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테너' 14일 '일뤼미나시옹' 공연, '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프로그램
  • ▲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Warner Classics
    ▲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Warner Classics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59)가 '일뤼미나시옹'라는 제목으로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이안 보스트리지는 세계의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날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의 '일뤼미나시옹'을 들려준다.

    '일뤼미나시옹'은 프랑스의 천재 시인인 랭보의 동명 시집에서 발췌한 9개의 산문시에 브리튼이 곡을 붙였다. 높은 음역 성악과 현악을 위한 편성으로 작곡됐기 때문에 테너뿐 아니라 소프라노의 무대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보스트리지는 2005년 베를린 필하모닉의 멤버들과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동명의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브리튼은 독특한 방식으로 랭보를 조명했다. '일뤼미나시옹'은 단어의 뜻을 몰라도 듣는 것만으로 이해되고 마음을 끄는 소리의 세계가 있다"며 "또 환각적 이미지로 가득하다. 관능적이고 재미있으면서 어둡기도 한, 인간사를 거울처럼 온전히 담고 있는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모가 큰 음악이지만 슈베르트, 슈만 못지않게 세세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저는 오랜 시간 여러 단체들과 이 곡을 연주했는데 해석은 매 연주마다 다르다. 예전보다 제 목소리가 더 어둡고 커졌는데 그런 점이 음악에도 변화를 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Warner Classics
    ▲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Warner Classics
    2017년부터 이어온 '힉 엣 눙크(Hic et Nunc)'는 국내 대표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매해 개최하고 있다. 라틴어로 'Here and Now(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뜻으로, 느낌표를 더해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올해는 11월 9~22일 총 6개의 메인 행사와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제 주변에는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일해본 동료들이 많이 있고, 그들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축제를 위한 연주는 훌륭한 음악가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기 때문에 늘 즐겁다. 각기 다른 배경과 문화를 가진 연주자들이 모여 음악을 통해 정치·이상·예술이 하나로 이어지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보스트리지는 '노래하는 인문학자', '박사 테너'로 불린다. 옥스퍼드 대학과 캠브리지 대학에서 각각 철학·역사학 박사 학위를 딴 그는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중 어린 시절 꿈인 성악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1993년 29세의 다소 늦은 나이에 영국 위그모어 홀에서 데뷔했으며, 1998년에는 그라모폰 베스트 솔로 보컬상을 받았다.

    자신의 수식어에 대해 "제가 두가지 경력을 다 쫓던 시기에 음악계에서는 노래 잘하는 박사 정도로 알려지고, 학계에서는 음악으로 외도하는 박사 정도로 생각되던 시점도 있었다. 하지만 제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던 시점에는 이런 표현들로 인해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데에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고 밝혔다.

    보스트리지는 한국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2004년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와 함께 처음 방문한 이후 여러 차례 공연을 가졌으며, 서울시향의 2018년 '올해의 음악가(Artist-in-Residence)'에 선정되는 등 꾸준하게 국내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세계 어디에도 한국처럼 음악에 목말라하고 열광하는 젊은 청중은 없다. 몇 년 전에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공연을 했는데, 연주홀은 물론 반짝이는 바다 위의 무수한 푸른 섬까지 아름다웠다. 한국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다. 더 많은 곳을 찾아 가서 연주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