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냥 빚' 갚을 진솔한 한마디가 아쉬운데‥ 여전히 생색, 자랑, 남 탓, 핑계만…
  •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목이 쉬도록, 그리고 듣는 이들에게는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었다. “페라가모”라고 했다. “생태탕”과 함께 질리도록 들었다. 흰색 이랬다가, 검정색이 맞다고 우기며 사진까지 돌렸다. 그 구두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거 같다. 

    역설적으로 덕분에 ‘한성판윤(漢城判尹)’에 무사히 진출하게 됐다고들 수군거리기도 한다. 

    반면에…. 약 한 달 전의 일이다.

    “지난해 8월 15일 광화문 집회에서 경찰을 폭행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창옥(58)씨가 구속기한 만료를 앞두고 모욕 혐의로 또 다시 구속됐다….”

    명품(名品)이 아니라서? 이 또한 구두건만, ‘한성감옥(漢城監獄)’에 들어가게 됐다. 세상 참 공정(公正)하지 못하고 정의(正義)와는 거리가 멀다. 아니면, ‘신은’ 구두와 ‘벗은’ 또는 ‘던진’ 구두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랬는지…, ‘4·7 심판’의 성적은 어쩌면 당연했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멋들어진 말씀에 일침을 놓았다고 아우성이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와 거의 동시에 짖어댄 호사가(好事家)들도 있었다.

    말도 탈도 심심치 않게 ‘4·7 심판’은 그럭저럭 막을 내렸다. 엄정한 국가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위선(僞善)’과 ‘무능(無能)’과 ‘내로남불’의 주체를 확실하게 인증(認證)한 채로….

    그리고 그 참담(?)했을 심경을 밝히셨다고 한다.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입니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습니다.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여러 언론들이 거침없이 쏟아냈다. 

    잘못된 정책의 방향 수정이나, 관련자에 대한 인적 쇄신 등 근본적인 대안도 없이, 대변인을 내세워 툭 내뱉은 몇 마디로 퉁 치려한다는 비난이다. 글쎄, 저들 언론들의 수다가 맞는 듯하기는 하다. 하지만 전문적인 학습과 경험이 절대 부족한 입장에서 별도의 정확한 평가를 내놓는다는 건 매우 건방진 일이라고 솔직히 고백한다. 대신에….

    그냥 단순하게, 발표하신 말씀이나 붙잡고 늘어져보기로 한다. 말꼬리 비틀기에 말따먹기를 더한 정도라는 점을 밝힌다. 

    우선 ‘더욱 낮은 자세’라고 하셨다. 직설적으로 묻는다. 

    그렇다면 ‘4·7 심판’ 직전까지 줄곧 ‘낮은 자세’였다는 말씀이신가? 이에 동의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더군다나 ‘낮은 자세’라면 이 나라 ‘국민’들에 대해서가 아니라, 다른 누구들에게는 그랬다고 널리 알려져 있질 않던가. 국적(國籍)과 이름이나 직책을 들이대는 건 ‘좀스럽고 민망’할 것 같기에 여기까지만 하자. 

    이어서 ‘책임감’이라…. ‘보다 무거운’이라고 하셨다. 마찬가지로 ‘4·7 심판’ 전에도 ‘무거운 책임감’을 발휘하셨다는 말씀이다. 속속들이 따져봐야 알겠지만, 맞장구치는 국민들이 과연 있을까? 

    저잣거리에 나가면, 몇 년째 계속돼 온 절반쯤의 거짓말이 섞인 공허한 자랑·생색과 남 탓과 엉뚱한 핑계에 이젠 익숙(?)해져 있다고들 고개를 내젓는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고 푸념이란다. 따라서….

    이런저런 걸 따지다 보면, 특히 말꼬리 비틀기나 말따먹기 수준에서 거칠게 앞을 전망하건대, 앞날도 크게 다르진 않을 거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심판? 고작 1년 남짓한 시장(市長) 자리들을 채운 게 그리 대수인가. 개는 짖어라, 기차는 간다!”

    이미 비슷한 조짐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들 웅성거리는데…. 다른 한켠에서는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 애를 쓴다고. 심각 모드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고도 한다.

    내년에 있을 큰 승부를 감안하면, 쭈욱 흔들리지 말고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인(公認)대로 가주셔야 한다면서 말이다. 이 나라야 어찌 되든 간에….

    그러나 이런 복잡한 정치적 셈법을 국민들이 속속들이 알 수야 있겠는가. 다만, 살림살이 팍팍하고, 돌림병에 지친 국민들로서는 그나마 바랄 게 뭐 있겠는가. 

    나라 빚마저 눈덩이처럼 속절없이 늘어나는 마당에 ‘재난지원금’도 반갑지 않다고들 했다. 그저 옛날부터 전해오는 속담(俗談)이나 떠올릴 뿐이라고 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그 조차 헤아리지 못한다면, 않는다면 ‘심판’은 결코 끝나지 않은 채 응어리가 점점 더 쌓여만 갈 거란다. 하지만….

    기대는 접고, 지켜나 보자고?


    - 李 竹 / 時事論評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