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의 강행처리로 촉발된 '사학법 무효화 투쟁 및 우리 아이 지키기 촛불대회'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필두로 종교계와 사학단체 뿐 아니라 뉴라이트 진영까지 합세하며 범보수세력의 '노무현 정권 퇴진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한나라당의 사학법 반대 장외집회는 5일째인 16일 장소를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옮겨 박 대표와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을 비롯, 소속 의원 상당수와 당원, 당직자, 보좌진은 물론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등 학부모 단체와 사학단체, 뉴라이트 세력 등 보수단체 회원,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총 2만여명이 총집결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는 한나라당 장외투쟁의 클라이맥스인 셈. 이날 대회에는 박 대표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연사로 나섰고 당내 사학법 무효화 투쟁기구 본부장인 이규택 의원과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인 김진홍 목사, 윤종건 한국교총회장, 박성현 서울대 교수평의회 회장, 최미숙씨(학부모) 등이 연단에서는 등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총망라했다.

    박 대표의 장외투쟁에 반대목소리를 내던 의원들도 이날 만큼은 집회에 참석했고 특히 소속 의원들은 넥타이를 풀고 '전투복' 차림인 폴라티셔츠를 입고 참석하는 등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나타냈고 박 대표도 5일째 전투복인 연한 팥죽색 재킷에 밤색 바지 차림으로 집회를 진두지휘했다.

    이날 집회는 그 어느 누구보다 박 대표에겐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박 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참여는 물론 종교계, 사학단체, 학계, 뉴라이트 세력과 자신의 팬클럽인 박사모까지 동원하는 세결집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이날 백령도의 군부대 위문을 하려던 이 시장에게 일정연기를 요구했고 결국 이 시장은 이를 받아들여 집회에 참석해 연설까지 했다. 앞서 박 대표가 15일 밤 한기총 주최로 열린 '한국 교회의 밤'행사에 참석한 이유도 사실상 '지원요청'인 셈. 박 대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날 '대규모 촛불집회'의 성패여부가 향후 이뤄질 장외투쟁의 분수령이 되고 다소 불리한 여론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노 정권과 싸우겠다. 여러분이 앞장서주실거죠? 믿습니다"

    규탄사를 낭독하는 박 대표의 목소리에선 예전보다 더 비장함이 느껴졌다. 박 대표는 규탄사를 통해 "여당의 목적은 비리척결 대신 사학 지배구조를 바꾸고 특정이념을 주입시키기 위해 전교조에 사학을 넘겨주겠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역사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반미와 친북이념을 주입시키는 이들에게 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 정권이 경제를 살렸나, 국민을 편안하게 했나, 외교를 제대로 했는가, 당 망쳐놓고 이제 교육마저 망치려 한다"며 "이 정권은 나라를 무너뜨리고 파괴하는 정권이"이라고 외친 뒤 청중들을 향해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2만여명의 청중들은 일제히 '박근혜, 박근혜'를 외쳤고 일부 시민들은 "청와대로 가자" "노무현 정권을 무너뜨리자"등의 구호를 외치며 박 대표의 연설에 환호했다.

    박 대표는 이어 "이번 정기국회에선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국민 주머니 사정을 좋게 하고 싶었고, 싸우지 않는 정치를 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이 무도한 정권이 날치기를 하면서 이런 소망은 물거품이 됐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 정권은 이것을 시작으로 국보법 마저 폐지하려한다"며 "이제껏 이 정권이 무슨 짓을 해도 참았고 국회를 지키려 했지만 이 정권이 경제와 민생을 망친 것도 모자라 우리의 교육마저 망치려 하고 있기 때문에 거리로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청중들은 일제히 "북한으로 넘어가라" "빨갱이는 물러가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박 대표의 연설에 화답했다.

