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 “사드 기지 상태, 동맹으로서 용납 안 돼” 항의… 국방부 "미군은 사드 못 뺀다"
  • ▲ 지난 18일 한미 2+2 회담 직후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8일 한미 2+2 회담 직후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신형 탄도미사일 요격에 중요한 방어체계인 ‘사드(THAAD·종말고고도요격체계)’가 4년째 ‘임시 배치’ 상태다. 

    미국 국방장관이 “이대로 방치할 것이냐”며 항의했음에도 국방부 당국자들은 “중국 견제를 위한 사드를 미국이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미국이 ‘사드’를 철수할 경우 한국은 동맹이 배치한 1조1300억원짜리 ‘선물’을 걷어차 버리는 셈이 된다.

    美국방장관 “사드, 지금 상태로 계속 방치할 거냐?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

    지난 17~18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회담(2+2회담)에서 ‘사드’와 관련한 말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지난 26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2+2회담에서 사드 기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오스틴 장관이 한국 측에 “사드 기지를 지금처럼 계속 방치할 것이냐. 저런 열악한 생활여건을 계속 방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는 취지로 항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 과정에서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unacceptable)’이라는 취지의 말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오스틴 장관은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뿐만 아니라 경기도 포천의 로드리게스 사격장, 경북 포항의 수성사격장 등에서 실탄훈련을 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한국 측에 “(주한미군의) 훈련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2017년 4월부터 컨테이너 숙소에 ‘임시 배치’ 중인 사드 부대원들

    2017년 4월 경북 성주기지에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 포대원들은 4년째 ‘임시 배치’ 상태다. 현재 성주기지에 근무 중인 한미 장병은 400여 명. 이들은 과거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컨테이너 막사를 숙소로 사용 중이다. 사드 반대 단체들의 진입 저지가 계속된 데다 2017년 10월 약식 환경영향평가가 끝났음에도 문재인정부가 정식 환경영향평가로 전환, 공사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4년째 환경영향평가를 않고 있다.

    4년째 이어지는 진입 반대 시위에 환경영향평가 문제로 주둔지 공사를 하지 못하면서 주한미군 장병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간다고 한다. 

    미군은 전시 전진기지를 제외하면 전기·상하수도·공조장치는 물론 오락시설까지 갖춘 곳에 주둔한다. 이런 미군이 곰팡이가 슬고, 비가 새고, 겨울철 난방도 잘 안 되고, 온수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컨테이너 막사에서 생활한다는 보고를 받은 오스틴 장관이 가만히 있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 신형 탄도미사일 방어에 큰 도움 되는 ‘사드’와 업그레이드 계획
  • ▲ 경북 성주 사드 포대로 연료통을 실어나르는 한국 육군 UH-60 헬기. 레이더 등의 장비를 작용하려면 엔진을 켠 채로 있어야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북 성주 사드 포대로 연료통을 실어나르는 한국 육군 UH-60 헬기. 레이더 등의 장비를 작용하려면 엔진을 켠 채로 있어야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새로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언론은 한국군 탐지 체계와 요격 역량에 관해 다룬다. 군은 이때 “한미 연합군의 역량”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경북 성주의 ‘사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주한미군 사드 포대는 현재 6개의 발사대를 갖췄다. 각 발사대는 8발의 미사일을 탑재한다.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보유한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 800여 발 외에 사드 48발도 북한 탄도미사일 요격에 쓰인다.

    ‘사드’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보통 탄도미사일 요격체계는 '탐지 레이더' '통제장치' '미사일 발사대'로 구성된다. 그런데 사드는 업그레이드 중이다. 

    지난해 2월 10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 존 힐 국장은 의회에 출석해 사드 업그레이드 계획을 설명했다. 1단계는 기존의 6~9개보다 많은 사드 요격미사일 발사대를 연동해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게 하는 것, 2단계는 주한미군 사드 포대와 패트리어트 PAC-3 포대를 연동해 조종하는 것이다. 3단계는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과 사드 포대를 아예 통합해 운용한다.

    2단계만 돼도 170㎞인 패트리어트 포대의 탐지 거리가 사드와 같은 600㎞로 넓어진다. 게다가 유사시 북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2단계에 걸쳐 요격할 수 있다. 북한의 KN-23 개량형 탄도미사일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게 된다. 미군이 사드나 패트리어트 발사대를 추가로 들여왔을 때 특별한 조정 없이도 운용할 수 있다. 

    사드 업그레이드 계획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드의 AN/TPY-2 레이더를 미국 본토의 전략사령부, 하와이의 인도-태평양사령부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망(C2BMC)과 연동하는 것이다. 

    이에 사드 반대 단체와 친중세력들은 “한국이 3불 약속을 위반하려는 거냐”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국방부 “미군이 사드 뺀다고? 그럴 리 없다”… 사드, 대체하려면?

    한편 국방부 관계자들은 “미군이 경북 성주에 배치한 사드를 철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중국의 위협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그들을 겨냥해 배치한 사드를 한반도에서 철수시킬 리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장담할 수 없다. 문재인정부가 남북군사합의를 이유로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한 뒤 주한미군은 주일미군, 일본 자위대와 함께 탄도미사일 요격훈련을 한다. 지난 3월에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에 하와이·괌 주둔 부대가 일본 자위대 참관 아래 탄도미사일 요격훈련을 했다. 한국군의 존재감은 점점 옅어진다. 그럼에도 국방부 관계자들은 “미군은 사드를 한반도에서 뺄 수 없다”고 자신한다.

    만에 하나 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내세워 ‘사드’를 철수할 경우 이를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연구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사드 1개 포대 구입비용은 10억~13억 달러(1조1300억~1조4700억원)로 평가된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우한코로나(코로나19) 대응 명목으로 세 번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방예산을 2조원 이상 삭감했다. 거의 해외 무기 도입을 위한 예산이었다.

    주한미군은 지금도 헬기를 사용해 사드 유지보수용 기자재와 연료를 반입한다. 사드 포대 부대원들의 생활여건이 빠른 시일 내 나아질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문재인정부가 오스틴 장관의 불평에도 사드 포대 주둔지 건설에 시큰둥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미군이 사드 포대를 철수할 가능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렇게 되면 혈맹이 건넨 ‘1조1300억원짜리 선물’을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