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2022 국방수권법 공개… '주한미군 감축 제한 규정' 3년 만에 삭제돼전문가들 “전략적 유연성 증가… 동맹 강화돼 미군 철수로 연결 안될 것”전망
  • ▲ 미국 의회 의사당 '캐피톨 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 의회 의사당 '캐피톨 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하원이 2022년 국방수권법(NDAA)에서 3년 만에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을 삭제했다. 미국 하원의원 6명이 지난 6월25일(이하 현지시간) 주한미군 감축 제한 법안을 발의한 뒤 나온 결과여서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국내에서는 3년 동안 국방수권법에 포함됐던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갑자기 사라지자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7440억 달러 2022년 국방수권법 공개… 주한미군 감축 제한 빠졌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민주당의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이 30일 7440억 달러(약 863조6350억원) 규모의 2022년 국방수권법안(NDAA)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날 공개된 스미스 위원장 명의의 법안에는 전년도까지 3년 연속 포함됐던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분담금협상 등을 명분으로 주한미군 철수 이야기를 꺼내자 2019년 국방수권법부터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을 삽입했다. 정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하려면 의회를 설득해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2019년과 2020년 감축 제한 한도는 2만2000명, 2021년 감축 제한 한도는 2만8500명이었다. 이 같은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에 반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 국방수권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국내외에서는 2022년 국방수권법에도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6월25일 공화당 마이크 갤러거 의원과 민주당 앤디 김 의원 등 6명의 하원의원이 주한미군 감축 제한을 골자로 하는 ‘한미동맹지원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당시 의원들은 주한미군 감축 한도를 순환배치되는 전투여단 병력을 뺀 2만2000명으로 정했다. 게다가 정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는 요건도 상당히 까다롭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내년 국방수권법에서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빠진 것이다. 

    방송은 “스미스 위원장은 내년 국방수권법에서 주한미군 감축 제한이 빠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조항 빠진 것이 주한미군 철수와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

    안보전문가들은 “국방수권법에서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빠졌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라면서도 “국내 일각의 우려와 달리 이것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사회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정확한 문구를 직접 보지 못해 판단이 쉽지는 않지만, 내년도 국방수권법에서 해당 조항이 빠졌다고 한다면 이는 미국 의회가 바이든정부에 군사력 사용 권한을 더욱 넓게 주려는 의미로 보인다”면서 “이것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 이춘근 박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평택 소재 캠프험프리를
    ▲ 이춘근 박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평택 소재 캠프험프리를 "미국이 해외에 가진, 가장 최신이고 규모가 큰 육군기지"라며 자랑한다고 전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 센터장은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 병력 가운데 일부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차원에서 동남아시아로 보내는 일도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지나해에서의 ‘자유의 항행’ 작전이나 동남아시아 보호 등에 주한미군 병력 일부가 투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신 센터장은 “다만 국내 일각의 우려처럼 주한미군 철수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안보 전문가인 이춘근 박사는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이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을 왜 뺐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 정확한 판단은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합리적으로 분석한다면 미국 의회가 앞으로는 주한미군을 정치적 이슈거리로 삼지 않겠다는 의지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중국과 북한을 억지해야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상 중국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이 박사는 대중국 연합체 ‘쿼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쿼드’를 결성했다. 그런데 ‘쿼드’의 태평양 국가 가운데 지상군 전력을 맡을 나라가 없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보다 완전하게 갖추려면 한국까지 포함한 ‘펜타’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중국을 막을 충분한 지상군 전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면서 “이런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서 보면 중국이 해체되거나 크게 약해지지 않는 이상 주한미군 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 박사는 설명했다.

    VOA “태평양 억지구상에 정부 요청보다 10억 달러 더 배정”

    미국의소리 방송도 안보전문가들의 지적처럼 “2022년 국방수권법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2022년 국방수권법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북한의 위협에 맞선 동맹과 역내 전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면서 “중국과 북한의 공격을 억지하고, 악의적 활동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이 동맹국·파트너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하원은 중국의 팽창주의를 막는 군사계획 ‘태평양 억지구상(PDI)’에 바이든정부가 요구한 51억 달러(약 5조9100억원)보다 11억 달러(약 1조2700억원)가 많은 62억 달러(약 7조1900억원)를 배정했고,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지원을 요청한 항목에는 정부가 요구한 예산보다 1억4300만 달러(약 1660억원)를 더 배정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바이든 현 대통령도 예산을 삭감하려 했던, 북한 탄도미사일 대응을 위한 ‘미국 본토 방어 레이더’ 개발 예산 8500만 달러(약 990억원)도 지원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