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들이 바라는 '다음 청와대 주인'은 1위 고건 전 국무총리 2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3위 이명박 서울시장.

    국민일보가 창간 17주년을 맞아 지난 5~6일 여론조사기관인 월드리서치에 의뢰,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여권 후보경쟁 구도는 전반적으로 고 전 총리가 앞서는 가운데 후보간 격차가 커 다소 느슨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반면, 야권은 박 대표와 이 시장이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며 당 지지도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동영·김근태 낮은 지지율에서 헤어나지 못해'

    먼저 여권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응답이 매우 흥미롭다. 열린우리당 입당은 물론, 민주당과 국민중심당(가칭)의 구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고 전 총리가 여권의 후보가 될 것으로 보는 비율이 37.2%에 달했다.

    현재 여권의 강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각각 22.6%, 7.2%의 지지율에 불과했다. 노무현 정권과 열린당의 낮은 지지도가 두 사람의 지지율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열린당 지지자들이 전망하는 여권의 대선 후보는 고 전 총리와 정 장관으로 압축됐다. 두 사람은 각각 35.2%(고 전 총리), 32.2%(정 장관)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김 장관은 9.5%로 여전히 두 후보와의 큰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에서도 매우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일반인과 한나라당 지지층의 선호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 국민들은 이 시장을, 당 지지자들은 박 대표를 각각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점찍었다.

    '국민은 이명박, 한나라 지지자는 박근혜'

    먼저 국민들은 지난 10월 청계천 복원을 통해 일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시장(37.2%)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대중적 인기와 지지도가 높은 박 대표(35.4%)가 비록 오차범위 내지만 이 시장에게 뒤쳐진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박 대표(45.5%)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이 시장(36.9%)과의 격차도 비교적 큰 편이다. 잇따른 재보선 승리와 최근 '마(魔)의 40%대'를 진입해 고공행진하고 있는 당 지지율이 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손학규 경기도지사에 대한 지지율은 2.8%에 머물렀고 여당 후보 1위를 기록한 고 전 총리도 한나라당 후보로서의 가능성은 0.9%에 불과했다.

    여야 후보를 통틀어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는 선호도 조사에서는 고 전 총리가 23.9%로 선두를 유지했고 박 대표와 이 시장이 각각 21.9%, 19.2%로 오차범위내에서 바짝 뒤를 쫓고 있는 형국. 그러나 '3강(强)'을 이루고 있는 선두 그룹에 비해 나머지 후보들, 특히 여당 대선 예비주자들은 10%대에도 못 미치는 약세를 보이며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 장관(8.1%), 김 장관(3.3%), 손 지사(0.9%) 순이었다.

    고건 지지율 하향세 뚜렷, 박·이와의 격차도 점차 줄어들어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총리 사임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공행진을 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 전 총리의 지지도가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 2,3위를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박 대표·이 시장과의 격차도 점차 좁혀지고 있다.

    지난 7월 35.1%(한국사회여론연구소)를 보였던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8월 30.0%(중앙일보), 9월 27.9%(한국사회여론연구소), 10월 28.1%(경향신문), 11월 26.4%(동아일보) 등 점차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박 대표는 12.9%, 16.0%, 15.9%, 12.9%, 19.3%로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10월 재선거 승리 이후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이 시장도 15.1%, 15.0%, 20.3%, 21.0%, 20.5%로 '청계천 효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고 전 총리와 박 대표의 격차는 2.0%포인트, 이 시장과의 격차는 4.7%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신뢰도는 95%, 최대 허용오차는  3.1%포인트다.

    '열린당+민주당 통합' 가장 선호, 정계개편은 하지 말았으면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정치권의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높은 가운데 우리 국민들은 정계개편과 관련, 가장 지지하는 당대당 통합형태로 '열린당+민주당'을 꼽았다. 응답자의 12.4%가 두 당의 통합을 지지했다.

