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검사, 소환 후 한 달간 기소 미적… 법조계 "인력난으로 거북이 수사 계속될 것"
  •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뉴데일리 DB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뉴데일리 DB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정식으로 사건번호를 붙인 9개의 수사가 제자리를 맴돈다.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부터 이성윤 서울고검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건 등은 입건된 이후 대부분 성과를 내지 못해 기소 여부도 검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이처럼 수사가 지지부진한 원인 중 하나로 인력난을 꼽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각각 1·2호 수사로 등록한 공수처가 수사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조희연 사건이 1호 수사인데… 소환조사도 안 한 공수처

    조 교육감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당연퇴직한 전교조 해직교사 5명을 대상으로 2018년 특별채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이 같은 정황은 감사원의 지난 4월 '지방자치단체 등 기동점검'에서 확인됐다. 

    이에 감사원은 조 교육감을 지난달 23일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고발했고, 경찰은 이를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는 지난 4월28일 조 교육감 사건 수사를 시작한 뒤 5월18일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이후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했으나 정작 당사자인 조 교육감 소환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3호로 등록된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 보고서' 허위작성 의혹 수사도 진척이 늦다. 공수처는 초기에는 이 검사를 세차례나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1일 이 검사를 소환조사한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기소 여부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

    검찰 알력다툼에 수사도 못한 이성윤·김학의 사건

    4호인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 역시 아직 대검찰청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진전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5호 사건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등 검사 3명을 대상으로 한 수사다. 현재 이 사건 수사권을 놓고 검찰과 다투는 중이어서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검 해남지청 검사 직권남용(6호)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권남용 고발사건(7·8호), 부산 엘시티 부실수사 의혹(9호)은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만 있을 뿐, 참고인 조사나 압수수색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공수처에 등록된 9개 사건 모두 기소되지 않은 것이다.

    법조계, 인력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짚어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늑장 수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사인력 부족을 꼽는다. 실제로 공수처의 검사 정원은 부장검사 4명, 평검사 19명으로 총 23명이지만, 지난 상반기 공개모집에서 13명밖에 채용하지 못했다. 

    공수처는 오는 15일부터 나머지 10자리를 채우기 위해 추가 채용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추가 채용이 이뤄지더라도 한동안은 늑장수사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상반기 공수처 검사 채용 때와 같이 공고 및 원서접수-서류전형-면접시험-인사위원회 추천-대통령 임명 순으로 절차가 진행될 텐데, 이 모든 일정을 거치면 빨라도 10월쯤에나 임명이 마무리 될 것"이라며 "앞으로 3개월 동안 거북이 수사가 계속될 것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법대 교수는 "새로운 검사가 임명되더라도 기존의 사건 기록을 살펴보고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11월쯤에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지 않을까"라며 "수사 경험이 없는 이들만 임용된다면 4주간 법무연수원 실무교육도 받아야 하기에 제대로 된 수사 진척은 11월이 아니라 12월부터나 시작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