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특검 추천 '반(反)삼성' 홍순탁·삼성 추천 '율촌' 김경수 지정… 특검, 재판부 지정에 반발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박영수 특검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감시할 전문심리위원단에 참여연대 출신 홍순탁 회계사를 추천했다. 홍 회계사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과 금융연대 위원으로서 줄곧 삼성에 대한 비판적 기조를 견지해 온 인물. 전문심리위 구성 자체를 반대하던 특검이 대놓고 '삼성 반대파'를 끌어들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에서 추천한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에 대해선 극렬히 반대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홍순탁, 참여연대 금융연대 위원 등 활동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담당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9일 이 부회장 공판기일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감시할 전문심리위원에 홍순탁 회계사와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지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15일 전문심리위원을 구성키로 하고,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우선 추천‧지정했다. 강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이었다. 

    당초 특검은 전문심리위원 구성 자체를 반대하며 위원 추천도 거부한다는 내용의 전문심리위원 지정 및 참여 결정 취소신청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를 기각, 특검은 지난달 29일 홍 회계사를 추천했다. 이 부회장 측에선 김 변호사를 추천했다.   

    홍 회계사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과 금융연대 위원으로서 줄곧 삼성에 대한 비판적 기조를 견지해 온 인물이다. 지난 7월 검찰수사심의 위원회가 삼성의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하자, 이에 반발하며 기소를 촉구하는 입장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대구고검장 등을 역임한 후 2015년 퇴임했다. 이후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다 지난해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했다.

    특검, 재판부 향해 공격성 발언… 급기야 휴정까지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이날 공판에 앞서 각각 상대방의 추천 후보에 대해 반발하는 의견서를 냈다. 특검 측은 "삼성그룹 관련 사건에서 김 변호사가 삼성 측 변호인으로 활동해 중립성이 부족하다", 이 부회장 측은 "홍 회계사는 이미 피고인에 대한 부정적 성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사람 모두 전문심리위원으로 적합하다며, 강 전 재판관에 이어 홍 회계사와 김 변호사의 합류를 최종 확정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특검 측은 법정에서 반발을 이어갔다. 특검은 앞서 제출한 의견서 내용을 법정에서 직접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했으나, 재판부는 의견서 제출을 통한 의견 진술 기회를 충분히 제공했다는 이유에서 이를 반려했다. 

    그러나 특검 측은 재차 의견 진술 기회를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준영 재판장이 이복현 부장검사에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가"라며 "재판 중 제가 (검사의) 말을 끊은 적 있냐"라고 물었다. 이에 이 부장검사는 "지난 기일에도 끊으셨다"며 다소 공격적인 언행을 이어갔다. 결국 정 재판장은 "답답하다"며 휴정을 선언했다. 

    이후 재판이 속개된 후 특검은 "김 변호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부분을 검토해 달라"고 재차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전문심리위원 지정에 더 이상 이견 없다. 다만 준법감시위 활동 내용에 수많은 기업 정보가 포함돼 있어 위원들께서 자료 보안에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10개월 만에 출석' 이 부회장,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공판에 약 10개월 만에 출석했다. 공판기일의 경우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어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10개월 만의 법정 출석인데 심경이 어떠한가', '삼성준법감시위에 대한 평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법정에 들어섰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고 청탁하면서 그 대가로 총 298억여 원의 뇌물을 제공하고 뇌물 213억 원을 약속한 혐의를 받아 2017년 2월 기소됐다.

    1심은 전체 뇌물 액수 중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72억 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 원 등 일부 유죄로 인정,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은 승마 지원금 일부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전체를 무죄로 봤다. 이에 유죄 인정 액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에서 무죄로 본 정씨의 말 구입액 34억 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을 뇌물로 봐야 한다며 지난해 8월 2심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