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의과대학 부설 동물병원서 '곰이·송강이' 산책 모습 촬영돼"文 파양한 개 맞으냐"는 질문엔… 수의사 "확인해 줄 수 없다""文이 개들 데리고 있으면 위법" 탁현민·윤건영 주장 사실과 달라현행법에 '타 기관이 대통령 선물인 동물 이관 받아 관리 가능' 규정
  •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12일 청와대에서 영국 BBC와 인터뷰하며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소개하고 있다.ⓒ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12일 청와대에서 영국 BBC와 인터뷰하며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소개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파양한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의 모습이 포착된 가운데, 수컷 송강이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는 전문가 소견이 나왔다.

    9일 조선닷컴은 대구시 소재 경북대 수의과대학 부설 동물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있는 곰이와 송강이를 포착했다.

    두 마리는 오후 2시쯤 병원 앞뜰로 산책을 나왔다. 이 병원은 입원한 개들 가운데 산책이 가능한 상태의 개들을 하루 3회씩 산책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들은 산책을 시작하며 개들에게 "송강아, 곰이야 가자"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개들이 문 전 대통령이 파양한 개가 맞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조선닷컴에 따르면, 병원 측이 곰이와 송강이를 데리고 병원 앞뜰을 반 바퀴 돌 동안, 곰이는 꼬리를 위로 동그랗게 말아올린 상태로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에 비해 송강이는 꼬리에 힘도 덜 들어가 있고 어딘가 위축된 모습이었다. 

    촬영 영상을 본 현직 수의사 A씨는 "수컷 풍산개는 몸 상태라든지 컨디션이 어딘가 약간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文, 8일 경남 사저에서 풍산개들 내보내… 파양 선언 하루 만

    이들 개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정부에 선물한 개다. 문 전 대통령은 4년간 청와대와 사저에서 이 개들을 키워 오다 하루 전인 8일 경남 양산 사저에서 내보냈다. 

    문 전 대통령 측이 개 관리비 예산 지원에 관한 근거법령 처리 지연을 문제 삼으며 파양 선언을 한 지 하루 만이었다. 

    경북대 관계자에 따르면, 8일 대통령기록관 관계자 4~5명이 승합차로 이 개들을 병원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개들은 이 병원에서 수일간 검진 받은 뒤 다른 위탁기관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전례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재임 기간 선물로 받은 동물은 대부분 서울대공원이 위탁 받아 관리해왔다.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 비서실은 성명을 통해 "곰이와 송강이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 관리비 예산 지원'을 위한 시행령 개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탁현민 전 청와대 비서관과 윤건영 민주당 의원 등 문 전 대통령 측근들은 '정부가 법령 개정을 지연한 탓에 문 전 대통령이 개를 데리고 있는 자체가 위법인 상황'이라는 주장을 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행 법령에도 전직 대통령 비서실 같은 '타 기관'이 대통령 선물인 동물을 이관 받아 관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현행 법령에 없는 것은 '예산 지급' 조항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 5월9일 자신이 임명한 대통령기록관장과 협약해 개 관리비를 예산으로 지급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대통령기록관이 당초 만든 예산 지원안(案)에 따르면, 사료비로 35만원, 의료비로 15만원, 사육·관리 용역비로 200만원씩 총 250만원을 매달 지원하는 안이었다.

    현 정부에서는 그러나 이 같은 안에 의문을 제기했고, 후속 작업이 지연됐다. '애정이 있어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 돈을 받는 위탁관리라면 차라리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이 맞지 않으냐'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은 8일, 전날의 개 반납 발표를 실행에 옮겼다.

    文 "이제 그만들 합시다"… 직접 입장 밝혀

    한편 문 전 대통령은 9일 페이스북에 직접 입장문을 내고 "지난 6개월간 대통령기록물인 반려동물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풍산개 반환이 정치적 논란이 된 상황과 관련해 "왜 우리는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이처럼 작은 문제조차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흙탕물 정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인지, 이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 해서 무얼 얻고자 하는 것인지 재주가 놀랍기만 하다"고 불편한 심경도 드러냈다.

    문 전 대통령은 "해결책은 간단하다"며 "관리위탁을 하지 않기로 하고 풍산개들을 원위치시켜 현 정부의 책임으로 적절한 관리방법을 강구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제 그만들 합시다"라며 "내게 입양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현 정부가 책임지고 반려동물답게 잘 양육 관리하면 될 일이다. 또한 반려동물이 대통령기록물이 되는 일이 또 있을 수 있으므로 이번 기회에 시행령을 잘 정비해두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