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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한나라당 지도부와 소장파가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당 지도부가 '오세훈 카드'에 달갑지 않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소장파 그룹인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을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은 오 전 의원의 영입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며 양측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모임과 일부 초·재선 의원들의 주장으로 갑작스레 오세훈 카드가 급부상하자 당 지도부는 6일 의원총회를 열고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서울시장 영입문제를 둘러싼 소속 의원들간의 마찰을 종식시키고 급부상한 오세훈 카드를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일단 '경선필수' 명제에는 의견조율을 마쳤다. 그러나 오 전 의원의 출마를 놓고 영입이란 단어를 사용할지 여부를 놓고 이견을 나타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오 전 의원이 한나라당 당원인 만큼 영입이란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장파의 경우 오 전 의원이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하는 것이니만큼 당 지도부가 영입이란 모양새를 갖춰 어느 정도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당 지도부·중진, '오세훈 카드에 시큰둥'
'출마는 반대 않지만 영입 프리미엄 줄순 없다'먼저 당 지도부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에겐 오세훈 카드가 호응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초·재선 의원들의 주장을 굳이 정면으로 비판하고 반박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진 의원들의 경우 오 전 의원이 영입이 아니고, 스스로 출마한다고 주장하며 경선레이스에 합류한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몰아치는 강금실 바람을 잠재울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오세훈 카드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는 것. 결국 중진들은 오 전 의원의 출마가 당내 경선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침체돼 있는 분위기를 띄우는 시너지 효과 정도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갑자기 왜?'라는 반응도 나온다. 영남권의 중진인 모 의원은 6일 열린 의원총회 장에 입장하기 전 "갑자기 웬 오세훈이냐"라며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대표도 5일 외부영입과 관련해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허태열 사무총장은 오 전 의원이 거론되는 데 대해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사람에 대해 '영입'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며 그런 인사가 스스로 경선을 희망하면 몰라도 당 차원에서 영입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당 지도부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다. 일단 당 지도부는 오 전 의원의 출마엔 반대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오 전 의원이 당적을 갖고 있는 만큼 '영입'이란 용어를 사용하진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오 전 의원의 출마가 영입이란 모양새를 갖출 경우 기존 후보에 비해 프리미엄을 갖고 출발 할 수 있다는 것.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 전 의원이 당원인 만큼 영입이란 단어를 사용해 프리미엄을 줄 수 없다"며 "영입이라는 단어를 붙일 경우 기존 후보들과의 경선에서 불공정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영입이란 용어는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영입이라는 단어 자체가 기존 후보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고 지금의 후보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입이란 단어를 사용하자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오세훈,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
그는 "이는 당 지도부의 입장으로 보면 된다"고 말한 뒤 "오 전 의원이 중량감 있는 후보도 아니고 출마하면 무조건 이긴다고 보장할 믿음을 줄 수 있는 수치도 없지 않느냐"며 오세훈 카드에 불만족스런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오 전 의원이 스스로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경선을 통한 오 전 의원의 출마엔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당 지도부가 오 전 의원의 출마를 위해 접촉을 시도할 방침도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의원이 확실한 카드가 아니라고 판단한 만큼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 영입이란 모양새를 취할 경우 기존 후보들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오 전 의원이 출마하면 후보가 6명이 되고 당내 경선을 치르기 위해선 그 중 두명을 탈락시켜야 하는데 만일 오 전 의원을 영입했는데 경선 전에 탈락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주장했다.여성위원장인 박순자 의원도 "'출마하려면 진작 했어야지 왜 이제 들어오느냐'는 불만이 많다"며 "영입주장이 기존 후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과 기존 후보가 더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오 전 의원은 영입취지에도 맞지 않고 경선에 참여한다 해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은 10%정도밖에 안된다"며 오 전 의원의 경쟁력을 낮게 평가했다. 이 의원은 "오 전 의원이 맹형규 홍준표 후보보다 경쟁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도 했다.
맹형규·홍준표, '시너지 효과는 있지만 경선통과는 힘들어'
이는 서울시장 예비후보자들도 마찬가지. 맹형규 전 의원은 오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 "오 전 의원이 나와서 경선하는 것을 환영한다. 출마할 경우 경선 모양새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 전 의원의 경쟁력에 대해선 낮게 평가했다. 맹 전 의원은 "출마시기가 늦어 (경선을)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아쉽다"며 "용기가 있으면 나오면 되는 것이고 조금 일찍 결심했으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의원 출마가 경선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효과는 가져올 수 있지만 시기상 경선구도에 영향을 주기엔 역부족이란 주장이다.
홍준표 의원 역시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홍 의원은 6일 뉴데일리와 만나 "오 전 의원은 영입이 아니라 복당이다. 출마는 얼마든지 환영한다"며 "(오 전 의원의 출마는)희생정신을 발휘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선통과는 힘들고 시너지 효과는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장파 '강금실에 쏠린 국민시선 돌릴 사람은 오세훈뿐, 지도부가 영입 모양새 취해야'
소장파를 비롯한 일부 초·재선 의원들은 오 전 의원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일단 오세훈 카드가 침체돼 있는 경선레이스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오 전 의원이 타 후보에 비해 이미지가 깨끗하다는 점도 큰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때문에 당 지도부가 영입이란 모양새를 갖춰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수요모임 대표인 박형준 의원은 "오 전 의원 같은 참신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 당 경선에 참여할 경우 지방선거 승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오 전 의원은 현재 강 전 장관에게 쏠린 국민의 시선을 한나라당 경선으로 끌어올 수 있다"며 "정체된 선거구도와 추세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오 전 의원은 정치를 떠난 사람이었고 (출마한다면)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영입으로 볼 수 있다"며 당원이기 때문에 영입이란 용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지도부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이어 "오 전 의원이 지금 출마여부를 놓고 고민중이며 (몇몇 소장파 의원들과)여러차례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당 지도부는 이번 주말까지 영입문제를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의장은 "다음주부터는 영입에 대해선 얘기를 꺼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때문에 오 전 의원의 출마여부는 늦어도 다음 주 초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초선 의원들이 주말 워크숍을 열고 영입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져 오세훈 카드에 69명의 초선 의원들이 힘을 실을지 여부도 오 전 의원의 출마여부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