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톡톡 튀는 논평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비켜 서 있던 ‘군소정당’ 민주당을 무대중앙으로 이끌었던 유종필 대변인이 이번엔 민주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당 재건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민주당은 인지도가 높은 유 대변인을 광주시 서구갑 운영위원장에 전략 선출한 것에 이어 광주시당위원장으로도 ‘선택’하면서 그에 대해 걸고 있는 기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호남 지역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의 시당위원장에 선출된 유 대변인은 20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으로 돌아서고 있는 호남 민심을 전하며 내년 지방선거를 통한 민주당 재건을 확신했다. 


    “노무현 정권은 ‘얼치기 좌파’, 열린당에는 권력 기회주의자 가득”

    노무현 대통령 취임 3주년이 되는 지난 19일에 광주시당위원장 취임식을 성황리에 마친 유 대변인은 “호남 민심이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는 외면, 민주노동당에서 대해서는 실망, 민주당에 대해서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지역에서 일고 있는 민주당 바람을 전했다.

    유 대변인은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와 열린당에 대해서도 확실한 각을 세웠다. 유 대변인은 “청와대와 노무현 패밀리라고 하는 사람들이 ‘얼치기 좌파’에 도덕성도 없는 함량 미달 사이비 진보주의자들로 판명났다”며 정부·여당에 쓴 소리를 퍼부었다.

    그는 “국민들은 노 정부와 열린당이 도덕성은 있는 줄 알았는데 도덕성·일관성·신념·능력도 없고 오로지 권력 의지만 있는 사람들”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기 때문에 나라가 어렵고 집권당인 열린당이 어려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열린당에는 권력의 모닥불에 모여든 기회주의자들이 많다”며 “노무현 권력이라는 모닥불이 새벽녘으로 가면서 점점 식고 있지 않느냐. 불길이 줄어들고 온도가 낮아지고 있으니 그 모닥불 곁을 떠나려고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비꼬았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열린당에 회의적인 시각을 표출하며 민주당에 눈길을 주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매번 민주당에 '딱지'를 맞으면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열린-민주 합당설에 대해서도 유 대변인은 “그 사람들은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레퍼토리가 많으면 여러 노래를 부르겠지만 그것 밖에 없으니 매번 그 타령”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배가 침몰해 가면 쥐도 빠져 나오려고 하는데 사람이야 오죽하겠느냐”며 열린당과의 합당 불가를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 패밀리만 챙기지 말고 국정운영 방향 바꿔라”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공보특보를 지내며 최측근으로 ‘활약’했던 유 대변인은 취임 3주년을 맞은 노 대통령에 대해서도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노 대통령과 일대일로 마주보고 대화할 기회가 생긴다면 향후 2년은 지난 3년과 다르게 국정운영을 하도록 조언하고 싶다”고 운을 뗀 뒤 “너무 자신의 패밀리들만 챙기고 정치 지향적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그는 “민주당이 만들어낸 대통령이 국민들의 민복을 기하지 못해 신뢰를 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고 착잡한 마음이 든다”며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갖고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 특히 서민들 먹고 사는 문제에 신경 좀 쓰라”고 충고했다.

    그는 청와대 순차적 개각설에 대해서도 “개각을 10번해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이 바뀌어야지 그것은 그대로 놔두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선장이 배를 몰고 가는 방향이 중요하지 노 젖는 자 몇 명 바뀐다고 배가 제대로 가겠느냐”고 비꼬았다. 그는 “그들만의 잔치이고 그들만의 의자 바꿔 앉기”라며 “월급쟁이 하나 만들었다 내보내고 자리 바꿔 주고, 동창회에서 골라 쓰고 그러지 않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또 “광주시당위원장 취임식을 노 대통령 3주년에 맞춘 것은 광주에서 노무현 후보를 만들었고 대통령을 만들었기에 그 날을 잊지 말고 민주당 부활의 신호탄으로 삼고자 했다”며 “민주당을 재건해야 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했다”고 말했다.

