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사학법 반대집회에 종교계, 사학단체, 학계, 뉴라이트 세력 등 2만여명의 범보수세력이 총결집하며 '흥행'에 성공하자 박근혜 대표가 자신감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당초 한나라당은 이날 집회참석 인원을 1만여명 정도로 추정했다. 그러나 추정했던 참석자에 배가 넘는 인원이 참석해 '대흥행'을 이루자 한나라당은 반색했고 특히 박 대표의 표정은 매서운 추위와 강바람도 잊을 만큼 행사 내내 밝았다.

    이번 '대규모 촛불집회'의 성패 여부가 향후 이뤄질 장외투쟁의 분수령이 되고 다소 불리한 여론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던 한나라당과 박 대표는 이날 집회의 흥행성공으로 사학반대여론의 확산을 꾀할 수 있게 됐고 주춤했던 지지율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 참석한 당직자와 당원들 역시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인파가 시청앞 광장에 모이자 여론반전의 성공과 박 대표의 지지율 회복을 예견하는 등 기쁨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많은 인원이 참석하고 참석자들의 호응과 열기도 달아오르자 규탄사 낭독을 위해 연단에선 박 대표의 목소리 또한 점차 높아졌고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붙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박 대표의 규탄사는 어느 때 보다 매서웠고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도 평소와 달리 거침없이 쏟아냈다.

    특히 그는 "나와 한나라당이 이번 투쟁의 맨 앞에 설 것이고 한치의 양보없이 노 정권과 싸울 것이다. 모든 것을 던져 따뜻한 봄이 올 때까지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며 이 정권은 국민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 모두 앞장서 주실거죠?"라며 2만여명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청중들은 박 대표의 물음에 '박근혜 박근혜'를 연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고 이에 박 대표는 "믿습니다"라고 청중들의 지지를 확인하는 여유있는 모습까지 나타냈다. 당내 일부 의원들의 반발, 다소 불리한 여론에 대한 불식을 순간 한꺼번에 털어 버렸다는 자신감이 역력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 당직자는 "박 대표가 완전히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누구보다 이날 집회흥행의 최대 수혜자는 박근혜"라고 말했다.

    2만여명의 많은 호응 뿐 아니라 각계 각층의 유명보수인사들이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점도 박 대표의 자신감을 한층 끌어올린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날 집회엔 최근 한나라당과의 연대설이 나오고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 김진홍 목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윤종권 회장, 박성현 서울대 교수평의회 회장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박 대표 지원사격을 펼쳤다.

    또 최근 고건 전 국무총리마저 따돌리며 차기 대선선호도에서 쾌속질주를 하고 있는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마저 일정을 연기하고 집회참석을 유도하고 마이크를 잡게 한 점도 박 대표의 입지강화와 자신감 회복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결과의 반전 움직임도 박 대표를 한껏 고무케 한 원인으로 해석된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본 한선교 의원은 "사학법 개정에 대한 각 방송사의 여론조사 결과"라며 "KBS 찬성 41.9% 반대 57.1%, MBC 찬성 42.7% 반대 57.3%, SBS 찬성 45.0% 반대 54.1%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환호와 많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사학법 개정안의 당위성을 알리고 반전되는 여론움직임을 봉쇄하려는 정부·여당의 움직임이 계속 암초에 걸리고 있는 점도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촛불집회가 열리던 16일 김진표 교육부총리와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각각 천주교의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대주교를 만나 사학법 개정안의 당위성을 설명하려 했으나 이미 사학법 반대를 천명한 종교계의 단호함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김 부총리는 김 추기경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김 추기경 측에서 "만나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는 답변을 듣고 면담을 거절당했으며 정 의장은 정 대주교에게 "사립학교의 근본 취지는 자유" "북한처럼 자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가 파탄이 되면 안 된다. 국가통제력이 너무 강하면 안 된다"라는 쓴소리만 들은 채 발걸음을 돌렸다.

    박 대표는 이 같은 분위기를 점차 지방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이번 주말엔 의원 개인별로 지방에서 사학법 의정보고회를 갖고 19일과 22일엔 각각 부산역 광장과 수원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또 다음 주중에는 대전과 대구 등에서 집회를 갖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나라당은 18일 오전 서울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이규택 당 사학법무효화투쟁본부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그동안의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지방집회의 세부계획 등을 확정할 예정이며 김원기 국회의장의 사퇴촉구와 의장실 점거도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