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3일 이어 8일에도 '쿠팡 코로나 은폐 의혹' 제기… 기업 해명 무시하면서 구체적 은폐 내용 못 내놔
  • ▲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박성원 기자
    ▲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박성원 기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영어식 표현으로는 'A little knowledge is a dangerous thing'이라고 한다. '얕은 지식은 위험하다'는 의미다. 능력이 없어 제구실을 못하면서 함부로 설치다 큰일을 저지르는 경우를 빗댄 말인데, 대부분의 나라에 이런 속담이 있다.

    최근 제21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류호정(27) 의원을 보면서 이 속담이 딱 떠올랐다. '설익은' 근거로 특정 기업을 비판하면서도 상대방의 얘기는 듣지 않으려는 '일방적' 행태를 보여서다. 

    갓 국회에 입성한 20대 청년의 '포부'야 오죽할까마는, '예단적' 사고를 통해 '선동'하는 행태가 '선무당이 사람 잡겠구나' 싶었던 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듯싶다.

    연일 쿠팡 때리는 류호정… 어, 실체가 없네

    대표적 사례가 쿠팡물류센터에서 발생했던 우한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다. 류 의원의 속내까지야 알 수 없지만, '쿠팡 코로나 사태'와 관련, 그가 보인 행태는 '악의적 기업 때리기'로 비칠 소지가 다분했다. 기업 측 해명은 무시한 채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짜깁기식' 여론전을 펼치는 듯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류 의원은 '쿠팡 코로나 사태'와 관련, 지난달 23일 의원총회에서 쿠팡 측을 강하게 비판한 데 이어 지난 8일 '쿠팡 코로나19 피해노동자 증언대회'를 열어 또 다시 쿠팡 측을 압박했다. "쿠팡이 부천물류센터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은폐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쿠팡 측 해명은 류 의원 측 주장과 사뭇 다르다. 쿠팡 측에 따르면, 부천시보건소로부터 부천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최초 발생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날은 5월24일이다. 이후 방역당국과 함께 밀접자 접촉 관리에 나섰고, 전 직원에게 발생 사실을 고지했다고 한다. 

    쿠팡 측 해명이 아니라도 이런 방역절차는 상식이다. 현재 코로나 방역 시스템은 확진자 발생 사실이 인지된 순간부터 방역당국이 직원 격리부터 확진자 발생 사실 고지 등을 모두 관리한다. 이런 상식적 수준에도 사고가 미치지 못하는 것인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

    더 큰 문제는 류 의원이 "은폐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언제, 어떻게, 얼마나 은폐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이다. 피해노동자대회에 나온 사람들도 은폐 의혹 관련 이야기보다 근무환경이나 복지 등과 관련한 불만을 토로할 뿐이었다. 온라인 여론이 들끓으니 한발 담가보자는 심산이 아닐까.

    게다가 류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쿠팡 은폐 의혹'을 공론화한 시점도 '악의적'이다. 쿠팡 측은 온라인에서 '은폐 의혹'이 확산하자 지난 6월19일 사내 뉴스룸을 통해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류 의원은 쿠팡 측 해명이 나온 나흘 뒤 의원총회에서 또 다시 "은폐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 측 해명은 무시하고, 일부 노동자들의 '일방적 주장'만 청취해 막무가내로 기업을 압박한 것이다.

    방역당국이 코로나 관리하는데 은폐?… 과거 게임업체 때리기도

    류 의원의 '악의적 기업 때리기'는 쿠팡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 3월25일 게임 개발사 '펄어비스'를 '블랙기업'이라고 지목했다. "당일 권고사직을 하는 블랙기업"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류 의원이 제시한 근거는 평균근속연수였다. 펄어비스의 평균근속연수(1.7년)가 엔씨소프트(5.3년)나 넷마블(4.2년)보다 2~3배가량 짧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설립된 지 10년 이상 돼 업계 강자로 자리 잡은 엔씨소프트나 넷마블과 '신생회사' 펄어비스를 비교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악의적 틀 씌우기'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된 상황에서 게임BJ 출신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리 게임' 의혹을 받던 류 의원이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에 '물타기'를 하기 위해 펄어비스를 끌어들였다는 의견도 있었다.

    젊은 정치인의 사회 비판은 폭넓게 수용되고 경청해야 한다. 소위 '꼰대'들과 보는 시각이 달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대 청년정치인으로 국회에 처음 입성한 류 의원의 행태는 참신함과 정의로움,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류 의원을 비례 1번으로 뽑은 정의당 역시 '정의'라는 간판을 달 자격이 되는지 의심스럽다. 류 의원이 앞으로 정치를 꿈꾸는 20대 청년들에게 좌절을 주는 정치인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