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오세훈이 출마를 한다 해도 별 영향력은 없다"

    한나라당 맹형규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버리고 홍준표 의원이 '아파트 반값 정책'을 발표하며 배수진을 칠 당시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오세훈 카드'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외부영입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것이 전반적인 당내 분위기였다. 당내 인재영입위원회의 활동이 중단되고 물망에 오르던 영입대상자들이 손사래를 치자 당내에선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출마여부를 놓고 고민할 당시만 해도 '오세훈 전 의원'은 '한물 간 카드' '죽은 카드'였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 다시 '오세훈 카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죽었던 오세훈 카드가 다시 떠오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오세훈은 강금실 이미지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카드'

    가장 큰 원인은 한나라당의 '강금실 대항마' 찾기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각종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맹형규 홍준표 후보가 강 전 장관에게 밀리며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

    "후보가 결정되고 당 대 당 대결구도로 갈 경우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하던 당내 목소리도 여권의 인위적인 '강금실 바람몰이'와 일부 언론과 방송이 강금실 띄우기에 가세하자 점차 작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금실 지지율은 거품일 뿐' '이미지를 앞세운 강금실과 열린당의 전략은 결국 실패할 것'이란 논리는 더 이상 당 소속 의원들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강금실의 이미지 전략에 맞설 수 있는 인물 등장의 필요성이 '오세훈 카드'의 부활을 촉발시켰다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은 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오세훈 카드가 부활하는 이유에 대해 "강 전 장관 때문"이라며 "저쪽이 당 조직보다 강금실이란 개인의 이미지를 갖고 승부를 걸고 있고 그 전략이 상당히 먹히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도 이미지로 강 전 장관에 맞설 수 있는 인물이 떠오르는 것이고 그래서 오 전 의원이 거론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 의원 출신임에도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고 TV CF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오 전 의원이 강 전 장관의 20~30대 표를 흡수할 수 있고 지금의 강금실 효과를 상당부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오 전 의원의 등장은 현재 침체돼 있는 서울시장 경선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열린당이 강 전 장관의 출마여부를 놓고 언론플레이를 하며 계속 바람몰이를 해 온 반면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부각된 후보들의 지루한 상호비방전만 계속될 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만한 요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침체된 서울시장 경선 분위기 띄우는 효과도'
    '서울 지역 의원들 오세훈과 개별접촉 중'

    당 고위 관계자는 "오 전 의원의 출마 여부를 떠나 오세훈 카드는 적어도 현재 침체돼 있는 분위기를 다시 띄울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오세훈까지 가세해 경선레이스가 벌어질 경우 강금실에 쏠린 여론의 관심을 돌릴 수 있고 제자리에서 헤매는 지지율 역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영입대상자들이 출마에 손사래를 치는 것과 달리 오 전 의원은 '당내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점도 오세훈 카드가 뜨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오 전 의원은 지난 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 당원의 입장에서 언제 어떤 형식으로든 지방선거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묻자 "여러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던 예전의 입장보단 상당히 진전된 발언이다.

    남경필 의원도 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아직 입장정리는 하지 못했지만 오 전 의원 본인이 경선을 하는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의원이 현재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서울 지역 의원들 중에는 개별적으로 오 전 의원과 접촉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파와 초선, 영입필요성 강조하며 지도부 압박

    박근혜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오세훈 영입설에 대해 "검토한 적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당분간 오세훈 카드와 외부영입 문제는 한나라당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당내 소장파와 69명이나 되는 초선의원들이 '외부영입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어 지도부가 영입문제에 대해 언제까지 원론적인 주장만 내세울 수도 없는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외부영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초선 의원 워크숍에서 이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 역시 이날 모임을 갖고 외부영입의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 남경필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필요하다면 전략공천도 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혔고 박형준 의원은 "경선을 원칙으로 한 영입은 기존 당내 후보들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어 모임의 총의를 여러 경로를 통해 당 지도부에 전달하고 6일 의원총회에서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