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어민 귀순 의사 밝혔음에도 강제로 北에 돌려보내도록 시킨 혐의정의용 측 "보복 목적으로 정치적 수사였다는 평가 정확했음을 증명"
  • ▲ 지난 12일 통일부가 공개한 2019년 11월 탈북어민 강제북송 현장 모습이 촬영된 사진. ⓒ통일부
    ▲ 지난 12일 통일부가 공개한 2019년 11월 탈북어민 강제북송 현장 모습이 촬영된 사진. ⓒ통일부
    '탈북 어민 강제북송'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재인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이었던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28일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 노 전 실장, 김 전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국정원 등이 고발해 수사에 착수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이들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관계기관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를 받는다. 탈북 어민이 국내 법령과 절차에 따라 체류 상태에서 재판 받을 권리 등을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도 있다.

    서 전 원장은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의 조사 결과 보고서상 탈북 어민들의 귀순 요청 사실을 삭제하고, 중앙합동정보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조사가 종결된 것처럼 기재하는 등 허위보고서를 작성해 배포하게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도 받는다.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은 공모해 강제북송 방침에 따라 중앙합동정보조사를 중단, 조기 종결하도록 해 조사팀의 조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탈북 어민 강제북송'사건은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대한민국으로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강제북송된 사건이다.

    귀순한 탈북자도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간주하는 국내법과,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 등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 주민을 북으로 돌려보낼 때는 대한적십자사가 인계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당시 경찰특공대가 호송을 맡는 등 이례적 상황을 보이며 논란이 확산했다.

    통일부는 지난해 7월 탈북어민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송환될 당시 촬영한 4분가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포승줄에 묶인 탈북어민이 양쪽 어깨를 붙잡힌 채 이동하는 모습이 생생히 담겼다.

    한 어민은 군사분계선 근처에 다다르자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땅에 찍는 등 자해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소된 정 전 실장은 검찰의 보복 목적 수사라고 반발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이날 낸 성명에서 "검찰의 기소는 편향되고 일관적이지 못한 잣대에 의한 것"이라며 "정권교체 후 보복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수사였다는 세간의 평가가 정확했음을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은 이어 "흉악살인범을 북한으로 송환한 행위가 무조건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반한다는 검찰의 논리는 헌법을 단선적으로 바라보는 것이고, 평화와 대결이 교차하는 남북관계를 대결적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