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올림픽 앞두고 졸속 조직 개편… '돈 버는 부서'가 중계 떠안아 자극적 표현 난무"
  • ▲ 케냐 출신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33). ⓒ연합뉴스
    ▲ 케냐 출신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33).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막식 중계 방송부터 참가국을 조롱하는 듯한 자막과 사진으로 논란을 빚은 MBC가 대회 마지막날까지 '사고'를 쳤다. 지난 8일 남자 마라톤 경기에 참가한 오주한(청양군청) 선수가 허벅지 통증으로 경기를 포기하자, 이를 중계하던 윤여춘 MBC 해설위원이 "완전히 찬물을 끼얹네요. 찬물을 끼얹어"라고 선수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

    윤 해설위원이 부상당한 선수의 건강을 염려하기는커녕 '메달 행보에 찬물을 끼얹다'는 '망언'을 내뱉자, "순간 귀를 의심했다"며 "MBC야말로 올림픽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MBC는 안보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각양각색의 비판 글들이 온라인에 쏟아졌다.

    개막식 중계 참사 직후 "공영방송이 국민의 재산으로 나라 망신을 시켰다"며 비난의 소리를 높였던 MBC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은 "이번 올림픽 중계 사고는 졸속 조직 개편으로 빚어진 예고된 참사였다"며 박성제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강도 높은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MBC노조는 "6개월 남은 베이징 동계올림픽마저 최악의 중계 성적을 내지 않으려면 중계 기능을 자회사로 이관한 조직 개편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중계 기능을 정상화시켜 생중계 대응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제 사장의 조직 개편 실패로 '중계 참사' 빚어져"

    MBC노조는 8일 배포한 '마지막까지 막말 쏟아낸 올림픽 중계…박성제 사장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남자 마라톤 경기를 중계한 윤 해설위원의 부적절한 언급을 거론하며 지난 1월 스포츠 중계를 담당하던 스포츠제작부를 없애는 조직 개편 여파로 이 같은 중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여느 올림픽 같았으면 개회식 두 달 전 MBC 올림픽 슬로건이 정해지고, 주요 종목 출전 선수에 대한 사전 제작물이 여러 편 만들어졌어야 했다고 지적한 MBC노조는 "그런데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5월 4일자 노보에 따르면 당시 올림픽 슬로건, 출전선수 사전 제작물, 예고 스팟 등이 준비되지 않았고, MBC플러스 스포츠본부 소속 PD 파견자는 4명이 아니라 2명이 파견 나오는 것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종목별 해설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올림픽 경기 중 실시간 대응을 위한 자막시스템, 정보검색 시스템 준비 등이 물샐 틈 없이 이루어지고 있어야 하는 시기에, 스포츠제작부가 폐지되고 스포츠국 인력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올림픽 개막 방송의 국가별 사진과 자막 방송 사고는 '예고된 참사'였다는 평가가 MBC 내부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박성제 사장이 올해 1월말 실행한 조직 개편으로 '돈을 버는' 영업부서인 스포츠기획사업부가 올림픽 중계를 맡게 됐다"며 "원래 스포츠 광고와 협찬 사업을 전담하던 부서가 공공성이 높은 올림픽 중계까지 맡다보니 자극적인 표현이나 사진을 국민 정서에 맞게 거르고 순화하는 검증 작업이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번 올림픽 중계 참사는 박성제 사장의 조직개편 실패가 초래한 측면이 매우 크다"고 지적한 MBC노조는 박 사장이 사퇴하고 조직 개편을 원점으로 돌려,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MBC는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생중계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때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진을 띄우고, 아프가니스탄을 소개할 때 양귀비 사진을 올리는 등 몰상식한 방송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후 박성제 사장이 사과 입장까지 밝혔으나 안창림 선수가 남자 유도(73kg급)에서 동메달을 딴 것 대해 MBC 캐스터가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이 아니"라고 폄하하고, 김연경 선수의 인터뷰 질문을 "축구, 야구 다 지고 배구만 이겼는데?"라고 왜곡하는 등 대회 기간 내내 방송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다음은 MBC노동조합이 지난 8일 배포한 성명 전문.

    마지막까지 ‘막말’ 쏟아낸 올림픽 중계...박성제 사장 사퇴하라!

    도쿄올림픽 마지막 경기인 남자 마라톤에 출전한 우리나라 오주한 선수가 허벅지 통증으로 기권하자 MBC 해설위원인 ‘윤여춘’ 위원이 “찬물을 끼얹네요” 라는 말을 반복하여 부적절한 언사로 도마에 올랐다. 윤 위원은 “오주한이 이봉주, 황영조 메달 이후 또 한 번 메달을 바라본다고 자신만만하게 장담했는데..” 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올림픽 메달을 바라보며 귀화를 추진했건 말건 오주한 선수는 우리나라의 국민이고 공영방송 MBC는 국민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걱정해야한다.

    다행히 MBC 캐스터가 “선수의 건강 상태가 중요하지 않겠느냐” “큰 탈 없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해 진화에 나섰지만 윤위원의 언급은 이미 언론에 기사화되어 뭇매를 맞았다.

    원래 여느 올림픽 같았으면 개회식 두 달 전에 MBC 올림픽 슬로건이 정해지고, 주요 종목 출전 선수에 대한 사전 제작물이 여러 편 만들어졌어야 했다. 예고 스팟이 완성되어 올림픽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어야 했던 시기다. 이와 함께 종목별 해설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올림픽 경기중 실시간 대응을 위한 자막시스템, 정보검색 시스템 준비 등이 물샐 틈 없이 이루어지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2021.5.4.자 노보에 따르면 당시 올림픽 슬로건, 출전선수 사전 제작물, 예고 스팟 등이 준비되지 않았고, MBC플러스 스포츠본부 소속 PD 파견자는 4명이 아니라 2명이 파견 나오는 것에 그쳤다.

    스포츠제작부의 폐지로 스포츠국 22명의 PD인력이 10명으로 줄어든데다 초기 자회사 파견인력도 2명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올림픽 개막방송의 국가별 사진과 자막 방송사고는 ‘예고된 참사’였다는 평가가 MBC 내부로부터 나오고 있다.

    박성제 사장이 올해 1월말 실행한 조직개편으로 MBC 스포츠국은 중계기능을 맡던 스포츠제작부를 없애고 돈을 버는 영업부서인 스포츠기획사업부에서 올림픽 중계도 맡게 되었다. 원래 스포츠 광고와 협찬 사업을 전담하던 부서가 공공성이 높은 올림픽 중계까지 맡다보니 자극적인 표현이나 사진을 국민정서에 맞게 거르고 순화하는 검증 작업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 올림픽 중계 참사는 박성제 사장의 조직개편 실패가 초래한 측면이 매우 크다.

    앞으로 걱정이 더 크다. 이제 6개월 남은 베이징 동계올림픽마저 최악의 중계 성적을 내지 않으려면 박 사장이 사퇴하고 조직개편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

    2021.8.8.
    MBC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