    박 대표도 이 같은 환호분위기가 이어지자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6.25전쟁 때 미국이 양민을 학살한 원수냐고 묻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누가 우리 역사를 부정하게 만들었느냐"고 주장했고 청중들은 '노무현'을 외쳤다. 그는 "이제 우리의 학교현장이 어떻게 될지 생각도 하기싫다"며 "대한민국 아이들은 앞으로 애국가 보다 운동권 노래를 더 만이 부를 지도 모른다. 이대로 보고만 있을 것이냐. 이제 우리가 들고일어나야 한다"고 청중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그는 "나와 한나라당이 이번 투쟁의 맨 앞에 설 것이고 한치의 양보없이 노 정권과 싸울 것"이라며 "모든 것을 던지고 따뜻한 봄이 올 때까지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외쳤다. 이어 "이 정권은 국민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라며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 모두 앞장서 주실거죠?"라고 묻자 2만여명의 청중들이 동시에 '박근혜'를 연호했고 박 대표는 "믿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명박 "지구상에 이런 나라는 없다"

    백령도 군부대 격려방문일정을 취소하고 집회에 참석한 이 시장도 이날 마이크를 잡고 현 정권에 대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 시장은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사랑하는 당원여러분! 이 엄동설한에 어떻게 여기까지 나오게 됐느냐. 누가 이 자리로 여러분을 몰아냈느냐"며 "여러분은 우리 미래의 교육을 걱정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 나라에 정말 급한 게 무엇인가. 사학법이 그렇게 급한 것인가"라며 "이 정부가 서민들의 어려움을 위해 무엇을 했고 귀를 기울여 봤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여당의 날치기를 TV로 지켜보면서 민주주의는 날아갔다고 생각했다"며 "무엇이 급해 날치기로 이 법을 통과시키느냐"고 성토했다. 그는 "지구상에 이런 나라는 없다"며 "이런 사학의 위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나라당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강재섭 "진짜비리 많은 곳 청와대, 개방형 이사는 청와대에 갖다놔야"

    강재섭 원내대표도 규탄사를 통해 "총선을 마치고 단 한번도 장외에 나온 적이 없고 내가 원내대표가 되고 난 이후 국회를 파행시켜본 일이 없다"며 "그런데 이 엄동설한에 왜 장외로 나왔고 왜 국회를 파행시켰겠느냐"며 "그것은 노무현 정권이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외쳤다.

    강 대표는 "백성을 배부르게 하는 것이 최고의 정치"라며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과거사법을 만들어 과거로 돌아가려 하고 국보법을 폐지하려하고 '사악법'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한 뒤 "이런 것들이 먹고사는데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노 정권이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정권퇴진운동을 할 것을 경고한다"고 역설했다. 또 "비리사학이 많다고 하는데 진짜 비리가 많은 곳은 청와대"라며 "개방형 이사제는 청와대에나 갖다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여러분과 함께 노 정권에 대해 투쟁을 할 것이며 여러분이 동참해달라"고 말해 청중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김진홍 "노 대통령은 헌법 좀 지켜라"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인 김진홍 목사도 마이크를 잡고 "종교계는 이 사학법에 진작부터 반대해 왔다"며 사학법 반대에 종교계 역시 한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종교계의 사학법 반대 이유를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정신에 위배 ▲자원은 사람 밖에 없는 나라에서 교육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저해 ▲교육현장에 맞지 않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옳지 않은 법 ▲여론을 거스르는 법 ▲사학의 전통을 무시하는 법 등 다섯 가지 이유로 설명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을 향해 "헌법을 좀 지켜라. 그게 대통령이 할 일이다"라고 촉구했고 이에 청중들은 "노무현은 물러가라" "현 정권은 퇴진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많은 환호를 보냈다.

    이규택 "사학법 통과되던날 김정일은 폭탄주 마시고 광란의 춤췄다"

    당내 사학법 무효화 투쟁기구 본부장인 이규택 의원도 규탄사를 통해 "이 엄동설한에 왜 우리가 이 자리에 왔는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나왔고 좌경세력으로 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사학법은 '죽을 사(死) 배울 학(學)'의 사학법"이라며 "곧 학교를 죽이는 법"이라고 외쳤다. 그는 "사학법이 통과되던 날 김정일은 기쁨조와 함께 밤새 폭탄주를 마셨다고 한다"며 "김정일은 사학법 통과로 '이제는 때가 왔다'하면서 폭탄주를 마시고 광란의 춤을 췄다"고 성토했다. 이에 청중들도 "김정일이 시킨 짓이다" "빨갱이를 키우는 사학법 결사반대"등을 외치며 이 의원의 연설에 흥을 돋궜다. 그는 "사학법이 무너지는 날까지, 죽는 날까지 노 정권과 싸우자"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도 윤종건 한국교총회장, 박성현 서울대 교수평의회 회장, 최미숙씨(학부모)등이 연단에서 '사학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성토했고 현 정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규탄사가 끝난 뒤 이계진 대변인은 '결의문'을 낭독했고 한나라당은 ▲12월 9일 불법날치기로 통과된 사학법은 위헌이며 국가 정체성을 뒤흔들려는 것 ▲사학법 원천무효 위해 계속 투쟁할 것 ▲한나라당이 제출한 사학법 개정안의 법안통과 위해 총력 기울일 것 ▲비리사학 척결과 전교조의 불순한 기도로부터 아이들을 지킬 것 ▲국회 본회의 사회를 본 김원기 국회의장의 즉각 사퇴 등을 결의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규탄대회가 끝난 뒤 촛불과 사학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까지 거리행진을 이어갔고 거리행진 내내 "사학법 날치기 원천무효" "엄동설한에 학부모를 밖으로 내모는 정권은 도대체 누굴 위한 정권이냐" "노무현 정권 심판하자" 등을 외쳤다.

