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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파동’으로 ‘1·2개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대적으로 잦아들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내에서 이종석 NSC사무처장의 통일부 장관 내정에 대한 문제점을 다시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전여옥 의원은 1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내재적 접근법을 넘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하고 참여정부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그동안 대북관(對北觀)에 문제점이 지적돼 온 이 차장이 통일부 장관에 내정됐다는 점을 비판하며 ‘이종석 통일부장관’ 이후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학계 인사들은 ‘내재적 접근법’을 이용 북한을 이해한다는 논리를 펴 온 이 차장에 대해 ‘내재적 접근법’에 대해 새로운 학문적 접근이 아닌 ‘상식’이라고 평가절하함과 동시에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대북정책 계승자로 이 차장을 적임자로 판단, 선택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학법 무효 장외투쟁의 장기화로 5개 부처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참석이 불투명한 만큼 ‘장외인사청문회’라도 벌이겠다는 의지로 참석한 학자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했다.
“이종석이 장관되면 노 정부의 친북반미 노선 노골화 우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은 “이 차장이 현 정권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사실상 입안자라는 점에서 향후 노 정부의 ‘친북·반미 노선’ 노골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친북·반미’사상을 보유한 이 차장의 통일·외교·안보 사령탑 등장으로 한국의 통일·외교 노선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소장은 “이 차장은 석사논문에서 김일성을 민족의 영웅으로 북한에 자주적 삶을 안겨줬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며 “그러나 남한의 역대 정권에 대해서는 대미예속·반민주라고 폄하했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이 내정자는 송두율의 ‘내재적 접근법’을 차용, ‘북한의 논리로 북한을 이해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이는 북한연구에 있어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을 부정하고 아전인수 격으로 ‘북한 옹호’를 시도하는 북한체제 중심의 연구논리”고 폄훼했다.
그는 “내재적 접근법은 북한이 추구하는 이념과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보자는 것인데 이는 객관적으로 볼 때 어불성설”이라며 “북한 입장에서 북한을 분석하겠다는 것은 범죄자의 행동을 범죄자의 입장에서 분석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노 정부는 김정일 정권을 민족화해·협력의 동반자, 신뢰할 수 있는 상대, 공존공영의 상대 개념으로 파악하지만 김정일 정권은 기본적으로 ‘범죄 집단’”이라고 규정한 뒤 “한반도의 평화는 김정일 정권의 각종 도발과 범죄 행위를 힘으로 억지함으로써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내정 간섭’ 차원에서 바라보고 김정일 정권을 안정·강화시킴으로써 점차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궤변적 논리로 한국 국민과 국제사회를 호도하고 있다”며 “북한인권 유린 상태는 국제사회의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으며 북한 인권 문제는 ‘내정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로부터 ‘인도주의적 무력간섭’이 인정될 만큼 ‘보편적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6·15공동선언’은 대한민국 정통성과 자유 민주 국가이념에 위배되고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문서로 북한 대남 선전 전략의 도구가 되고 있다”며 “북한의 ‘6·15 공동선언 실천’ 주장은 주한민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로 그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 정권 외교·안보 핵심 담당자들이 미국을 기본적으로 제국주의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오도된 인식으로 현 한국사회 내 반미감정의 원천으로 한·미동맹 균열의 주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금강산특구·개성공단은 북한 개혁개방 증거 아닌 외화벌이 수단”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북한을 내부에서 봐야 한다고 하는데 북한 정권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왜 북한이 붕괴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안 교수는 “북한의 개혁개방여부는 한국의 대북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규정하지만 강성대국과 선군정치라는 북한 국정의 기본방향은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결사코 반대하는 것은 단순히 국민경제의 대외의존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풍조가 국내로 침투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금강산특구와 개성공단도 북한이 개방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 외화벌이 수단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북한의 개혁개방을 전제로 전개됐던 대북정책은 전환돼야 한다”며 6·15남북공동선언 폐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대처,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지원을 강조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제성호 중앙대 교수(법학과)는 “북한 내부에서의 ‘내적인 동학’의 연구는 ‘내재적 접근법’이라고 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하나의 ‘체계성을 갖는 독창적인 학문연구 방법론’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북한연구방법론과 관련해서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열었다거나 독자성을 갖는 새로운 학문 연구방법론으로 평가하는데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제 교수는 “이 같은 방법론들이 객관성·공정성 대신에 아주 교묘하게 주관성·편파성(친북성), 특정 사실의 왜곡·미화성을 드러낼 경우 비학문적인 것을 학문적인 것처럼 호도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 차장이 북한에 대해서는 철저히 내재적 접근법을 말하면서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제3의 시각으로 설명하려 한다”며 “인권이 됐든 자유가 됐든 보편적 잣대로 비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북한 체제 옹호론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제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한 이 차장의 북한 관련 발언 내용들을 소개하며 “북한에 경도된 시각” “북한의 조국 해방전쟁이라는 주장과 유사하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전여옥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이 시대의 비극”
토론회를 주최한 전여옥 의원은 “이 차장이 통일부장관에 내정됐다는 것은 이 시대의 비극”이라며 “내재적 접근론에 대한 학문자료를 찾기 힘들었는데 이것이 워낙 극소수 사람들에 의해 골방에서 있었던 연구라 없다고 하더라”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일본 특파원으로 있을 때 사귀었던 친구가 이 차장을 인터뷰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북한이 얼마나 아름다고 북한 주민이 얼마나 착한가를 감성적 코드로 강조해 결국 기사를 쓸 수 없었다고 하더라”며 “이제야말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씨가 이 통일부장관 되는 현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개탄했다.
