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ess - 시간의 배' 12월 10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 ▲ 16일 열린 피아니스트 김정원 한국 데뷔 20주년 콘서트 기자간담회.ⓒ크라이스클래식
    ▲ 16일 열린 피아니스트 김정원 한국 데뷔 20주년 콘서트 기자간담회.ⓒ크라이스클래식
    "사실 20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다. 그저 음악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되새기며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한 번쯤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싶었다. 어제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배턴을 넘겨주며 그렇게 빨리 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더 높이 오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느덧 중견 피아니스트가 된 김정원(46)이 한국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Timeless(타임리스) - 시간의 배'라는 제목으로 12월 10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연다.

    김정원은 "음악은 내게 있어 부동의 1순위고 삶의 전부라고 여겼다. 그 동안 저는 성장과 동시에 소모돼 왔다. 이제는 흐르는 시간과 이치에 순응하며 자연스럽게 변화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제 음악을 아껴주시는 분들과 함께 다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고 싶다"고 지난날의 소회를 털어놨다.

    이날 프로그램은 협주곡과 연탄곡처럼 '함께 하는 음악'들로 채워졌다. 타이틀인 'Timeless-시간의 배'에 대해 그는 "인생은 정해진대로 흘러가는게 아니라 시간의 배를 끝없이 항해하는 것"이라며 "시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로 나눠져 있지 않다고 생각해 '타임리스'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콘서트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제프 바이어의 발레음악 '코레아의 신부' 중 전주곡과 결혼식 군무로 시작한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지휘자 아드리엘 김이 올해 창단한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이 맡았다. 이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와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연주한다. 두 곡 사이에는 후배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를 들려준다.

    김정원은 "처음엔 독주회를 기획했지만, 음악과 함께하는 사람들 덕분에 지난 세월을 살아왔기에 공연 구성을 바꿨다"며 "예원학교 1년 후배인 아드리엘 김은 지휘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피아노 연주 등 재능이 많다. 임동혁은 저와 나이 차이는 나지만 제 음악인생에서 특별한 동료로, 이번 협연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 ▲ 16일 열린 피아니스트 김정원 한국 데뷔 20주년 콘서트 기자간담회.ⓒ크라이스클래식
    ▲ 16일 열린 피아니스트 김정원 한국 데뷔 20주년 콘서트 기자간담회.ⓒ크라이스클래식
    김정원은 1991년 15세에 음악의 수도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났다. 빈 국립음대와 프랑스 파리 고등 국립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마쳤으며, 유럽에서의 활발한 연주활동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 쇼팽 콩쿠르에서 결선 진출엔 실패했지만 한국인 최초로 본선 3차까지 올라갔다. 당시 그의 연주를 인상적으로 들은 심사위원들은 콩쿠르 우승자를 위한 연주회에 우승자 대신 그를 초청해 유럽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런 소식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김정원은 2001년 10월 LG아트센터에서 국내 데뷔 리사이틀 가졌으며, 공연 한 달 전에 이례적으로 매진을 기록했다. 이후 공연장에는 팬들이 선물과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는 등 클래식 음악계 최초로 오빠 부대를 몰고 다녔다.

    김정원은 "1부에서는 40여분의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2부엔 쇼팽 스케르초 4곡을 모두 연주했다. 25살의 젊은 패기가 넘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때 만난 팬들이 50~60살이 돼서도 지방공연까지 와주실 정도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며 데뷔 무대를 회상했다.

    빈에 머무르며 한국을 오가던 그는 2009년 경희대 음대 피아노과 교수로 초빙되면서 한국에 자리 잡았으며, 2017년까지 교편을 잡았다. 드라마 '옛날의 금잔디' '푸른 안개' '은실이' 등을 쓴 이금림 작가의 아들이기도 한 김정원은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가 마침 교수 제안이 들어왔다. 학교에서 배운 것도 많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김정원은 네이버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 'V 살롱콘서트'(2017~2018), 롯데콘서트홀 기획공연 '김정원의 음악신보'(2017~2019) 등을 통해 클래식 대중화에 기여해 왔다. 2017년에는 회사 크라이스 클래식을 설립해 성악가 연광철, 작곡가 김택수 등의 앨범을 기획·제작했다.

    "연주자가 카메라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다른 연주자를 인터뷰하고 음악을 소개하는 게 흔치 않지만 제 적성에 맞았다. 미술관에 큐레이터가 있어서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듯이, 대중에게 더 사랑받아야하는 연주자나 음악이 있다면 적극 알릴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김정원은 "나이가 들수록 암보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예전보다 손이 느려진다. 무거운 레퍼토리를 연주할 때는 끝까지 방전되지 않고 내려올 수 있을까 걱정도 든다. 이런 면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노화가 퇴보하는 게 아니라 더 깊어지고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