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거기행⑥] 우한폐렴 막은 차이잉원 지지율 상승…가속 붙는 한궈위 파면 운동
  • ▲ 3월 15일 한궈위 카오슝 시장과 회동한 장치첸 (江啟臣) 국민당 주석(오른쪽에서 두번째). 오른쪽 첫번째는 장완안 (蔣萬安) 국민당 입법위원 ⓒ장치첸 주석실 제공
    ▲ 3월 15일 한궈위 카오슝 시장과 회동한 장치첸 (江啟臣) 국민당 주석(오른쪽에서 두번째). 오른쪽 첫번째는 장완안 (蔣萬安) 국민당 입법위원 ⓒ장치첸 주석실 제공
    대만 총통선거가 열린 지난 1월 11일 밤, 민진당사에 몰려든 홍콩인 중에는 홍콩 입법회 민주파 의원 4명과 많은 구의원들이 있었다. 홍콩 언론은 물론 홍콩의 대학 학보사 기자도 있었다. 휴가를 내고 온 기자도 보였다. 이들은 차이잉원 재선과 한궈위 당선 저지를 홍콩 시위의 한 과정으로 보고 있었다.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진당은 총113석 중 61석, 국민당은 38석, 커원저(柯文哲) 타이페이 시장이 이끄는 대만민중당은 5석, 기타 및 무소속이 9석을 차지했다. 기타 및 무소속 당선자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친민진당 성향이다.

    입법위원 선거 역시 거의 대부분 언론의 예상대로 됐다. 1000표차 이내로 승부가 난 선거구는 한 곳에 불과할 정도 박빙의 승부도 거의 생기지 않았다. 대만 중부 타이중(臺中)시의 3개 선거구에서 현역 의원이 낙선한 것이 이변이었다. 이들 선거구는 현역(친민진당 무소속 1, 국민당 2) 후보의 자질시비가 있었다.

    타이페이 제3선거구의 국민당 현역이자 장제스 총통의 증손자 쟝완안(蔣萬安)입법위원은 당초 낙승 예상과 달리 선거막판 민진당의 미국화교 출신 금융인 우이농(吳怡農) 후보의 거센 추격을 받아 전국적인 주목을 끌었지만, 결국 1만여 표차로 승리했다.

    석 달 동안 시청 비웠던 한궈위 가오슝 시장, 시민에 사과 안 해

    한궈위에게 총통선거 패배의 충격은 대단했다. 결과 발표 후 예정했던 외신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국민당사 앞에 몰려든 지지자들은 낙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각종 소동을 일으켜 온 한궈위 광팬 한펀(韓粉)도 이날은 조용했다. 공천파동을 일으킨 우둔이(吳敦義) 국민당 주석은 곧바로 사퇴했다. 한궈위는 선거가 끝난 이틀 뒤인 월요일 곧바로 카오슝 시청에 출근했지만, 3개월간 시청을 비운 데 대해 카오슝 시민에게 아무런 사과가 없었다.
  • ▲ 카오슝에서의 한궈위 파면 가두서명 모습ⓒ허동혁
    ▲ 카오슝에서의 한궈위 파면 가두서명 모습ⓒ허동혁
    한궈위 반대세력은 그의 낙선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바한(罷韓)으로 불리는 한궈위 카오슝 시장 파면운동은 당초 한궈위 총통선거 낙선 굳히기용으로 인식됐다. 선거결과 발표 직후 줘롱타이(卓榮泰) 주석(대표)은 기자회견에서 바한의 향방에 관한 질문에 “나는 역술가가 아니다”라며 민진당과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한궈위 파면운동은 민간단체 ‘WECARE’, 대만기진당(台灣基進黨), 공민벌초행동(公民割草行動) 등 3개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선거 당시에는 파면운동이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는 파면선거가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대만 정부가 우한폐렴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덕분에 차이잉원 총통 지지율은 계속 상승 중인 반면 한궈위 카오슝 시장은 이렇다 할 시정 활동이 없었던 점도 배경이다.

