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에 생각 다른 美 바이든… 文대통령과 대화에 부담 가진 듯日 기시다 총리, 文 만날 의지조차 없어… '文 임기 내 관계 회복' 어려울 것
  •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서 기대한 한미·한일 정상회담이 모두 불발됐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에는 종전선언 제안과 관련한 동력을, 일본에는 과거사 문제 해법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지만, 미국과 일본 모두 문 대통령을 만나 얻을 수 있는 소득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文의 종전선언 제안이 부담스러운 미국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시에 참석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의 만남은 지난달 30일 G20 정상회의 행사장에서 선 채로 2분여 인사한 것과, 31일 공급망 회복과 관련한 회의에서 잠시 대화를 나눈 것이 전부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종전선언을 꾸준히 제안하는 문 대통령과 대화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전선언에 관한 양국의 견해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말 브리핑을 통해 ‘종전선언'과 관련한 질문에 "한·미는 종전선언과 관련한 각각의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대중국 압박에 '올인'하는 미국으로서는 다자외교 무대에서 실효성 없는 '종전선언'을 테이블에 올릴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일 "정상회담은 열매를 따서 국민께 보고 드리는 자리"라며 "실무적 대화가 오가는 중이기 때문에 양국 정상이 굳이 만날 타이밍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문 대통령 만날 의지조차 없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는 대면조차 하지 못했다. 두 정상의 동선이 겹치는 부분이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가 말하는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애초부터 문 대통령을 만날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시다 총리는 2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등과 양자회담을 가졌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과도 회담을 했다.

    한·일 정상이 얼굴을 마주한 것은 2019년 12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와 만난 것이 마지막이다.

    이 때문에 임기를 6개월여 남긴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일본과 관계개선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靑 "다자회의 본질에 집중해야"

    박 수석은 3일 한미·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됐다는 지적에 "왜 '불발'이라고 표현하느냐. 프레임을 바꿨으면 좋겠다"며 "다자회의는 다자회의의 본질에 집중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이슈들이 워낙 글로벌 이슈 아니냐"고 반문한 박 수석은 "코로나 팬데믹의 문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되는 문제, 질병·기아·경제 문제, 공급망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다자회의에 가서 꼭 남북 문제, 또 일본 문제를 둘러싼 주변 4강외교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다자회의의 특성과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수석은 이어 "이번에 만남이 이루어졌으면 좋았겠지만, 다 만나실 때가 있을 것이고, 그 길을 향해서 가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