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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질’과 관련, 당시 이 총리와 함께 라운딩에 나섰던 인물들이 지난 2002년 대선을 전후한 시점에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인 등이었다는 것이 4일 추가로 드러나면서 열린우리당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당장 당 내부에서는 ‘골프 구설수가 끊이질 않더니 결국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 속에 당 차원의 대응보다는 이 총리 스스로가 결단을 내려주길 내심 기대하는 눈치를 보이고 있다. 자칫 이 총리의 ‘골프질’이, 엄연히 '격‘이 다른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과 동일시되면서 성추행 사건에 대한 본질이 흐려지는 데 대한 우려도 담고 있다.
열린당의 핵심 지도부급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총리가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사람들과 만나 골프를 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 “이 총리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스스로 표명하는 등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격앙된 목소리로 “이런 문제는 당사자에게 직접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봐라”면서 흥분하기도 했다. 이는 지방선거 90여일을 앞두고 지지율 반등을 위해 당 지도부가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대국민 사과’ 등의 형식을 빌어 이 총리 스스로가 이번 사태에 대한 확산을 차단해 줄 것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시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 총리 사퇴’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전제하고 “이 문제가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과 동급으로 다뤄지면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의 공세에는 강력히 맞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리의 적절치 못한 ‘골프질’에 대해서는 분명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을 유야무야 하려는 한나라당의 의도에는 단호하게 맞서겠다는게 열린당의 모습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도 “한나라당은 이 총리에 대한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최 의원부터 사퇴시켜라” “총리사퇴 주장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정동영 의장도 전날(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직자와 정치인 모두가 자숙해야 할 시기”라면서 이 총리를 우회적으로 비난한 만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담을 덜기위해서라도 이 총리가 스스로 자성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눈치다.
이 총리의 ‘골프질’ 파문이 확산되면 확산될수록 모처럼만에 잡은 성추행 사건이라는 ‘호재’를 제대로 활용도 못해보고 오히려 야당의 공세에 휘말려 지루한 공방이 진행될 게 뻔한 데다가 당장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는 눈앞의 과제를 달성하는 데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그 결과에 따라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되는 것은 물론, 당의 운명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게 뻔한 상황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이 총리의 ‘골프질’ 파문은 갈길 바쁜 열린당의 발목을 잡는 중대한 고민거리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