    한궈위 파면에 57만여 카오슝 시민 서명

    이들 단체는 현재까지 카오슝 시민 57여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 서명을 바탕으로 지난 3월 9일 가오슝시 선관위에 파면제청을 마쳤다. 선관위는 40일 이내 파면선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WECARE 대표 인리(尹立) 전 카오슝시 문화국장에게 자세한 사정을 들어봤다.

    Q. 어떻게 파면운동을 시작하게 됐나

    A. 지방선거가 한창이던 2018년 11월 7일, 한궈위의 카오슝 시장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카오슝시 문화국장을 사직했다. 한궈위는 당시 카오슝시의 문화정책을 형편없다고 비판했다. 내가 재직할 동안 카오슝의 문화행사는 다른 외국도시와 비교해 손색이 없었다. 시장 당선을 위해 멀쩡한 정책을 비난하는 그를 보고 당선 저지를 위해 ‘WECARE’를 결성했다. 사직하고 열흘 뒤 17일 첫 ‘한궈위 반대’ 행진을 벌였지만 그는 24일 당선됐다. 당시 정세 상 역부족이라고 느꼈다.
  • ▲ 입법위원 선거 다음날 당선 기자회견을 갖는 장완안 (蔣萬安) 국민당 입법위원. 장제스 총통의 증손자이다.ⓒ허동혁
    ▲ 입법위원 선거 다음날 당선 기자회견을 갖는 장완안 (蔣萬安) 국민당 입법위원. 장제스 총통의 증손자이다.ⓒ허동혁
    Q. 지금까지의 파면제청 과정을 설명해 달라

    A. 카오슝시 전체 유권자(약 230만 명)의 1%(2만3000명)에게 서명을 받아 1차 서명을 제출하고, 10%(23만 명)의 서명을 받아 2차 서명을 제출한다. 그러면 카오슝시 선거관리위원회가 파면선거 여부를 심사한다.

    1차 서명에 이어 2월 말까지 약 51만 명의 서명을 받아 2차는 그 중에서 약 40만 명의 서명을 다시 모아 제출했다. 선거위원회가 심사 후 40일 이내에 선거여부를 결정하면 그 시점에서 20일에서 60일 이내에 파면선거가 열리게 된다. 순리대로 흐른다면 6월 27일 이전에 선거가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이후 선거에서 전체 유권자의 25%(약 57만 명) 이상이 찬성하면 파면이 된다. 그런데 카오슝시 선거위원회에는 한궈위 시장이 파견한 인사가 있다. 이들이 우한폐렴을 핑계로 (파면선거) 심사를 제대로 안하고 있어 3월 16일 감찰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Q. 한궈위는 이미 총통 선거에서 패배했는데, 왜 굳이 시장직 파면까지 하려드나

    A. 총통 선거가 끝난 뒤 한궈위는 카오슝 시민들에게 그동안 일으킨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우리가 파면선거를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한궈위는 공산주의에 우호적이다. 2018년 지방선거 중 한궈위는 중국 인터넷 댓글부대와 친중 언론의 지원을 받았다. 당시 한궈위를 지지하는 중국발 댓글이 동시에 130만 건이 달리기도 했다. 대만 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친중 언론의 한궈위 보도 비중은 당시 70%에 달했다. 그 해 12월 25일 한궈위가 시장에 취임한 뒤 이듬해 1월 2일 시진핑이 대만에 일국양제 통일을 촉구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한궈위는 그해 3월 홍콩, 마카오,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 고위 관리들을 만나고, 5월부터 총통선거 출마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런 과정이 중국과의 교감 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한 번도 중국을 비판한 적이 없다.
  • ▲ 3월 9일 취임한 장치첸 (江啟臣) 국민당 주석. ⓒ장치첸 주석실 제공
    ▲ 3월 9일 취임한 장치첸 (江啟臣) 국민당 주석. ⓒ장치첸 주석실 제공
    둘째, 미국을 경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8일 그는 대만에서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는 AIT(대만주재 미국협회) 회장과의 회동에서 선거 때문에 바쁘다며 미국 방문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중국에는 대규모 사절단과 기자들을 이끌고 방문하면서 미국의 성의를 쉽게 거절하는 것을 보고 국제정치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셋째, 약속을 가볍게 여긴다. 2018년 선거당시 그는 “카오슝 시민에게 돈을 쥐어주겠다”는 구호를 외쳤지만 지금까지 돈을 쥐어주지 않았다. 선거 공약인 디즈니랜드, F1 경기 유치, 아놀드 슈왈제네거 초청 등이 모두 무산됐다. 취임 후 1년이 지났으면 그 수많은 공약 중 하나라도 이루어 졌어야 했다. 이에 시민들은 그를 거짓말쟁이로 생각하고 있다.