    집회 이모저모


    참석자들 1시간30분전부터 시청앞 광장 모여

    ○…4시30분 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이날 집회는 오후 3시경부터 한나라당 당원과 당직자, 학부모, 보수단체 회원, 박사모 등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하며 한껏 집회분위기가 고조됐다.

    ○…당초 한나라당이 예상했던 참석인원을 훨씬 초과하는 2만여명이 참석하며 어느 때보다 성황리에 집회가 마무리 됐다. 또 참석자들 대다수가 40대 후반 이상의 학부모와 50-60대 이상의 연령층로 구성돼 집회열기 역시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들은 예상을 깨고 매우 적극적으로 임했고 박 대표와 이 시장 등이 규탄사를 낭독하기 위해 연단에 설 때마다 많은 박수와 호응을 보냈다. 이들은 또 마지막까지 집회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마지막 거리행진에 일제히 동참하는 등 예전 집회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집회를 바라보는 시민들도 엄청난 인파가 모인 탓인지 이전 한나라당의 장외집회와는 달리 집회에 관심을 보였고 일부 시민들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하는 법안을 왜 통과시켰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나라 좋아하지 않지만 내 아이 교육망가지는것 지켜볼수 없어 나와"

    ○…고등학교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도저히 앉아서 참고 있을 수 없어 이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며 "나는 한나라당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내 아이의 교육이 망가지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 없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전여옥 의원이 '우리의 마음을 담은 글'을 낭독하는 가운데 시간이 6시를 가리키자 서울광장 앞에 설치된 '하늘 거울'주제의 거대한 병풍형 루마나리에 구조물에 환한 불빛이 켜졌고 참석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 시장은 이를 두고 "서민의 어려움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며 "이 불빛으로 여러분이 많은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고 말해 청중들을 열광케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회 참여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상당수 의원들이 집회시작 30분 전 부터 시청앞 광장에 모였고 소속 의원 대다수가 이날 집회에 참석해 청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일부 의원들은 직접 피켓을 들고 다니며 "사학법 원천무효" "노 정권 물러나라" 등을 외쳤다. 또 일부 의원들은 방송용 카메라를 위해 마련된 단상위에 올라가 2만여명의 청중들을 향해 피켓을 흔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고(故) 서승목 교장 1000일 추모식 열려

    ○…이날은 전교조 교사와 갈등을 빚다 1년 전 자살한 충남 예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전 교장의 타계 1000일째 되는 날이었다. 때문에 이날 집회에선 강재섭 원내대표의 규탄사 직후 고(故) 서 전 교장을 위한 추모식도 거행됐다.

    ○…이날 2만여명의 집회 참석자들은 박 대표와 이 시장이 규탄사 낭독을 위해 연단에 서자 '박근혜' '이명박' 을 연호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대권 경쟁자인 두 사람은 엎치락 뒷치락 하는 여론조사만큼 이나 박수갈채 역시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원희룡·고진화를 즉각 출당시켜라

    ○…
    이날 집회에선 박 대표의 장외투쟁에 반기를 든 고진화, 원희룡 의원에 대한 비판도 쏟았졌다. 집회에 참석한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은 '한나라당은 내부의 적 원희룡·고진화를 즉각 출당시키라'라는 피켓을 들고 두 의원의 출당을 연이어 외쳤다.

    ○…시청앞 광장에선 사학법 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는 동시에 아이들은 광장 뒤에 설치된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즐기는 모습도 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