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 김미리 판사 "진술 회유 의심" 검찰에 어깃장… 조국 동생 증거인멸 혐의에 무죄 심증도 드러내
  • ▲ 법원. ⓒ박성원 기자
    ▲ 법원. ⓒ박성원 기자
    "검찰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자칫 잘못할 경우 진술 회유의 의심을 살 수 있다."

    지난 19일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재판 도중 담당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의 김미리 부장판사가 한 발언이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검찰 측 증인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참고인조서 열람을 위해 검찰청을 방문한 사실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자칫 잘못할 경우 진술 회유의 의심을 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이 사건은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해보인다. 검찰 측은 주의하라"고 주문했다.

    법적 절차 지킨 검찰에 '딴지' 건 김미리 판사

    검찰은 참고인조서 열람과 증인 면담 등을 규정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사건사무규칙 등을 근거로 "증인 요청을 받아 절차대로 진행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지만, 김 부장판사는 "나중에 문제가 된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재판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진술 회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법정 분위기도 급랭했다. 그의 말이 "자칫 잘못할 경우 앞선 검찰 측 증인들의 증언 신빙성을 모두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 부장판사의 이 발언은 앞선 재판에서 나온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의 주장과 일맥상통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지난달 8일 증인으로 나온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게 "증인 출석 이전인 4월27일과 28일 검찰에 출석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는 검찰의 진술 회유 가능성을 주장하기 위한 변호인 측의 유도질문이었다.

    조국 일가의 변호인단과 김 부장판사가 '통(通)'한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웅동학원 관련 각종 비위 혐의로 기소된 '조국 동생' 조권 씨의 재판에서도 조씨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와 관련 "조씨가 증거인멸 현장에 있었다면 증거인멸 교사범이 아니고 증거인멸의 정범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 조국 동생 재판선 '무죄' 논리도 제시

    김 부장판사의 '안내'대로 조씨가 증거인멸의 정범이라면 조씨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공소기각돼 무죄가 된다. 증거인멸 혐의도 묻기 힘들다. 현행법상 자신의 혐의와 관련한 증거를 인멸한 행위는 처벌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을 노리고 그간 조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조씨의 지시로 자료를 파쇄했다'는 조씨 직원의 법정 증언이 나왔는데도 증거인멸 교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사업경력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 문서를 파쇄한 것으로, 웅동학원과 관련한 증거인멸은 없었다"는 게 조씨 측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재판장이 직접 조씨 측에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조각할 '새로운 논리'를 제시해준 만큼, 그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조 전 장관과 동생 조권 씨 사건 외에도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의 재판도 맡았다. 국가적으로 예민한 사건의 다수가 한 재판부에 몰려 배당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형사21부 재판장인 김 부장판사가 좌파성향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우리법연구회는 2018년 12월 공식 해산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사법부 요직을 차지하고 정부에 우호적 판결을 지속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또 다시 정부에 장악된 사법부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