    “열린당 깃발은 이제 안 먹힌다, 민주당의 중도개혁 깃발이 이끌 것”

    정부·여당에 대한 쓴 소리를 아끼지 않은 유 대변인은 이어 “정치는 깃발과 명분이 중요하다. 노 대통령과 열린당의 깃발은 한 때는 국민들에게 먹혔으나 지금은 그 의미가 퇴색해버렸다”며 “민주당의 중도개혁주의 깃발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명분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민주당의 ‘중도개혁주의 노선’을 거듭 강조하며 “세계적인 추세가 중도개혁주의 정당이 국가를 이끌어 가고 있다. 민주당의 중도개혁주의 만이 국민통합을 이루고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중도개혁 깃발 아래 중도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아울러 포용해서 갈 때 이 나라가 제대로 갈 것”이라며 정당을 가리지 않고 중도개혁 노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창당하지 않아 실체는 없지만 국민중심당이 중도적 입장을 띤 실용주의로 간다면 연대할 수 있다”면서 “열린당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수업을 받은 중도개혁 노선의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과 민주당은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열린당과) 당 대 당의 협상이나 거래는 있을 수 없다”며 “개별차원의 원대복귀는 환영”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유 대변인은 광주지역 이공계 대학교수 45명이 민주당에 입당한 것을 예로 들며 민주당으로 돌아서고 있는 호남 민심을 전했다. 그는 “민주당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민심이 민주당으로 몰려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반색했다.

    그는 “민주당을 장사꾼이라고 한다면 지난 총선에서 호남 사람들은 오랫동안 거래하던 장사꾼을 놔두고 새로운 물건을 들고 온 사람들(열린당)과 거래를 했는데 사고 나서 보니 모두 불량품이었다는 것을 이제 깨달은 것 같다”며 “패스트푸드 사먹을 당시에는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가족건강 다 버리겠다고 느껴 옛날에 먹던 가정식 백반 된장국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아직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면서 “민주당의 잘못도 있으니 뼈를 깎는 각오를 하고 과거 잘못을 과감하게 고쳐 시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민주당이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광주가 심장부이기 때문에 심장에 젊은 피가 흘러야 민주당이 젊어지고 심장에 깨끗한 피가 흘러야 민주당이 깨끗해지고 심장에 새로운 피가 흘러야 민주당이 새롭게 변모할 수 있다”며 광주시당위원장으로서 인재영입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열린당은 호남을 일시적인 이용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호남 사람들도 ‘호남당 싫어 민주당 깼다, 내가 좋아 찍었느냐 이회창이 싫어 찍었지’ 이런 노 대통령의 말들에 다 알아버렸다”고 꼬집었다.

    “당 대변인이 거기까지 나가느냐는 공격도 많았다”

    중앙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유 대변인이지만 광주시당위원장 선거가 그리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광주시당위원장 경선에 출마한 전갑길 전 의원이 여론조사 경선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화갑 대표의 퇴진을 주장하는 등 시당위원장 선거가 ‘친(親)한화갑계’ 대 ‘반(反)한화갑계’의 대립양상을 띠기까지 했다.

    결국 4.8%포인트 차로 유 대변인이 시당위원장에 당선되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민주당내 친한vs반한 세력 간의 갈등이 심각함을 표면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대해 유 대변인은 “한 대표 지도노선에 동의하는 측과 그렇지 않은 측으로 딱 나눠진 것만은 아니다”며 “신구대결 구도 등 여러 구도가 섞여 있는 것이지 갈라진 것은 아니다”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유종필 하나를 놓고 나머지가 연합했다”며 “주로 17대 총선에 출마했던 전직 의원들 몇 명과 당 방침에 따라 새롭게 선출한 운영위원장에 뽑히지 못한 사람들이 반대편에 많이 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광주시당위원장 선거에서 상대 후보(전갑길 전 의원) 지역에서만 크게 지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내가 크게 이겼다”며 “당 대변인이 왜 거기까지 나가느냐고 공격도 많이 받았지만 내손으로 직접 후원당원 한명 모집하지 않고 선거를 치렀는데 결국 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DJ 정통성 지닌 한화갑 대표가 최선으로 현재 다른 대안 없다”

