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서울디지털화폐'와 '서울페이'… 시민을 위한 것인가, 옥상옥 시스템을 위한 것인가
  • ▲ 홍세욱 변호사
    ▲ 홍세욱 변호사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최근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장 1호 결재로 서울시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 원씩 블록체인 기반의 KS서울디지털화폐로 지급되는 보편적 재난지원 계획에 서명하겠다는 약속 드린다"라고 발표했다. 

    박 후보는 약 1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급 개시 후 6개월 이내에 소멸하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KS서울디지털지역화폐로 발행, 소상공인을 돕겠다면서 아울러 블록체인 분야의 투자와 관심을 늘림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서울을 블록체인과 프로토콜 경제의 허브로 구축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박영선 'KS서울디지털화폐' 공약… 박원순 '서울페이' 닮은 꼴

    서울시민 1인에게 10만원씩을 KS서울디지털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는 발표에 앞서 3월 12일 박 후보는 KS서울디지털지역화폐와 프로토콜 경제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KS서울디지털지역화폐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서울페이' 공약을 연상케 한다. 

    2018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박원순 후보는 '서울페이'라는 이름으로 간편결제시스템을 공약한 바 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 차원의 '제로페이' 사업으로 확대됐다. 바로 이 사업의 주무부처가 박 후보가 장관으로 있던 중소벤처기업부였다. 같은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서울시가 주관하는 결제시스템을 제시한 것은 박원순 전 시장의 공약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결제·송금 수수료 무료화, 세금 납부는 이미 서울시에서 만든 제로페이와 은행 모바일 뱅킹, 민간 간편 송금·결제 앱을 통해 쓰고 있는 상용화된 서비스다. "KS-코인에서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볼 수 없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KS서울디지털지역화폐는 제로페이와 중첩되는 옥상옥 결제시스템인 셈이다.

    박 후보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프로토콜 경제 역시 제로페이를 이용한 플랫폼 서비스인 제로배달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박 후보가 플랫폼 경제의 대안으로 제시한 프로토콜 경제는 이른바 '참여형 공정경제 시스템'으로서 플랫폼에 모인 참여자들이 합의를 통해 정한 프로토콜(규약)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어 갖는 차세대 경제 모델을 뜻한다고 한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조성된 경제 생태계인 프로토콜 경제는 박 후보의 공약에 따르면 KS서울디지털지역화폐를 중심으로 한 경제 생태계가 된다.

    가장 큰 의문점은 10만 원 재난위로금을 굳이 '블록체인 기반 KS서울디지털화폐'로 지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박 후보는 재난위로금 지급을 발표하면서 서울시 소상공인의 매출 회복이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미 시스템이 구축돼 재난지원금 지급에 활용된 제로페이나 현금으로 재난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겠는가.

    10만원 재난지원금 공약은 'KS서울디지털화폐' 구축 명분에 불과

    심지어 박 후보는 사용기간을 6개월로 늘려 잡은 이유로 새로운 결제시스템 도입에 따른 인프라구축 시행착오를 언급하기까지 했다. 결국 재난지원금은 박 후보의 공약인 '블록체인 기반 KS서울디지털화폐' 구축의 명분으로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한 천만 명에 달하는 서울시민에게 재난위로금을 빌미로 '블록체인 기반 KS서울디지털화폐'를 이용하게 해 네트워크 효과를 강제하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제로페이는 초기 플랫폼 구축비용으로 39억원이 소요됐다. 2019년 인프라 구축비용 50억 원을 추가로 요구하기도 했다. 제로페이와 중첩되는 '블록체인 기반 KS서울디지털화폐' 역시 적잖은 구축비용이 수반될 것이라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블록체인 기반 KS서울디지털화폐'로 지급하려는 재난위로금의 진정한 목적이 정녕 코로나19로 지친 서울 시민을 위로하고 소상공인의 경제적 고통을 해결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핵심 공약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인지, 박 후보는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홍세욱 변호사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상임대표
    대한변협 사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