“이종석, 부채의식 때문에 우물 안 개구리식 학문세계 구축”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차장의 친북적 대북관을 가지게 된 배경에 ‘부채의식에서 비롯된 우물 안 식 학문연구’가 있다는 분석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 차장과 학문적 연구를 수차례 같이 했다고 밝힌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는 “80년대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해 부채의식이 있다”며 “부채의식에 의해 대학원에 가 학술로 기여해보겠고 연구한 것이 소극적이고 우물 안 개구리식의 학문세계가 구축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대표는 그러나 “이 차장을 친북주사파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당시 학문적 분위기가 그랬고 유행이었다”며 학문에 있어서도 친북주사파로 평가될 정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이 차장이 NSC사무차장직을 사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차장을 반대하는 파가 그를 ‘친미·숭미’라고 공격한 적이 있다”며 “이 차장을 단순히 친북반미로만 몰아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 차장이 서울에 바쁜 일이 생겨 일찍 돌아가겠다고 해 빠른 길을 안내했더니 일본 두 번 방문해 놓고 다른 길이 더 빠를 것 같다고 끝까지 우기더라”며 이 차장과 일본 학술대회에 참석했던 일화를 소개한 뒤 “이상한 고집이 굉장히 강하다”고 말했다.
제 교수도 이 차장의 친북 대북관이 부채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신 대표의 지적에 공감했다. 그는 “이 차장은 대학 시절 좌파에 대해 공부한 적 없었고 대학원 들어가면서 학벌콤플렉스와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로 엄청나게 많은 글을 읽었다”며 “당시 아무나 읽지 못하는 북한 원전을 읽기 시작했고 논문을 읽고 쓰면서 좌파 운동권에 의해 떠받들어진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닭짓하는 수비전문당 한나라" 우파학자들 쓴소리
“수비전문당인 한나라당 닭짓 좀 하지 마라”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뒤꽁무니만 따라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마련된 토론회에서 정부·여당이 아닌 한나라당에 쏟아진 비판들이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10일 주최한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내재적 접근법을 넘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는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만큼이나 한나라당에 대한 쓴소리도 봇물을 이뤘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뉴라이트 진영 등 우파학자들이 토론자로 참석해 ‘우군’으로부터 ‘회초리’를 맞은 격이다.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는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뒤 “한나라당의 통일정책은 햇볕정책의 아류가 되지 말아야 한다”며 “가끔 한나라당 의원들이 통일특구법을 만든다, 3단계 통일론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해가 안간다”고 비판했다.
신 대표는 “한나라당이 ‘냉전수구꼴통’으로 찍히다 보니 이런 정책들을 내놓는 것 같은데 ‘난 반(反)김정일일 뿐 반북(反北)은 아니다’고 당당히 말하라”며 “냉전주의자로 욕을 얻어먹더라도 떳떳하게 밝히고 선언하는 의원들이 됐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수비전문당이었다. 열린당을 따라가기 급급하고 면피하기 급급했다”며 “정부·여당의 약한 면을 치고 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북한 인권문제다. (열린당과) 비슷하게 한다고 알아주지도 않는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 통일부장관에 내정된 이종석 NSC차장에 대해 한나라당이 ‘친북주사파’라만 비판하는 것을 지적하며 “매카시즘적 수법은 안 된다. 한나라당이 닭짓 좀 안했으면 좋겠다”고 쏘아붙였다. 상대를 비판하려면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역공을 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나라당이 ‘노 정권은 사술로 정권을 잡았다’고 생각하니 대응하는 방법도 비슷한 수준인 것”이라며 “한국의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민주화 달성에 성공했기에 지금 주도권을 잡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사술에 의해 정권을 잡은 것이 아니고 정통적인 흐름에 의해 정당하게 잡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저쪽(집권세력)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주의적 속성을 지닌 이 정권으로는 한국의 선진화를 구상할 수 없다”며 “그런 저쪽과 상대하려면 기본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반대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은 열린당 뒤꽁무니만 따라가고 있는데 남북문제만큼은 반대로 가야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가 지는 서쪽을 향해 열심히 가고 있는 열린당 따라가지 말고 해가 뜨는 동쪽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은 한나라당이 대북정책 기조를 ‘호혜적 상호주의’로 전환한 것에 대해 “집권을 위해 홍보 전략을 바꿔야지 원칙을 바꾼 것은 안타깝다”며 “원칙은 지키되 전략전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칙을 분명하게 세워 접근한다면 20~30대층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며 “방송 등 주요 홍보메커니즘을 집권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 등 다른 홍보메커니즘을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제성호 교수는 “한나라당이 반대하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신(新)북한 바로알기 운동’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며 “좌파진영에서 ‘통일’을 강조했다면 한나라당은 ‘평화’를 강조해 박근혜 대표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본구상을 발표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