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사회부총리가 안보인다왜 보건복지부에만 맡겨놓고, 법무부·행안부까지 나오게 하는가?의대생 정원 문제에 교육부는 의견 없는가?인구 문제 등 국가 살림 책임지는 기재부는 아무런 생각 없는가?

  • [편집자 주]  필자는 독일 마르부르크대 의대를 졸업하고 뮌헨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크푸르트대 피부과 교수, 연세대 의대 피부과 주임교수, 아주대 의대 초대학장·의무부총장, 가천대 명예총장, 국제베체트학회장 등을 지낸 의학계 원로(38년 생). 명지대에서 <조선시대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 병변 연구>로 미술사학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의료사태에 대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글을 긴급 기고해왔다.


    ■ 부서서열 2위 교육부의 장관 겸 사회부총리 이주호는 어디 있나?

    의과대학 신입생 증원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그런데도 교육부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습니다.
    의과대학 입학 관련된 사항은 일차적으로 교육부 소관인데 말입니다.

    반면, 의대생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국가고시에서 자격시험을 거친 후에 보건복지부의 담당 영역에 들어오게 됩니다.
    의대생이 의대에 입학하고 6년 후의 일입니다.

    의과대학 입학생 정원을 한해에 2,000명을 더 증원한다면, 각 의과대학은 공간적으로 수용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해당 대학에 충분한 교수 인력은 확보되어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담당하는 부처가 바로 교육부입니다.
    분명 보건복지부는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 문제에 대해 왜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고등학교의 우수 인재들이 의과대학으로 줄을 서는 실정에서 균형 있는 국가발전을 고려해 볼 때, 교육부는 다른 분야와의 불균형이 더욱 심각해지는 문제가 걱정스럽지 않은지 궁금합니다.

    ■ 선임부서 기획재정부의 장관 겸 경제부총리 서상목은 또 어디 있는가?

    또한 더욱 이상한 것은 기획재정부가 너무 조용합니다.
    인구증감에 따른 의료인력의 수급 전망치를 내놓는게 기획재정부의 몫이 아닌가 싶어서입니다.
    인구증감에 따른 범국가적 대비책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야 하는 부처가 바로 기획재정부가 아닌가요?
    기획재정부는 ‘재정’만을 관리하는 부처가 아닐 듯싶어서입니다.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것은 여느 인문·사회학계 단과대학과 그 규모 면에서 차원이 다릅니다.
    의과대학이 있으면, 대학병원이 필수적으로 있듯이, 간호대학이 있어야 하고, 치과대학을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이를 의료원(醫療院, Medical Center) 체계라고 합니다.
    그랬을 때 의료원 운영재정 규모는 한 대학교 총예산의 50%를 상회하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물리적 공간과 예산 규모가 만만치 않다는 뜻입니다.

    서남대학교 의과대학(남원시)과 관동대학 의과대학(강릉시)이 폐교 및 변모된 사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30여 년간 지속된 보건복지부의 적폐

    근래 우리 사회에 일렁이는 의료난맥상은 의료진과 의료소비자인 일반 시민 간의 갈등이라기보다, 젊은 의료진과 보건복지부 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 호도된 부분이 강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분의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라는 류의 칼럼을 여러 번 쓰면서, 오늘 같은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 젊은 의료진이 환자 곁을 떠나고, 전국 교수들이 후배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옹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부에 보내는 강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의료현장에 있다면, 어떻게 운신(運身)하였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의료현장을 분명히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떤 형태로든 항의 대열과 같이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필자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지난 30여 년간 [보건복지부의 행패(行悖)] 가 너무 심하였기 때문입니다.

    ■ 전문의 많다고 마구 칼질 하더니

    전문의 수요를 보건복지부가 어떤 설명이나 근거 자료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한병원협회를 거쳐 해당 학회에 통보하여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갑자기 레지던트(수련의)의 숫자를 무슨 ‘무 자르듯’이 축소하였습니다.
    전문의가 너무 많아서 랍니다.

    결과는 50대~60대 ‘시니어 교수’가 당직을 감내하여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기업의 상무 또는 대표이사가 회사에서 밤에 당직하는 경우와 진배없습니다.
    결과는 50~60대 교수진이 미련 없이 교수직에서 물러나는 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현상은 지방대학이 더 심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정부가 국내 의학 교육계를 ‘난도질’한 셈입니다.
    끔찍합니다.

    한 내과계 교수는 오전 50명, 오후에 50명의 환자를 외래시간에 본다고 합니다.
    이른바 서구 선진국 대학병원 같으면, 20명 환자도 많다고 할 것입니다.
    정부는 여태껏 의사 집단이 모든 측면에서 국내 여러 노동조합보다 훨씬 못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수련병원 인턴·레지던트가 주 80시간 이상 근로·근무하여야 하는 상황에 감독 및 개선책을 마련하였다고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 멀고도 먼 대륙의 어느 병원에서도 비슷한 예는 없을 것입니다.
    너무 부끄럽고 참혹한 현실인데, 이를 정부는 의사 부족에서 온다고 생각하는가 봅니다.
    분명 이는 이른바 ‘의료전달체계(Patient Referral System)’가 붕괴한 결과가 가장 큰 원인인데 말입니다.

    의료전달체계는 바로 정치권이 파괴하였습니다.
    정부가 책임질 사항입니다.

    그런 문제가 있었음에도 국내, 의료계는 인내하며 오늘까지 왔습니다.
    그러니 현 정부라고 믿음이 가겠습니까

    ■ '라운드 테이블' 만들어 논의하라

    그러나 국내 의료계에서도 의사의 양적 수급에 문제가 있다고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에, 대화의 공통분모가 조성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의료대란은 ‘2,000명’이란 숫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건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제시하고, 복지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의료계와 복지부 양자 사이의 협상이 아닌 ‘지시하니 따르라’는 행정조치 수준으로 의료계는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해법을 찾기 위해 기획재정부(경제부총리)와 교육부(사회부총리)가 다른 시각으로 논의하는 ‘라운드테이블(Round Table)’을 마련하고, 거기서 ‘솔로몬의 해법’을 찾아볼 수는 없을까 생각하여봅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만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설득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명언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