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바꾼다면서 불법적 적폐청산 문제는 외면
  • 얼마 전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기자들Q’가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언론학회와 공통으로 미디어 정책 공약 관련 질문을 마련해 4명의 대선후보 캠프에 전달하고 답변을 들은 내용을 기사화한 것을 읽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 포털 규제 강화 문제에 대한 입장, 공영방송지배구조 변경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한 것이었다.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4명의 후모들이 내놓은 대안들이 포괄적이고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들이라 따로 분석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한 가지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는데 바로 공영방송지배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 문제였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필요하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모든 후보들이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재명은 “임기 내 개선을 완수하겠다”고 했고 심상정은 “최우선 언론 정책으로 이행하겠다” “방통위에 200명의 이사추천국민위원회를 구성해 공영방송 이사를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했고 안철수는 “공영방송 이사의 수를 30~50명으로 늘리고 사장은 사추위를 구성해 3분의2이상 찬성을 받은 사람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윤석열은 “KBS의 경우 여야 7대6 추천, 이사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사장 선임이 가능한 특별다수제를 도입하겠다”며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추천위 구성은 정치적 편향 부작용이 있다”고 밝혔다.

    이 중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해 보이는 대안은 물론 윤 후보의 특별다수제 도입이다. 언론노조 중심의 온갖 언론단체들은 흔히 공영방송지배구조 변경에 있어서의 핵심이 정치권력 개입의 배제 내지 최소화라고 주장하지만 이건 절반만 맞는 얘기다. 어쩌면 현재 언론지형에서는 완전히 틀린 얘기일 수도 있다. 그나마 공영방송 이사회의 정치권력 여야 배분 구조가 한쪽 일방의 독주를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구실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KBS 양승동 사장과 MBC 박성제 사장은 모두 사장 선출방식에 시민참여형 모델을 도입해 뽑아 놓은 공영방송 사장들이다. 이 두 사람이 역대 어떤 사장보다 더 공정하고 중립적인 사장이라고 아무도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와 정반대로 특정 정치세력에 기운 역대 최악의 불공정하고 편협한 사장이라는 평가가 진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임기 내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을 완수하겠다는 이재명은 물론 200명의 이사추천국민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심상정이나 이사 수를 50명까지 늘리고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안철수의 답은 모두 쓸데없는 위원회를 만들어 불필요한 비용만 증가시킬 뿐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이사추천국민위원회나 사장추천위원회 등에 현재 친여권 세력, 다시 말해 언론노조 동조세력이 대거 들어가 공영방송의 정치적 편향성과 정파성을 더욱 부추기는 ‘개악’일 뿐이다.

    공영방송 불법적 적폐청산 보복사태, 방관해도 되나

    표면상 정치권력 개입의 축소로 보이나 정치권력과 한편처럼,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는 특정 성향 언론·시민단체·언론학계 인사들이 이추위, 사추위 등 온갖 위원회를 통해 소위 시민권력을 행사하도록 돼 있어 아이러니하게 정치권력 예속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필자는 이번에 언론인들이 대선주자들에게 꼭 물어야 할 것을 묻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문재인 정권이 자행한 공영방송 적폐청산을 빙자한 최악의 보복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겠느냐는 질문이다. 각 대선 후보들에게 강규형 전 KBS 이사의 불법해임 사건과 같은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장치를 마련하겠냐고 묻는 것이다.

    공영방송 적폐청산의 불법성을 재확인해주는 사례가 또 있다. 문 정권 출범 후 들어선 MBC 경영진이 소위 적폐청산 과정에서 조기 송환됐던 강 모 특파원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최종 승리한 결과가 지난달 법원에서 확정된 사건이다.

    강 모 기자는 전임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면서 느닷없이 도쿄특파원 부임 7개월만에 사실상 강제 소환됐다. 그때 MBC는 특파원 평가위원회라는 희한한 위원회를 열어 ‘특파원 전원 소환’을 결정했고 12명의 특파원이 소환됐는데, 이 회의에 현 MBC 사장 박성제 당시 취재센터장, 정형일 전 보도본부장과 한정우 전 보도국장 (현 강원영동 사장), 도인태 전 보도국 부국장 (현 미디어전략본부장), 민병우 전 편집센터장 (현 플레이비 이사), 홍우석 전 뉴스콘텐츠센터장 (현 MBC 아트 이사) 등 6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다른 특파원들도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날벼락을 맞았던 강 모 기자는 돌아와서도 업무에서 배제되며 사실상 왕따를 당하는 온갖 수모를 겪었다고 한다. 자신이 해직기자 출신이었으면서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 언론노조원 출신 후배들을 표적삼아 해고징계 등 마구자비 칼부림 보복을 한 게 바로 최승호 전 사장과 경영진이었다.  

    물론 최승호와 경영진은 특파원 제도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보복징계를 덮으려는 변명에 불과하다. 강 기자를 포함한 해외특파원들이 비상식적인 조기소환을 당한 뒤에도 다른 기자들과 함께 비보도 부서에 배치되며 모욕적인 허드렛일을 하라는 부당한 지시들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법원이 MBC 책임을 인정하고 강 기자 특파원과 가족 1년 체재비와 자녀장학금, 위자료를 포함해 5786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강규형 전 KBS 이사만큼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 공영방송지배구조 문제와 함께 대선주자들이 관심 가져야 할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현 공영방송지배구조가 빚어낸 또 다른 비극이기 때문이다. 언론단체가 대선주자들에게 공영방송지배구조 개혁 문제를 묻는다면 반드시 이 문제도 함께 물어야 한다.

    그럼에도 다수 언론인들이 희생된 공영방송의 불법적 적폐청산 문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언론학회가 과연 상식있는 단체이며 언론정신이 살아있는 단체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참 어처구니없고 한심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