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한나라당과 종교계 사학단체 등 보수진영의 반발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시행령을 통한 보완'이란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청와대가 주장한 '시행령 보완카드'는 오히려 한나라당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악수(惡手)'가 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이 같은 주장에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있다. 박근혜 대표와 이강두 최고위원이 2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노무현 정부의 정치모토인 '개혁'을 강하게 질타한 이후 한나라당은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 방침을 거듭 확인하며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 내용을 브리핑하기 전 "한해를 보내면서 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위에는 불 아래는 못'이라는 뜻의 '상화하택(上火下澤)이라고 했는데 오늘 한나라당의 사자성어는 '일체불응(一切不應)'"이라며 당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박 대표는 청와대가 사학법 개정안을 시행령으로 보완하겠다고 흘리는데 이것은 자기들 스스로 사학법 개정안이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하는 순박한 표현으로 원천 무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강재섭 원내대표 역시 날치기 사학법이 원천무효되기 전에는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국회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의 등원 요건으로 강 대표가 제시한 '사학법 원천무효 혹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 발언 중 '그에 상응하는 조치'라는 부분에 대한 오해도 불식시켰다. 이 대변인은 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일부 언론이 '여권과의 빅딜'가능성으로 해석한 데 대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라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개정안을 공포하지 않고 재개정토록 하는 것"이라며 "시기는 2월 임시국회에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확실히 해준다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정부는 워낙 약속을 안 지키기 때문에 어렵다"며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 하는데…"라고 개탄했다.

    나경원 공보부대표도 "여당이 이제껏 민생을 무시하고 사학법을 날치기 통과시켜놓고 이제 와서 한나라당에게 민생을 돌보지 않는 정당으로 공격하고 대화와 타협을 주장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나 부대표는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입장을 보면 위헌인 사항을 시행령으로 고치겠다고 하는데 시행령 운운하는 것은 강행처리된 사학법이 사실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말한 것처럼 위헌인 사학법이 시행령에 의해 그 위헌이 치유될 수는 없다"며 "시행령에 의해 위헌인 법이 합헌으로 되는 법은 없고 따라서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