    다음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통합(6.8%)을 선호했고 한나라당과 국민중심당(가칭)의 통합은 6.0%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계개편에 반대하는 의견(45.7%)이 찬성(32.4%)보다 높았고 40대와 도시민, 고학력자일수록 정계개편에 반대하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열린당과 민주당의 통합은 열린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27.6%)를 기록했다. 광주·전라 지역 응답자의 경우 27.5%가 두 당의 통합을 지지한 반면, 정계개편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48.6%로 가장 높았다. 열린당과 민주당을 둘러싼 호남의 '복잡한 민심'을 엿볼 수 있는 수치다.

    대전·충청 지역 응답자는 11.1%가 열린당과 국민중심당의 통합을 지지했고 열린당과 한나라당의 통합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4.0%에 불과했다.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통합 지지자는 한나라당 지지자들(13.5%) 사이에서 높게 나왔다. 이는 한나라당 내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영호남 화합을 위한 민주당과의 연대 목소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국민중심당과의 통합(13.2%)도 민주당과의 통합과 비슷한 수치의 지지를 나타냈다.

    '마(魔)의 40%대'를 진입해 고공행진을 하던 한나라당 지지도는 36.3%로 주춤했다. 그러나 열린당(19.9%)과는 여전히 두배가량의 격차를 보였다. 민노당(10.4%)과 민주당(4.2%), 국민중심당(2.1%)이 그 뒤를 따랐다.

    연령별로 볼 때 열린당은 30대 지지율에서만 한나라당을 앞섰고 한나라당은 50대 이상에서 46.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광주·전라지역에서 열린당(28.4%)과 민주당(26.6%)이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최근 '호남민심'을 놓고 벌이는 양당의 신경전 역시 점차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열린당은 서울에서 17.4%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국민 80%는 개혁보다 안정' '63%는 분배보다 성장', '50%는 중도'
    사회적 가치 정책 등 현실적 판단에선 보수성향 뚜렷, 20대 70%도 '선(先) 경제성장'

    우리 국민은 '개혁보다는 안정, 분배보다는 성장'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념적으로도 진보·보수,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국민 10명 중 5명(50.2%)은 자신의 이념성향을 묻는 질문에 진보와 보수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라고 답했다. 다소 보수적(24.2%)과 다소 진보적(24.1%), 매우 보수적(0.7%)과 매우 진보적(0.8%)의 비율은 비슷했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진보로 주장한 비율은 남성(30.6%), 화이트칼라(35.9%), 열린당(31.7%), 민주노동당(30.8%) 지지자에서 높게 나타났고 보수는 연령이 높을수록, 또 주부(30.5%)와 민주당(31.0%) 지지자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강원과 대구·경북지역에서 중도성향이, 부산·경남지역에서 보수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와 달리 우리 국민들은 사회적 가치나 정책에 대한 현실적 판단을 내릴 때는 보수색체를 강하게 띠었다. '사회적 분배'(34.8%)보다는 '경제성장'(63.4%)을 우선시 했고 '개혁'(19.2.%)보다 '안정'(80.2%)을 선택했다.

    이는 노무현 정권이 출범모토로 내세운 '개혁'이 과거사 청산이나 재벌구조 개선작업 등으로 인해 오히려 저성장 기조를 나타내며 국민들의 반감을 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사안에 직면했을 때 보수색체를 띤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 해주고 있는 셈. 특히 20대 계층은 자기정체성 규정에는 여러 연령대 가운데 '진보' 비율이 41.1%로 가장 높았으나 '선(先) 경제성장' 지지율 또한 70.5%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돼 이념과 현실과의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대립보다 공존해야 할 상대

    국민들의 과반수(53.9%)는 북한을 대립의 대상이 아닌 공존대상으로 인식했다. 이는 김대중 전 정권 시절의 햇볕정책 이후 대북정책이 포용과 협상 기조로 정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40대(59.0%), 화이트칼라(63.1%), 열린당(61.8%), 민노당(66.3%)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존대상이라는 비율이 높게 조사됐다.

    한반도 주변국에 대한 정서적 선호도에선 미국은 우방 이미지가 강했고, 일본은 한류열풍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이미지가 높게 나타났다. 북한(29.2%)은 미국(38.0%)에 이어 '가장 가깝게 느낀다'는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30대에선 북한에 대한 선호도가 38.0%로 미국(24.1%)을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