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퍼지고 있다”면서사건의 실체는 외면한 채 일방적 우상화만...자살(自殺)이 면죄부의 수단이 돼서야...
  • 李 竹 / 時事論評家

      연대(年代)를 잘 알 수 없다. 하여간 옛날 옛적에...

      “...임금님은 옷을 직접 입고 거리 행차를 나갔다. 사실 길거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눈에 옷은 보이지 않지만 자기들도 멍청이가 되고 싶지 않아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런데 한 꼬마가 눈치 없이 ‘임금님은 아무것도 안 입으셨네요!’하고 소리쳤다. 드디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과 임금님은 자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말 옷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임금님은 체통을 생각하여 이를 무시하고 계속 행차를 이어나갔다...”

      “...임금님은 자신의 귀를 모자로 가리고 다녔으나 이발사에게만은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비밀을 지키라고 명령받은 이발사는 참을 수 없어서 땅에 구멍을 파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하고 구멍을 다시 덮었다.
      그 뒤 그 자리에 생긴 갈대밭에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리기 시작했다...”

      2020년 7월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아침 소식 중에는...

      “박원순 시장의 사망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박 시장과 관련돼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박 시장을 고소한 사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족과 고소인 양측 모두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건데, 경찰이 이에 대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TV방송의 뉴스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성추행을 당했다며 전직 비서가 경찰에 낸 고소 사건 수사는 곧바로 종결된 뒤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사건사무규칙은 피의자가 숨진 경우 공소권이 없는 것으로 봐 불기소 결정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소인 조사를 마친 경찰은 당초 보강 수사를 거쳐 피고소인 조사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박 시장 사망으로 사건 진실은 더 밝히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어지는 아무개 조간신문에 실린 이런저런 분들의 말씀이다.

      “인권변호사로, 사회운동가로, 자치단체장으로, 당신은 늘 저보다 한걸음 앞서 걸어오셨다. 당신이 비춘 그 빛을 따라 저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하늘은 재주 있는 자를 시기한다더니 무엇이 급하셔서 그리 가셨나. 하늘도 서러워 통곡의 비가 내리고 있다.”
      “한편으로 우리를 남기고 떠난 그에게 서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그러면 그토록 훌륭·현명한 분이 ‘극단적인 선택’은 왜 했는가?
      글쎄 누군가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했다. “반박 당하지 않는 거짓말은 진실로 통한다”고. 하지만...

      위의 ‘방송’들이 전하는 바, 특히 ‘경찰의 엄중 조치’에다가 ‘이런 저런 떠받듬’을 주목해 보자. ‘반박 당하지 않는’이 아니라 ‘반박 못하게 하는 거짓말’이 더 잘 어울릴 거 같다는 중론(衆論)이란다. 그리고 이어서...

      행차를 계속하는 임금님의 모습을 쳐다보던 ‘철딱서니 없는 꼬마’들의 목소리도 점점 크게 들리는 중이라고들 한다.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요?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거냐...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

      “피해자의 억울함이 풀리기도 전에, 죄를 지은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면죄부가 주어지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또 한 번 법치를 뭉개고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

      “범죄자를 좋은 사람으로 우상화하고 추모하는 건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추태... 검찰의 ‘공소권 없음’을 취소시키고 진위 여부를 파악한 뒤, 성추행 사건이 진실로 드러날 시 시장 자격을 박탈하고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해야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서울시는 시민들이 고(故) 박원순 시장을 추모할 수 있는 분향소를 토요일인 11일부터 월요일인 13일까지 서울광장에 설치·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접한 일군(一群)의 호사가(好事家)들이 매우 불경(不敬)한 예측을 하고 있다질 않나.

      “13일 장례가 지나고 나면, 겨울에는 얼음판이 되곤 했던 그 광장 땅 밑에서 자동차 엔진 소음에 실려 이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게다. ‘내 세금 내놔라...내 한을 풀어달라...’고 웅얼거리는 여인들의 흐느낌 말이다.”

      글쎄, 믿거나 말거나?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