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한재민 발굴한 현대자 정몽구 재단, 지난 23일 포럼 개최김대진 한예종 총장,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 성악가 사무엘윤 등 한자리에
  • ▲ 왼쪽부터 김수현 기자, 김대진 총장, 장형준 사장, 사무엘윤 교수.ⓒ현대차 정몽구 재단
    ▲ 왼쪽부터 김수현 기자, 김대진 총장, 장형준 사장, 사무엘윤 교수.ⓒ현대차 정몽구 재단
    인재 육성은 많은 측면에서 좋은 나무를 가꾸는 과정과 유사하다. 옛말에 10년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는 것이 제일(十年之計·십년지계)'이라고 했다. 한 그루의 어린 나무가 어른 나무로 성장시키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 나무를 잘 골라 가꾸면 그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장차 큰 재목이 된다.

    클래식 음악계의 인재 양성도 마찬가지다. 2007년 설립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하 재단)은 '온드림 영아츠', '온드림 앙상블'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재능있는 어린 나무를 발굴한다. 2009년부터 △클래식(피아노·성악·현악·관악) △국악(성악·기악) △무용(발레·현대무용) 등 세 분야의 장학생을 선발해 등록금과 해외 콩쿠르 참가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한재민, 워싱턴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 헝가리무용가협회가 선정한 최고 신인무용수 이유림, 한국인 세 번째로 명문 파리발레단에 입단한 유서훈 등이 재단의 후원을 받았다.

    지난 23일 재단의 공간 플랫폼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K-컬처를 이끌어갈 인재 성장을 위한 '현대차 정몽구 재단 클래식 인재 포럼'이 열렸다. 재단을 비롯한 문화예술 인재들을 지원·후원하는 기관들이 그간의 지원 시스템과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인재 육성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신수정(전 현대차 정몽구 재단 이사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프리세션과 두 개의 토론 세션으로 진행됐다. 포럼의 시작은 노승림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교수가 '음악 영재 지원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우리가 왜 클래식 인재를 지원해야하는지 그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진 첫 번째 세션 '영재 – 성장 – 도약'에서는 모더레이터로 김수현 SBS보도국 부국장이, 토론자는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 사무엘 윤 서울대 성악과 교수가 나섰다.

    토론자들은 "솔리스트로의 성공만 바라보는 '영재 천국' 한국에서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연주를 할 무대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며 "어린 음악가들이 이후에도 평생 음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연주자로서의 삶을 이어가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왼쪽부터 김수현 기자, 김대진 총장, 장형준 사장, 사무엘윤 교수.ⓒ신성아 기자
    ▲ 왼쪽부터 김수현 기자, 김대진 총장, 장형준 사장, 사무엘윤 교수.ⓒ신성아 기자
    김대진 총장은 "영재는 어떤 시스템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본인이 가진 출중한 능력 안에서 성장한다. 예술교육의 목적은 연주를 잘 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다. 축구 대표팀이 해외팀을 불러 평가전을 치르듯이 연주자에게도 실제 무대와 같은 경험과 기회를 많이 부여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김선욱·박재홍 등의 스승이기도 한 그는 "영재의 성장을 위해 할 일은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재는 즉흥성과 창의성이 강하다. 꼭 필요한 부분에서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 자유롭게 두고 관망하는 전체적인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장형준 사장은 "영재라고 부르는 순간 본인은 부담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술의전당은 향후 영재아카데미가 아닌, 음악아카데미로 명칭을 변경할 예정이다"며 "콩쿠르에 맞지 않은 훌륭한 재능의 친구들도 있다. 이런 친구들을 발견해 유명 지휘자에게 소개해주거나 해외 무대와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K-클래식의 현장에서 화려한 협연 무대의 솔리스트나 오페라 주역만이 무대를 빛내는 것은 아니다. 오케스트라 단원, 오페라 주·조역과 앙상블, 지휘자 등 음악을 직업으로 선택한 젊은이들이 그 꿈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도록 적극 도울 수 있는 전문 프로그램, 정부의 정책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 총장은 "콩쿠르에서 1등 하고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사회인으로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되면 다들 교직으로 돌아온다. 나중에 선생이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솔리스트를 꿈꾸던 사람들이다"며 "히딩크가 축구 대표팀을 떠나면서 '해답은 K리그에 있다'고 했다. 국내 연주계가 연주 활동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되고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성악을 공부한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서울대 성악과 교수)은 "한국은 교직 없이 연주로 생계를 영위할 수 있는 사람은 1%도 안 된다. 음악가들이이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 음악으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사회가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 왼쪽부터 김현미·성재창 교수, 위재원·김송현 장학생.ⓒ현대차 정몽구 재단
    ▲ 왼쪽부터 김현미·성재창 교수, 위재원·김송현 장학생.ⓒ현대차 정몽구 재단
    한편, 세션 2에서는 '온드림 영아츠'를 통해 재단의 장학생들을 지도하는 김현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기악과 교수, 성재창 서울대학교 관현악과 교수가 참여해 재단 장학생인 피아니스트 김송현,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 첼리스트 이근엽과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위재원은 "다른 학교와 다른 전공의 음악도들, 교수님들과 함께 한 자유로운 예술적 교류가 평생의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송현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그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진정성있는 지원을 이어가주는 재단의 장학생인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재단은 기존 장학사업을 새롭게 개편해 2021년부터 5년간 △글로벌 △미래산업 △국제협력 △사회혁신 △문화예술 △사회통합 등 6대 분야에서 1100명의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향후 변화하는 시대상과 인재상을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수혜 대상과 분야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