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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 칼럼]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보안관이 그립다

'무법천지' 美 서부개척시대… 오늘날 대한민국과 닮아
범죄자 일망타진하는 '정의의 보안관', 현실 등판 기원

이철영 칼럼니스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2021-10-14 09:48 | 수정 2021-10-14 14:48

▲ 실존 인물인 연방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가 '툼스톤'에 정착한 이후의 삶을 각색한 영화 '툼스톤'. ⓒ툼스톤(Tombstone, 1993) 포스터(네이버 영화)

19세기 미국 서부의 총잡이 무법자로 악명을 날렸던 '빌리 더 키드(Billy the Kid)'는 21세의 나이에 보안관(Sheriff)의 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1881년) 그를 살해한 보안관 팻 개리트(Pat Garrett)의 총이 지난 8월 경매에서 무려 600만 달러에 낙찰됐다.

어린 시절 필자의 우상은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보안관이었다. 영화 ‘OK목장의 결투(1957)’의 ‘와이어트 어프(Wyatt Earp)’나 ‘하이눈(1953)'의 ‘윌 케인(Wil Kane)’처럼 정의를 위해 총잡이 악당들과 목숨 걸고 싸우는 보안관들 가슴에 번쩍이는 별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현재도 영연방국가들을 중심으로 보안관제도가 존속되고 있으며, 미국에도 50개 주 중 48개 주 각 ‘카운티(county)’에서 보안관이 카운티의 평화유지와 법집행자 역할을 맡고 있다.

각종 불법, 부정, 억지, 궤변이 판치고, 법을 다루는 자들까지 악당이 되거나 악당 편이 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범죄의 현장에서 범죄자를 일망타진하는 미국 서부개척시대 보안관의 모습이 새삼 눈에 선하다. 총이 우선이던 당시의 악당 세계에서도 상대를 뒤에서 쏘는 건 불명예이고 상대와 당당하게 결투로 승부를 내는 나름의 원칙과 정당성이 있었다. 그런 원칙이 있었기에 총잡이들의 무법천지 속에서 보안관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요즘 ‘대장동 사건’ 관련 논란들을 지켜보자면 불법과 합법, 정의와 불의, 선과 악의 구분조차 헷갈린다. 대장동 개발 당시 직책상 최상위에 있었고 대장동 개발의 “설계자”를 자처하며 스스로 자신의 “최대 치적”이라고 한 이재명 지사는 민주당대선후보로 확정되자마자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들에 대해 ‘대장동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외쳤다. 일단 ‘게이트’라고 칭한 것은 대장동 개발에 불법 또는 비리가 개입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한 여권과 여당 대선후보의 주장은 마치 강도와 짜고 금고열쇠를 강도에게 넘겨준 은행장이 금고털이 사건이 터지자 강도로부터 금고털이한 돈을 조금 얻어 먹은 사람을 찍어내 금고털이 범인이라고 외치는 꼴이 아닌가? 과거 친형과 형수에게 퍼부은 쌍욕에 이어 ‘대장동 게이트’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인물을 대한민국의 대통령후보로 뽑는 국민들이 신기하고 의아하다.

‘대장동 게이트’가 떠들썩해지기 전인 작년부터 대장동 개발 의혹과 화천대유의 지분구조, 배당금 배분 방식 등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민원이 수차례 있었지만 성남시청이 “이 사업은 적법하다”며 묵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다가 검경이 수사에 착수하자 민원 제기 10개월만인 최근에 “민간업자들의 대장동 폭리에 대응할 것”이라며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민원 제기자들로부터 성남시청이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성남시의 “적법하다”던 주장이 무색하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뇌물·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되었고,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가족·친척 명의로 천문학적 금액의 배당금을 받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간업체의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당시 ‘결재권자’의 인지 또는 지시가 있었는지 등 사건의 전말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그럼에도 경찰과 검찰이 ‘대장동 게이트’ 수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우선, 대장동 개발은 이재명 지사의 성남시장 재직시에 이루어진 것임에도 성남시에 대한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 비단 이 사건뿐만은 아니지만, 검경의 압수수색은 증거인멸과 은닉에 충분한 시간을 주고 뒤늦게 이뤄지고 있고, 피의자나 참고인들은 육성 녹음파일과 회계자료 증거 등이 나와도 부인, 궤변, 말바꾸기, 모르쇠로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이 지사는 대선후보 확정 직후 연설에서 “당선되면 부동산 대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당선되면 ‘대장동 게이트’를 야당의 책임으로 몰아놓고 자신의 ‘부동산 대개혁’ 치적으로 돌리겠다는 것일까? 그런 의도로 ‘대장동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미리 못박은 것일까?

이런 와중에 민주당 대선후보경선 결과 발표 직후 이낙연 후보측이 당 결정의 잘못을 지적하며 결선투표를 요구했지만, 하루만에 사태는 일단 진정됐다. 이재명 후보 확정 축하 메시지를 직접 냈던 문 대통령이 여당후보 국민선거인단 3차투표 결과에 놀라서인지 불과 이틀 뒤 “대장동 사건 철저수사”를 지시한 의중도 궁금하다. 또한 문 대통령이 이 후보와 조만간 회동하겠다는 메시지는 ‘꼬리 자르기’ 의도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요지경 속 ‘대장동 게이트’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검경이 합동으로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 하더라도 이들이 여당 대선후보를 소신껏 수사할지도 의문이다. 결국 신속, 공정하게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은 특검뿐이다. 대선을 5개월 앞두고 시간이 촉박하다는 여권의 주장은 특검을 피하려는 핑계로 들릴 수밖에 없다. 피의자들의 육성녹취파일이 있고 ‘대장동 게이트’ 관련자들의 상호 갈등관계를 감안한다면 2014년 제정된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몀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특검으로 단기간에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건 우리 사회가 언어도단의 언행들이 유권자로부터 용인되고 박수까지 받는 괴물사회로 타락한 탓인지 모른다. 최근에는 이재명 지사에 대해 “대장동 의혹 특검 가자”는 ‘청와대국민청원’이 하루만에 동의자가 5만명이 넘자 다음날 ‘청원 요건에 위배된다”며 청와대가 이 청원을 ‘비공개’ 처리해버린 일도 있다.

지난 4년여에 걸쳐 정부의 안보 파괴와 경제 폭망, 갈팡질팡 코로나 방역대책, 청와대의 내로남불식 공위공직자 인사, 국회의 날치기 입법독재, 사법부의 타락과 21대 4.15 총선 선거 부정 의혹 고발사건들에 대한 대법원의 직무유기 등으로 국민을 혼란과 분열로 몰아가면서 문재인 정부의 방약무인한 독재는 거침이 없다.

2차대전 말기 연합군 기갑부대와 독일군과의 전투를 주제로 한 영화 '퓨리(Fury)(2014년 개봉)'의 주인공인 기갑부대장이 사격을 거부하는 신병에게 “이상은 평화적이지만 역사는 폭력적이다(Ideal is peaceful, but history is violent!)”라며 호통치는 모습이 떠오른다. 10억불을 털어간 은행강도들의 은신처를 찾아가 권총으로 이들을 일망타진하는 보안관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국민들의 냉정한 판단만이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는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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