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15일 “돈바스 지역서 러시아인 집단학살” 주장한 뒤 러 국영매체·SNS서 관련 주장 확산백악관·국무부 “학살 주장은 사실무근…피해자 자처하며 다른 나라 침략하는 게 러시아 특성”
  • ▲ 루한스크 지역의 한 유치원. 우크라이나 군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먼저 공격해 왔으며 이로 인해 유치원 등 민간시설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군이 공개한 피해 유치원 내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루한스크 지역의 한 유치원. 우크라이나 군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먼저 공격해 왔으며 이로 인해 유치원 등 민간시설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군이 공개한 피해 유치원 내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 국영매체들이 “우크라이나가 분리주의 반군 점유지역을 선제공격했다”는 보도를 계속 내놓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5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인을 집단학살 하고 있다”고 주장한 뒤 SNS에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인을 집단학살 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돌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우리가 먼저 공격받았지만 응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기 위한 명분을 얻으려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러 국영매체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반군 선제공격”

    타스 통신과 스푸트니크 통신 등 러시아 국영매체들은 17일(이하 현지시간)“우크라이나가 새벽부터 돈바스 지역에 대한 선제공격을 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우크라이나 군이 이날 오전 4시 32분과 6시 42분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를 향해 박격포, 유탄발사기, 기관총으로 선제공격을 가했다”는 분리주의 반군들의 주장을 전했다. 매체들은 “또한 우크라이나 군은 16일 도네츠크 남부 자이첸코를 향해 4차례 포격을 했고, 17일 오전에도 루한스크 지역에 4차례 포격을 가했다”는 분리주의 반군들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역 반군들은 또 “우크라이나 군이 우리 공화국 9개 마을을 2시간 동안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영매체들은 이 소식도 그대로 인용보도 했다.

    돈바스 정전감시단 “16일 밤부터 17일까지 휴전선 따라 500회 폭발 포착”

    러시아 국영매체는 “휴전선 일대에서 수백 회의 폭발을 포착했다”는 돈바스 정전감시단 관계자의 말도 앞세웠다. 우크라이나와 루한스크·도네츠크 분리주의 반군, 러시아는 2015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중재로 휴전협정(민스크 협정)을 맺었다. 이후 돈바스 지역에는 OSCE 소속 정전감시단이 주둔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야샤르 할릿 체비크 OSCE 우크라이나 특별감시단 단장은 지난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16일 밤부터 17일 오전 11시 20분까지 휴전선 일대에서 500회의 폭발을 포착했다”며 “이후 17일 오후에도 30여 건의 폭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 ▲ 루한스크 최전방 초소에서 경계를 서는 우크라이나 군.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루한스크 최전방 초소에서 경계를 서는 우크라이나 군.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국영매체의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은 “우리가 먼저 공격한 게 아니라 오히려 반군 측에서 122밀리미터 포 등 민스크 협정에서 금지한 무기로 공격해 왔고, 이로 인해 유치원이 파괴되는 등 민간 피해도 발생했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반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 러시아인 집단학살 중”…가짜뉴스 퍼뜨리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반박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를 공격한다”는 주장을 계속 펴고 있다. 특히 SNS에서는 ‘우크라이나 군의 러시아인 집단학살’ 주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정치인들의 주장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인 집단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민스크 협정을 통해 돈바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치조프 유럽연합(EU) 주재 러시아 대사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돈바스든 어디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인을 살해한다면 우리가 반격한다고 해서 놀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 “우크라의 러시아인 학살 주장은 가짜깃발 작전…침략 구실 삼으려는 의도”

    그러나 서방진영은 러시아가 민간인 학살을 주장하는 것을 두고 피해자를 자처해 우크라이나 침략의 구실을 만들려는 의도라고 지적한다. 2차 세계대전 초기인 1939년 11월 핀란드 침략 때부터 2008년 8월 조지아 침략, 2014년 2월 크림반도 침략 때도 러시아는 러시아인이 공격 받았다는 주장을 편 뒤 침략을 했다고 서방진영은 지적한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 16일 “최근 러시아 언론들이 SNS에서 확산되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계속 보도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략 명분을 쌓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러시아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러시아는 2014년 2월 크림반도 합병 때도 우크라이나가 이곳의 친러 세력을 학대한다는 거짓 주장을 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도 이에 동의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주장에 대해 “가짜깃발 작전”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을 위한 구실을 삼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키 대변인은 앞서 14일 브리핑에서도 “러시아가 이미 위장전술(가짜깃발 작전)을 실행할 공작원들을 압바스 지역에 보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그들은 시가전과 폭발물 훈련을 받은 특수공작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