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순찰대', 시 자치경찰위원회 특수시책 1호 사업강아지 인식개선·동네 정화 및 치안 등 다수 활동 진행반려견 '리치' 보호자 "반려견 인식 개선 위해 참여 결정""서울시서 올해도 모집…걱정 말고 다른 분들도 도전하길"
  • ▲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의 서울식물원 호수공원에서 만난 반려견 리치의 모습. ⓒ진선우 기자
    ▲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의 서울식물원 호수공원에서 만난 반려견 리치의 모습. ⓒ진선우 기자
    최근 견주와 반려견이 한 팀을 이뤄 동네 곳곳을 산책하며 범죄·생활위험 요소를 살피고 신고하는 '반려견 순찰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반려견 순찰대가 실제 동네 치안 사고를 방지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이들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이 부쩍 높아진 모습이다. 

    지난 2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의 서울식물원 호수공원에서 뉴데일리 취재진은 형광색 조끼를 커플로 맞춰 입은 반려견 '리치'와 견주 A씨를 만났다. 

    밝은 갈색 털을 지닌 푸들 리치(12)는 과거 성인 남성으로부터 학대를 당한 탓에 평소 낯가림이 심하지만 순찰할 때만큼은 그야말로 '강반장'이 따로 없다. 강서구 반려견 순찰 대원들 중에서도 노견이지만 매일 1시간 이상 동네 곳곳을 누빌 만큼 체력은 어느 대원들한테도 밀리지 않는다. 

    특히 리치는 어린 학생들이 차도 등 위험한 곳으로 가면 짖어 위험성을 알리고, 밤엔 인적이 드문 골목길 위주로 순찰하며 초등학생 아이들과 주취자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 
  • ▲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의 서울식물원 호수공원에서 리치가 보호자와 함께 순찰을 돌고 있다. ⓒ진선우 기자
    ▲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의 서울식물원 호수공원에서 리치가 보호자와 함께 순찰을 돌고 있다. ⓒ진선우 기자
    견주 A씨의 역할도 막중하다. 순찰 활동 외에 강아지 인식개선을 위한 동네 정화 활동에도 열심이다. 

    A씨는 이날도 학교와 집 주변을 돌며 쓰레기와 처리되지 못한 강아지 배변을 치우고, CCTV나 비상벨 등이 제대로 관리되고 작동하는지를 확인했다. 

    A씨는 "소소하지만 우리 동네를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활동 중"이라며 "순찰대 활동을 하면서 '동네를 위해 봉사해주셔서 감사하다', '개가 무서웠는데 이젠 괜찮아졌다'는 등의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뿌듯했다"고 웃어보였다.
  • ▲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의 서울식물원 호수공원에서 리치가 보호자와 함께 순찰을 돌고 있다. ⓒ진선우 기자
    ▲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의 서울식물원 호수공원에서 리치가 보호자와 함께 순찰을 돌고 있다. ⓒ진선우 기자
    ▲순찰 외에 동네 정화 활동도…강아지 인식 개선 '앞장' 

    반려견 순찰대의 장점으로 A씨는 봉사활동으로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반려견이란 공통분모를 통해 반려견을 키우는 동네 주민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는 점도 하나의 장점이라고 했다.

    이어 A씨는 "올해도 서울시에서 많은 반려견 순찰대를 모집 중"이라며 "보호자들이 '우리 아이가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하는데 전혀 어렵지 않아 꼭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시험에 합격하려면 "보호자-반려견의 호흡, 반려견 에티켓, 동네를 지키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반려견 순찰대'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시행된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특수시책 1호 사업인 주민참여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은 2022년 5월 서울 강동구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해 9개 자치구로 확대됐고, 최근엔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로 규모를 늘려 운영되고 있다.

    반려견 순찰대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2022년 9개 자치구에서 총 284개 순찰팀이 활동하며 총 1834건의 신고가 있었고, 지난해 8개월 기간 동안엔 112신고(범죄예방) 331건과 120신고(생활위험) 2163건 등이 기록됐다. 폭행·마약 투약 의심 현장부터 폐기물 무단 투기 사례까지 신고 건수는 굉장히 다양하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활동하는 반려견 '쿠로'는 지난해 5월 에서 야간 순찰 중 길에 쓰러져 있는 남성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확인 결과 남성은 전날 실종 신고 된 발달장애인이었다. 

    또 서울 금천구에서 활동하는 반려견 '오이지'는 지난해 5월 길에서 손자를 잃어버려 실의에 빠진 할머니를 도와 수색 20분 만에 인근 연못에서 아이를 찾기도 했다. 

    영등포구에선 한 견주의 반려견 리트리버가 한강에서 투신한 사람을 발견해 구조하기도 했으며, 복실이(반려견)팀은 매일 오후 7시께 한 지하철역 앞에서 스토킹 피해 여성을 만나 집까지 함께 이동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 ▲ 반려견 순찰대 모집 포스터 ⓒ서울시
    ▲ 반려견 순찰대 모집 포스터 ⓒ서울시
    ▲올해 1천팀 추가 선발…반려견 순찰대 활동 저변 확대 

    서울시는 반려견과 산책하며 동네를 순찰하는 '2024년 서울 반려견 순찰대' 참여를 희망하는 반려견과 보호자 1000팀을 3월 15일~4월 11일 신규 모집 중이다. 시는 작년부터 활동 중인 1000팀에 신규 선발된 순찰대를 더해 올해 총 2000팀을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반려견과 보호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1차로 지원 동기와 반려견 등록 여부 등을 심사한 후 1차 합격 팀에 한해 반려견 행동을 평가하는 2차 실습 심사를 진행한다. 2차 실습 심사에서는 ▲보호자 따라 걷기 ▲보호자 명령(앉아, 기다려 등) ▲수행 외부 자극(대인, 대형견)에 대한 반려견 행동 평가 등을 실시한다. 

    반려견 순찰대 사업을 처음 건의한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강민준 경위는 "반려견 순찰대가 전국 최초로 시행하며 비판적 여론도 있었다"며 "그러나 무료 봉사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모두 동네를 위해 열심히 활동해 주셔서 긍정적인 효과가 창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경위는 반려견 순찰대의 장점과 관련해선 "일상적 반려견 산책 활동과 방범순찰을 연계해서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참여가 쉽고 활동이 지속적"이라며 "활동 지역이 우리 동네란 점에서 대원분들이 어디가 취약하고 무엇이 위험한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올해 반려견 순찰대 기존 활동자와 신규 활동자의 활동복을 모두 새로 지급할 예정이다. 

    강 경위는 "정책이 시행된 지 1년이 조금 넘어 홍보나 지원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면서도 "올해는 보다 많은 부분을 순찰팀에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