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검사, 소환 후 한 달간 기소 미적… 법조계 "인력난으로 거북이 수사 계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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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정식으로 사건번호를 붙인 9개의 수사가 제자리를 맴돈다.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부터 이성윤 서울고검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건 등은 입건된 이후 대부분 성과를 내지 못해 기소 여부도 검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이처럼 수사가 지지부진한 원인 중 하나로 인력난을 꼽는다.1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각각 1·2호 수사로 등록한 공수처가 수사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조희연 사건이 1호 수사인데… 소환조사도 안 한 공수처조 교육감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당연퇴직한 전교조 해직교사 5명을 대상으로 2018년 특별채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이 같은 정황은 감사원의 지난 4월 '지방자치단체 등 기동점검'에서 확인됐다.이에 감사원은 조 교육감을 지난달 23일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고발했고, 경찰은 이를 공수처로 이첩했다.공수처는 지난 4월28일 조 교육감 사건 수사를 시작한 뒤 5월18일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이후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했으나 정작 당사자인 조 교육감 소환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3호로 등록된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 보고서' 허위작성 의혹 수사도 진척이 늦다. 공수처는 초기에는 이 검사를 세차례나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1일 이 검사를 소환조사한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기소 여부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검찰 알력다툼에 수사도 못한 이성윤·김학의 사건4호인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 역시 아직 대검찰청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진전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5호 사건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등 검사 3명을 대상으로 한 수사다. 현재 이 사건 수사권을 놓고 검찰과 다투는 중이어서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광주지검 해남지청 검사 직권남용(6호)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권남용 고발사건(7·8호), 부산 엘시티 부실수사 의혹(9호)은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만 있을 뿐, 참고인 조사나 압수수색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현재까지 공수처에 등록된 9개 사건 모두 기소되지 않은 것이다.법조계, 인력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짚어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늑장 수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사인력 부족을 꼽는다. 실제로 공수처의 검사 정원은 부장검사 4명, 평검사 19명으로 총 23명이지만, 지난 상반기 공개모집에서 13명밖에 채용하지 못했다.공수처는 오는 15일부터 나머지 10자리를 채우기 위해 추가 채용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추가 채용이 이뤄지더라도 한동안은 늑장수사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상반기 공수처 검사 채용 때와 같이 공고 및 원서접수-서류전형-면접시험-인사위원회 추천-대통령 임명 순으로 절차가 진행될 텐데, 이 모든 일정을 거치면 빨라도 10월쯤에나 임명이 마무리 될 것"이라며 "앞으로 3개월 동안 거북이 수사가 계속될 것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수도권의 한 법대 교수는 "새로운 검사가 임명되더라도 기존의 사건 기록을 살펴보고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11월쯤에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지 않을까"라며 "수사 경험이 없는 이들만 임용된다면 4주간 법무연수원 실무교육도 받아야 하기에 제대로 된 수사 진척은 11월이 아니라 12월부터나 시작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