    넷째, 차별적 발언을 일삼는다. 여태 성차별이나 성희롱 발언을 수차례 했는데, 그는 농담이 너무 심하다. 또한 카오슝에 많은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다섯째, 행동이 너무 경박하다. 일본 의원들·학자들과 공개약속을 잡아놓고 30분 정도 늦거나 약속시간 직전 시간 변경을 요구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다. 카오슝 시민들은 수준이 높아서 이런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Q. 한펀(韓粉, 한궈위 광팬)의 반발이 예상된다.

    A.
    한펀은 너무 과격하고 과장이 심하다. “만약 우리가 하는 말에 반대한다면 너는 적”이라는 식이다. 그들은 수시로 가두 서명장에 와서 소리를 지르고, SNS에 과격한 댓글을 달고 있다.

    그들은 친중언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8년 선거 당시 그들은 함께 행동했다. 한펀은 친중언론의 취재활동을 도왔으며, 친중언론은 한펀을 긍정적으로 자주 보도했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는 한펀과 중국과의 관계도 의심하고 있다.

    Q.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한궈위를 지지하고 현재 파면운동에 참가하는 카오슝 시민이 있나

    A. 굉장히 많다. 2018년 선거 당시 한궈위는 89만 표를 획득했다. 반면 총통 선거 때 그가 카오슝시에서 얻은 표는 61만 표다. 한편 2018년 민진당 시장후보는 75만 표, 카오슝 시에서 차이잉원의 득표 수는 110만 표였다.
  • ▲ 한궈위 파면운동 주도단체 'WECARE' 대표 인리 (尹立, 중앙) 전 카오슝시 문화국장의 파면기원 사원 참배모습ⓒ허동혁
    ▲ 한궈위 파면운동 주도단체 'WECARE' 대표 인리 (尹立, 중앙) 전 카오슝시 문화국장의 파면기원 사원 참배모습ⓒ허동혁
    유권자 수를 감안하면 2018년 선거 당시 한궈위 지지자였던 사람 중에 30만 명 이상이 그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많은 카오슝 시민들이 한궈위의 과장된 성격과 시정 능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

    3년간 대만 선거화제 독점한 한궈위, 파면선거로 사라질 것인가

    국민당은 당력을 기울여 한궈위 파면운동을 저지할 태세다. 지난 3월 9일 당내선거를 통해 취임한 국민당 장치첸(江啟臣) 주석(47세)은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이다. 친한궈위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취임 후 주변 요직을 모두 친한궈위 인사로 채웠다.

    장 주석은 취임일 열린 당내 회의에서 “중앙당과 지방당부(지역당)가 협조해서 카오슝 시민의 신뢰를 얻고 있음에도 파면 위기에 처한 한궈위 시장을 지원하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한궈위 파면은 아직 여러 고비가 남아 있지만, 총통선거 당시 ‘낙선 굳히기용 구호’로 인식되던 한궈위 파면운동은 점점 현실로 가고 있다. 무엇보다 카오슝 민심을 잃은 것이 큰 타격이다. 카오슝 시내에서 탔던 택시의 여성기사에게 한궈위에 대해 묻자 “그는 너무 허풍이 심하다. 파면돼야 한다”고 즉답했다. 한궈위는 파면과 관련해서는 중국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들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대만 전역의 국민당 후보들은 자기 선거구와 관계없는 카오슝 시장후보 한궈위와의 인증샷을 선거운동에 내세웠다. 2020년 총통선거에서 한궈위는 국민당 총통선거 후보로 낙선했다. 햇수로 3년에 걸쳐 치러진 대만의 두 주요 선거는 정치인 한궈위 부침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이제 대만의 관심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퇴장하느냐 마느냐로 향하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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