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언론중재법 개정안, 이재명 지사가 반대해야만 하는 이유
  •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언론 자유는 보통 그 사회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할 척도로 활용된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가장 민주적이라며 스스로 자랑하던 정권이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말을 바꾸고 언론자유도 짓밟을 수 있는 비민주 그 자체라는 사실을 은연 중 증명한다. 좌우 이념을 떠나 거의 모든 언론들이 이 법안을 비판하는 것은 오랜 세월 피와 땀을 흘리며 우리가 꿈꿔왔던 민주사회를 만드는데 있어 절대적인 역할을 해온 언론에게 이 법안은 독약과 같기 때문이다.

    필자에겐 특히 차기 대권 유력 주자 중 한 사람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심상치 않은 언론관이 예삿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지사는 언론에 5배까지 징벌적 배상책임 조항을 넣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예컨대 이달 초 충북지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5배도 약하다"며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징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언론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제4부이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핵심적인 제도"라며 "대의민주주의하에서는 주권자들이 정치적 판단을 할 때 정확한 정보가 주어져야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한 발언들은 원칙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리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면서 대의민주주의의 주권자인 국민의 판단을 흐려서 자신의 사적 부당한 이익을 추구한다면 민주주의를 위해 보호하라고 주어진 특권을 민주주의 질서를 해치는 데 악용하는 것 아니겠냐"며 "(언론의 자유를) 보호받는 집단이 보호를 이용해서 보호하는 주체를 공격하는 것이라서 이는 중대범죄에 해당된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주장도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지사의 이 생각은 마치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온 국민에게 코로나19 백신접종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가짜뉴스를 잡겠다고 언론의 자유보다 위축효과가 훨씬 큰 법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라는 얘기다. 이런 발상이야 말로 반헙적인 독재자의 마인드이자 반민주적인 사고 아니던가.

    민주의식이 의심스러운 이재명의 언론관

    이 지사가 강력한 징벌적 배상책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알만하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 주자군 중 언론과 가장 불화가 심한 정치인 중 한명이 바로 이 지사이기 때문이다. 그를 둘러싼 가족 논란, 유명 여배우와의 의혹, 심심치 않게 불거지는 조폭과의 연루 루머 등 이 지사는 검증을 앞세운 언론의 관심이 부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잠깐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이 지사와 언론의 불편했던 그동안의 사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성남시장 시절 형수 욕설, 고인이 된 형 이재선 씨와의 갈등 문제 등 다수의 기사로 자신을 비판한 특정 지역 언론사와의 불편했던 관계, 2018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뤘던 이 지사 조폭연루설과 언론사 외압의혹 논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직후 방송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다 사생활 질문이 불쾌하다고 중단시키는 행위 등 유독 언론에 관련한 부적절한 논란과 구설이 많았던 게 이 지사다.

    어떤 면에선 언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또 그만큼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언론이야 말로 사회의 공기(公器)이자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 아닌가. 언론에 대한 이 지사의 생각이나 태도를 보면 그의 언론관이 20여 년 전 우리나라 경향신문사를 방문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만도 못한 게 아닌가 슬그머니 걱정도 든다.

    그때 방한했던 고르바초프는 “신문이 권력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인가에 따라 그 사회 민주화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을 덕담으로 남겼다. 신문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라는 것은 권력의 애완견이 아닌 와치견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언론사를 망하게 할 정도로 강력하게 징벌해야 한다는 이 지사의 주장은 언론이 와치견이 아닌 애완견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인구 천만이 넘는 지자체의 장인 이 지사의 언론관이 수십 년 전 망한 공산주의국가의 지도자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치욕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다. 이 지사야말로 언론자유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작년 이 지사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의 판결엔 민주주의와 선거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같은 헌법 원리가 담겨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야 말도 안 되는 김명수 대법원의 ‘코드 판결’이라고 보지만 그것과 별개로 어찌됐든 선거과정에서 벌어지는 정치적인 표현의 자유를 대법원이 아주 폭넓게 인정했다는 평가도 있으니 말이다. 자신은 헌법상 권리를 마음껏 누리면서 한편으론 헌법이 보장한 언론 자유,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법안을 찬성한다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당연하다.

    이 지사가 진정한 민주적 지도자로 인정받으려면 언론규제를 넘어 언론을 아예 봉쇄하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이낙연 대선캠프 측은 이 지사가 홍보비를 통해 언론사를 통제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지사가 언론봉쇄법에 반대한다면 그런 의혹도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거칠고 독재적인 자기 이미지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