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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터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으로 막판 ‘벼랑끝에’ 몰린 열린우리당이 전력투구해도 모자랄 판에 자중지란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열렬 노빠’ 노혜경(현 노사모 대표)씨의 발언에 이은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당 지도부 비판에 대해 “부적절하다” “신중치 못하다”는 당내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당 안팎에서는 박 대표 사건으로 지방선거 참패가 명약관화해진 데다가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이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이후를 대비하려는 모양새가 아니냐는 관측이다.염동연 사무총장은 23일 오전 KBS 라디오 시사프로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 전날 강금실 후보가 ‘당이 지난 2월 전당대회 끝나고 이번 선거기간까지 한 게 뭐가 있느냐’고 강한 톤으로 비난의 화살을 쏘아붙인 데 대해 “신중한 발언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염 총장은 “심지어 요즘에 지방선거 후보들까지도 당이 어려워지니까 지도부를 공격하는 등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였고 이게 악순환의 연속”이라면서 “집권당, 국민을 책임지는 정당으로서의 모습은 아니다"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는) 집권세력 모두에게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럴 때일수록 더 자중자애하고 일치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염 총장은 그러나 ‘당 차원의 조치’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도부에 쓴소리 한 것 가지고 크게 다뤄야 할 문제가 있겠느냐. 그건 아니라도 본다”면서 불협화음 확산을 사전 차단하고 나섰다. 그러나 염 총장의 이런 발언을 놓고 당 안팎에서는 강 후보가 출마선언 때부터 줄곧 지도부 반성론을 제기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비판 수위가 높아진 강 후보에게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강 후보는 전날 MBC 라디오 시사프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매를 맞겠다”며 이른바 ‘회초리론’만 설파하고 있는 당을 향해 “‘당이 어떻게 쇄신할 것이냐’하는 이런 말들이 나와 줘야 한다”고 했었다. 당시 사회자가 “상당히 강한 톤으로 말씀하시는데요”라면서 의아해 하기도 했다.
당내 기류도 강 후보의 이같은 쓴소리에 대해 곱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연합뉴스는 한 당직자의 말을 인용, “강 후보가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하더라도 '당은 선거운동에 관여하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다 지원해 달라고 한다"며 "자기 마음대로 선거운동을 하다가 이도저도 안되니까 지도부를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전하기도 했었다.
이와 함께 박 대표 피습 사건 직후 노혜경씨의 ‘성형’ 발언을 놓고서도 당내에서는 ‘출당조치’ ‘노사모 대표직 사퇴’ 등을 요구하는 격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극단주의적 사고일 뿐만 아니라 당을 어렵게 하는 행위”라면서 강력한 책임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었다.
이에 앞서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대통령도 부산출신인데 부산시민들이 왜 부산정권을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발언을 놓고서도 민주당통합론자들과 영남 출신 인사들간에 갈등 양상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기도 했었다. 당시 통합론자들은 “참여정부는 광주와 호남이 탄생시켰다”면서 현 정권을 부산정권으로 부른 데 강한 불쾌감을 내보였었지만 영남출신 인사들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뭐가 잘못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지방선거 이후, 필연적으로 예상되는 정계개편을 앞둔 상황에서 주도권 장악을 위한 계파간 ‘기선잡기’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강 후보가 ‘당이 전당대회 이후 뭘 했느냐’며 '지도부 쇄신론'을 제기한 것은 다분히 지금까지 당을 맡아왔던 정동영 의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소속 의원들의 ‘이탈러시’가 이어질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