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소 1만 8000명 특별이민비자 신청”…코로나 확산 때문에 6월부터 비자 신청 중단“미군 떠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황 나빠질 것”…부시, 탈레반이 학살 저지를까 우려
  • ▲ 아프가니스탄의 여자초등학교 모습. 탈레반은 여성이 교육 받는 것을 종교범죄로 간주해 학생은 물론 교사, 부모까지 처벌한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가니스탄의 여자초등학교 모습. 탈레반은 여성이 교육 받는 것을 종교범죄로 간주해 학생은 물론 교사, 부모까지 처벌한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이 7월 마지막 주부터 그동안 미군과 연합군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탈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1만 8000명 이상의 아프간 국민이 미국 국무부에 특별이민비자를 신청했다. 이들은 안전한 제3국으로 옮겨진 뒤 미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한편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 탈레반이 학살을 자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조지 “백악관, 7월 마지막 주부터 아프간인 탈출 지원 개시”

    미국 성조지는 14일(이하 현지시간) “바이든 정부가 7월 마지막 주부터 미군을 도왔던 아프간인들의 탈출 작전을 지원한다고 밝혔다”고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아프간인들의 안전을 위해 구체적인 수송 일정과 이들이 머물 나라가 어디인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동맹피난작전(OAR)’이라는 작전 계획은 이렇다. 먼저 통역관 등을 맡아 미군을 도왔던 아프간인과 그들의 가족을 안전한 제3국으로 옮긴다. 이후 미국 국무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특별이민비자(SIV·Special Immigrant Visa program)’ 심사를 한다. 심사에 통과한 사람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다. 이미 SIV 심사를 통과한 사람은 바로 미국으로 가게 된다.

    “바이든 정부가 14일 이 같은 내용을 밝히자 재향군인단체와 미국 의회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세스 몰턴 하원의원(민주·메사츄세츠)은 “미국을 도와준 동맹은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그 약속을 지켜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별이민비자 신청 아프간인 최소 1만8000명…코로나 때문에 비자 접수 중단

    “미군이 사실상 철수한 뒤 탈레반의 위험한 공격이 아프간을 휩쓸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의 이번 정책은 지난 20년 동안 미군과 동맹군을 도왔던 아프간인들에 대한 탈레반의 보복 우려 때문에 시행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에 특별이민비자를 신청한 아프간인은 1만 8000명 이상이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세 때문에 아프간 현지 미국대사관에서의 비자 신청이 지난 6월부터 중단된 상태여서 아프간인 협력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 앞에서 비자 신청 재개를 촉구하는 아프간인 협력자들의 시위도 열렸다.

    결국 바이든 정부는 8월 말까지로 정해진 미군의 완전철수 시한 내에 아프간인 협력자와 그 가족들의 비자 심사를 위해 이들을 제3국으로 이들을 옮기기로 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들을 옮길 곳으로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프간인 협력자와 가족들의 수송에는 국무부가 임대한 전세기가 사용될 예정이지만 미군 측은 “국무부의 요청이 있으면 군용기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 탈레반이 학살 저지를까 우려…“상황 매우 나빠질 것”

    한편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 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을 도왔던 아프간인 협력자들이 탈레반에게 학살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미군 철수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 여성과 어린이들이 말도 못할 고통을 겪을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에서 미군과 국제안보지원군(ISAF·나토 회원국을 주축으로 미군과 함께 아프간 전쟁에 참전한 동맹군)이 자신들에게 협력했던 사람들을 현지에 그대로 놔두고 떠날 경우 탈레반들이 협력자는 물론 그들 가족까지 ‘학살’할까 우려했다.

    현재는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고 이에 따라 외국군대가 철수하고 있지만, 도심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탈레반 지지 세력이 득세하고 있고, 탈레반도 여기에 호응해 매우 공격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 2001년 전쟁 전의 탈레반 치하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게 부시 전 대통령이 우려하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