    당내에서 ‘친한(親韓)’계열로 분류되는 유 대변인은 당내외에서 한 대표의 지도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에 대해 “현재로서는 한 대표가 최선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당에는 항상 이런 저런 의견이 존재하지만 한 대표의 노선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인정해야 할 것은 한 대표가 민주당을 지켜냈다는 것”이라며 “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민주당 간판을 붙잡아 놓은 것이 한 대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대표에 대해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민주당 지지도를 왜 못 올리느냐고 하는데 올리고 싶지만 안 되고 있는 것”이라며 “DJ가 다시 민주당을 이끈다면 (정당지지도가) 어느 정도 올라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한 대표가 최선이다. 다른 누가 이만큼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한 대표는 DJ의 비서로 민주화 투쟁때 같이 시련을 겪었고 DJ에게 직접 당 대표로 임명 받기도 하는 등 민주당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며 “금년 2월 당대표 경선에서도 83%의 압도적 지지로 대표에 당선됐다. 과거 DJ도 83%는 못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대표가 DJ보다 더 훌륭해서 득표율이 높았던 것은 아니고 당이 그만큼 어렵기에 정통성 있는 한 대표를 세워야 유지될 것이라는 당원들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1년도 되기 전에 흔들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 전당대회를 다시 연다고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고 못 박았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당도 못돼 이렇게 됐다”

    최근 민주당의 ‘호남 올인’ 행보에 지역정당으로 매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유 대변인은 오히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호남당도 못 돼서 교섭단체도 못 되는 등 어려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호남이라는 지역을 꼭 잡아야 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호남에 집중돼 있다. 호남의 지지가 높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그나마 다행이다”며 “장사로 치면 단골손님이 많은 지역이 호남인 것”이라고 말해다.  그는 이어 “호남은 우리나라에 독립이 필요할 때 독립을 위해 싸우고, 민주주의가 필요할 때는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려 싸우고, 동서화합이 필요할 때는 영남출신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곳”이라며 호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런 호남이 반(反)독재 투쟁을 한 반대급부로 군사독재정권으로부터 핍박받고 차별 받아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돼 있다”며 “반면 정치의식을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이런 곳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부끄럽기는커녕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호남당만을 지향하는 것은 호남 사람들도 인정하지 않아 호남당도 못된다”며 “(호남지역민은) 민주당이 전국당이 되길 바라고 이 나라 정치를 주도하고 이 나라 경제발전을 이끌어 가는 그런 정당이 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우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압승을 거둔 뒤 전국으로 뻗어나갈 것”이라며 “민주당은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정계개편의 중심이 돼 다음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근혜, ‘싸우면서 건설하자’던 아버지 말 들어라” 한나라당 등원 촉구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열린당과 한나라당의 대립으로 임시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것과 관련, 유 대변인은 열린당의 날치기 처리, 한나라당의 능수능란하지 못한 투쟁방식 등을 지적하며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민주당은 사학법 처리를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기에 신입생 모집이 다 끝난 내년에 의견접근을 시켜 하자고 했다”며 “그것(사학법 처리) 안한다고 나라 망하지도 않는데 날치기 처리했는지…과거 탄핵 때 ‘의회 쿠데타’라고 하던 것과 너무나 다르다. 한마디로 그때그때 달라요다”고 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장외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민주당은 야당을 많이 해봐서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장외투쟁은 장외투쟁대로 하고 민생법안은 와서 처리하는 병행 방법이 있다”고 훈수를 뒀다.

    그는 “한나라당의 원조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싸우며 건설하자’는 좋은 말을 하지 않았느냐”며 “사학법 가지고는 싸우고 민생법으로는 건설하면 된다. 박근혜 대표가 그 좋은 아버지 말씀을 안 듣는지 모르겠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날씨도 추운데 왜 밖에서 그러느냐. 추운 날씨에 웰빙한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얼마나 춥겠느냐”며 조속한 원내 복귀를 촉구했다.

    야당 대변인으로서 시의적절한 비유법을 써가며 정부여당을 날카롭게 비판해 민주당이 언론의 주목을 받게 한 유 대변인은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에게도 ‘야당 대변인의 역할’에 대해 ‘대변인 선배’로써 야성을 찾아야 한다고 한마디 했다.

    그는 “이 대변인이 포근하고 소탈한 것 같고 새로운 논평 장르를 선보여 좋긴 하다”면서도 “야당 대변인의 역할이라는 것은 정부여당이 잘못한 점을 찾아서 국민 입장에서 비판하고 대안도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칭찬하고 그림 그리는 것은 부차적인 것으로 본업을 잘 하고 부업을 잘하는 것이 좋겠다”며 “요즘은 점차 본업에 충실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유종필 대변인 약력]

    1957년 전남 함평 출생
    광주일고, 서울대 철학과 졸업
    육군 보병 33개월 만기제대
    한국일보·한겨레신문사 기자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김대중 대통령)
    국정홍보처 분석국 국장. KTV 사장
    민주당 대변인(현)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