돼 다행”이라고 인사했다. 그는 “항상 충북에서 일등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 충북에서 한나라당이 일등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한나라당이 충청권을 걱정해 왔는데 앞으로 걱정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관용 경북지사 당선자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자요 한나라당 발전의 지평을 연 박 대표에게 감사하다”며 “국민들은 시커먼 먹구름 위에 빛나는 태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로 한나라당이다”고 정권교체 의지를 나타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이번 선거 결과로 표출된 민심을 접하면서 깊은 책임감과 함께 무한한 두려움을 느꼈다”며 “서울의 경쟁력이 대한민국 경쟁력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안상수 인천시장 당선자는 “선거운동 하는 동안 살려달라는 절규를 많이 들었다. 이런 절규가 내년 12월에는 그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으며 허남식 부산시장은 “겸손한 마음으로 당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 국민들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당선자 모두 자기 지역에서 주민들로부터 사랑과 박수를 받는 것이 당에 대한 보답이다”고 했다.

    그러나 이완구 충남지사의 경우 “역대 지방선거 이래 충남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 것은 처음이다. 정치 지도에서 충남을 한나라당 색깔로 드디어 바꾸고 왔다”고 말해 의원들 사이에서는 “자기가 바꿨다고 하면 되느냐” “원래 잘난 사람 아니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박근혜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정권교체의 한나라당 선발대가 돼라”

    쏟아지는 감사인사로 행사장의 ‘주인공’처럼 단상에 오른 박 대표는 환호성과 박수가 이어지며 들뜬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보내준 기대와 지지는 놀라움을 넘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우리는 그 의미를 깨닫고 잘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그런 책임을 깨닫지 못하고 국민들을 실망시킨다면 앞으로 지금보다 더 무서운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선거 전에는 모든 것을 다 해줄 것처럼 약속하다가 당선된 후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은 한나라당에는 결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이야말로 한나라당의 경쟁력이고 내년 정권교체의 한나라당 선발대”라며 “여러분의 업적과 성과에 따라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평가할 것이고 한나라당이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느냐 없느냐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면서 “취임전 한 달이 정말 중요하다. 이 기간 동안 업무수행 준비에 만전을 기해서 국민들로부터 준비된 당선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장애인 기습시위

    한나라당이 5·31지방선거 당선자들을 축하하기 위해 개최한 ‘당선자 약속실천 다짐대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2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행사장에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와 ‘기습시위’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범일 대구시장 당선자가 당선소감을 말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순간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 3명이 ‘장애인 비하발언 사과하고 활동보조인 제도화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장애인 기만하는 김범일은 사과하라”고 항의했다. 이들은 선거운동 기간 김 당선자측 선거운동원이 장애인 비하발언을 했다며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참석자들과 경호원, 당직자들은 순식간에 단상 앞으로 나가 플래카드를 펼치는 이들을 보고 김 당선자를 축하하기 위한 것인 줄 착각, “김범일 사과하라”는 구호를 두 세번 외칠 때까지 지켜보기만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들은 경호원들과 당직자들에 의해 행사장 밖으로 끌려 나가면서도 김 당선자의 사과와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으며 밖에서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 3명이 시위를 계속해 행사 진행 내내 소란스러웠다. ‘기습시위’에 당황한 김 당선자는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한 뒤 준비한 당선 소감을 말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