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는 한나라당을 ‘영남 기득권에 기반한 이익 집단’이라고 비판하며 2007년 대선에서는 뉴라이트 세력이 정치 참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라이트의 싱크탱크를 표방하는 뉴라이트싱크넷은 12일 오후 3시 배재대 학술지원센터에서 ‘한국 사회의 진로와 뉴라이트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한국 정치 선진화와 뉴라이트의 역할’이라는 주제 발표를 하는 신 대표는 미리 배포된 발표문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모두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열린당과 한나라당의 후진성을 지적하며 “두 정당은 뚜렷한 이념적 정체성도 없고 일관성 있는 정책 생산도 하지 못한다”며 “난형난제의 포퓰리즘 정당이며 이질적 요소가 각개약진하는 잡탕 정당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각종 현안에 대해 갈피를 못잡는 양 당에 대해서 “‘그때 그때 달라요’를 외치는 ‘카멜레온 정당’이며 좌충우돌하는 ‘내 마음 나도 몰라’ 정당”이라고 비꼬았다.

    특히 한나라당이 신문법, 수도분할, 쌀협상 비준 등 각종 현안에 대해 기회주의적 태도로 일관했다며 '한나라당은 자유주의 정당'이라는 평가를 재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영남 기득권에 기반한 이익집단에 불과하다. 우파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으며 환골탈태 작업을 통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자유주의 정당으로 거듭날 희망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파 혁신을 위해서는 ‘성장절대주의’ ‘반공절대주의’ ‘민족주의’에 기반한 현재의 국가주의에서 ‘자유주의’와 ‘애국적 세계주의’로 이념을 교체해야 한다며 기회주의적 자세를 견지해온 현재의 보수에서 영혼과 철학을 가진 ‘들판형 자유주의자’로의 세력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지호 "정치참여는 하겠지만 한나라당에 흡수되지는 않을것"

    그는 2004년 말 자유주의연대가 출범하면서부터 항상 제기되어온 '뉴라이트의 정치참여 시기' 문제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그는 “2006년 지방선거에는 불참하겠지만 2007년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 정치 참여가 가능하겠지만 한나라당에 개별적으로 흡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뉴라이트의 독자성을 견지한 채 대선 승리를 위한 ‘구국선진화 연합전선’에 세력 대 세력으로 한나라당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나라당과는 별도로 보수주의 정당을 창당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뉴라이트가 기존 보수의 잘못을 반성하며 출발했듯이 기존 좌파의 전횡에 반성하는 ‘뉴레프트’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의 뉴레프트는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함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하며 경제성장의 방법과 능동적인 세계화 전략을 제시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어떤 집단이든지 집권할 당시에는 근원적 자기 변신을 할 수 없다”며 뉴레프트는 뉴라이트가 집권을 할 시기에 출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나라당 김형오 "뉴라이트, 보수 정권 창출을 위한 역할 해 달라"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도 ‘한국 보수정당의 미래와 뉴라이트의 역할’이라는 발표문에서 한나라당이 반성을 하고 있으나 실천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온정적 보수주의 노선을 추구하며 북한에 대해서는 시장경제화와 인권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교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자유와 가족, 애국, 법치, 공생이라는 보수적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며 “보수의 생명인 도덕성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라이트의 출현이 보수진영의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했다며 뉴라이트가 기존 보수의 최대 약점인 사회적 원죄와 부도덕성으로 자유롭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김 의원은 “뉴라이트가 보수의 대중적 사회운동을 이끌어 나가며 보수정권 창출을 위한 기능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 "진보의 '역사적 색깔론'은 기존 보수의 '이념적 색깔론'에 비견"

    김일영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의 새로운 이념적 좌표를 찾아서’라는 발제에서 “냉전적이고 배타적인 국민 정체성에만 안주하려는 기존 보수세력은 반성해야 한다”며 “이들은 여전히 ‘무엇에 반대한다’는 소극적인 태도에만 머물며 ‘무엇을 지향하고 실현시키려 한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찬가지로 진보세력도 별 성과는 없으면서 ‘민족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바꾸고 달리 해석하려고 들기 때문에 내적 분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오늘날 보수와 진보 양쪽이 딜레마에 처한 것은 자유주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진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적 자유 확대의 효율성은 인정하지 않고 그로 인한 부작용에만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개방에 대한 반대만 할 뿐 그것을 넘어서는 대안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진보가 반대만 하는 동안 진보성향의 정권은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방황을 거듭하고 있으며 사회적 양극화는 날로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진보는 미래보다는 과거를 주된 전쟁터로 삼는다는 점에서 ‘진보’라는 이름값을 못하는 ‘퇴영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들은 문제만 생기면 ‘우리는 당신(이나 당신 부모)이 일제나 권위주의 시대에 무엇을 했는지 알고있다는 식의 논리로 상대편을 공격하고 있다”며 “이런 논리는 생산적 토론을 막을 뿐더러 자칫하면 이념적 색깔론에 비견되는 '역사적 색깔론'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석춘 연세대 교수 "우파가치 전제돼야 좌파가치를 펼칠수 있어"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인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뉴라이트 대중운동의 과제’ 라는 발제에서 “좌파가 득세한 민주화 이후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역설적이게도 우리 사회에서 우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군사정권과 비교해 도덕적 우위를 강조한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는 모두 진보적 가치를 강조해왔지만 이들은 이런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물적 토대 구축에 기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진보는 모두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진 우파의 성취를 바탕으로 자신의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며 생색을 낼 뿐이었다. 이들은 보수가 피땀으로 만들어 놓은 지난 한 세대의 결실을 한순간에 모두 까먹었다”고 질타했다. 유 교수는 “김대중 정부가 업적으로 내세우는 ‘햇볕정책’은 보수의 유산이 없었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정책 아니냐”며 대북지원의 기반이 과거 경제 성장의 소산에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미래 설계를 위한 청사진은 없고 지금 있는 걸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만 관심을 쏟고있다”며 “이제부터 다시 성장과 안보, 그리고 경쟁이라는 우파적 가치를 통해 미래 발전을 위한 축적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좌파적 가치는 우파적 가치를 전제로 해야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우파세력이 긍정적인 자기 정체성을 빨리 확립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선전방식과 홍보기술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뉴라이트싱크넷의 12일 포럼에는 이들 발제자 외에 김세중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김민전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