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원 '항체진단법' 문제점 지적… 한국은 '항체진단법' 안 쓰고 RT-PCR로 진단
  • ▲ 한국의 우한폐렴 진단키트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마크 그린 의원. ⓒ트위터 캡쳐.
    ▲ 한국의 우한폐렴 진단키트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마크 그린 의원. ⓒ트위터 캡쳐.
    미국 하원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열린 관리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나온 발언 때문에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곤욕을 치렀다. 관련 사실을 확인해본 결과 거짓말을 한 사람은 없었다.

    홍혜걸 박사 "미국 하원의원이 한국 진단키트 부적절 주장…한국 전문가들 나서서 해명해야" 

    홍혜걸 박사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글 하나를 올렸다. 미국 의회에서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와 관련해 부정적 의견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홍 박사는 “미국 의회 증언에서 한국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으나 아래 멘트는 의미심장하다. 핵심은 우리나라 진단키트가 미국 FDA 기준에 미흡하다는 것. 이 부분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전에 세계 최고 권위자들이 참석한 공개석상에서 미국 하원의원이 말한 것이라 보도가치는 충분하다. 우리나라 키트 개발 관계자들이 반론에 나서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홍 박사의 말은 미국 하원의원이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부정확하다”는 식으로 청문회에서 주장한 것과 관련해 업체와 전문가들이 나서야 한다는 의미였다. 홍 박사는 그러면서 마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테네시주 제7구역)이 청문회에서 한 말을 전했다.

    FDA가 “한국 진단키트 부적절하다”더라 발언의 근원

    그린 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그가 지난 11일(현지시간) 관리개혁위 청문회에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 로버트 레드필드 박사와 나눈 질의응답을 볼 수 있었다. 

    그린 의원은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미국에 적합한지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식품의약품안전처(FDA)의 동료들에게 물었다”면서 “그런데 한국의 진단키트는 하나의 항체(면역글로불린, Ig)만 검사하는 것이어서 정확도가 떨어져 적절하지 않다던데, 맞느냐”고 레드필드 박사에게 물었다.

    이에 레드필드 박사는 “항체를 이용한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전염병이 급속히 광범위하게 퍼졌을 때나 쓰는 간이 진단키트 역할 정도만 할 뿐 미국에서 쓰는 것은 분자단위에서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를 증폭해 찾아내는 기술”이라고 답했다.

    그린 의원과 레드필드 박사가 지목한 '항체진단법'은 신체가 체내에 침투한 바이러스와 싸울 때 생기는 항체가 있는지를 따져 감염여부를 판단한다. 문제는 항체라는 것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바이러스에도 생길 수 있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국내에서는 이 때문에 항체진단법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군의관으로 근무했던 외과 전문의 출신 하원의원이 청문회에서 직접 "한국 진단키트는 미국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하자 NBC 등 미국언론은 이 문제를 지적했다. 국내 언론도 관련 내용을 전했다.
  • ▲ 국내 전문가가 이해하기 쉽게 비교한 진단방식의 차이.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포럼 발표 자료 유튜브 캡쳐.
    ▲ 국내 전문가가 이해하기 쉽게 비교한 진단방식의 차이.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포럼 발표 자료 유튜브 캡쳐.
    한국서는 RT-PCR 진단으로만 코로나-19 확진판정

    국내의 대표적 진단키트 제조업체 ㈜씨젠(Seegene)에 현재 국내의 코로나-19 진단방식에 관해 물었다. 그린 의원의 주장과 달리 국내에서는 항체진단법이 아니라 PCR 진단법으로 코로나-19 확진자를 가려낸다는 답이 돌아왔다.

    PCR 진단이란 유전자 촉매효소 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즉 바이러스마다 다른 유전자 특징을 이용해 감염여부를 확인한다. 씨젠 측은 바이러스마다 조금씩 다른 유전적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현재 사용 중인 PCR 진단키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만 가진 유전자적 특성을 찾아내도록 고안됐다. 환자의 가래 등을 채취한 뒤 시약과 함께 진단키트에 넣으면, 진단키트는 검체 안에 있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특성을 찾는다. 일치하면 해당 부분 유전자를 증폭해 감염 여부를 보여준다.

    하지만 기존의 PCR 검사는 채취한 검체를 별도의 장소에 있는 장비로 가져가 바이러스 유전자 특성을 찾아 증폭할 때까지 2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한 것이 RT-PCR(Real-Time reverse transcriptase PCR) 기법이다. 

    RT-PCR 기법은 바이러스의 유전자적 특성을 찾아 증폭할 때부터 감염여부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진단 시간도 6시간으로 대폭 앞당겼고, 정확도도 95% 이상이다. 씨젠 측은 "국내에서는 RT-PCR로 코로나-19를 진단했을 때만 확진으로 인정한다"고 부연했다.

    그린 의원이 말한 한국 진단 키트, 누구 것일까


    한편 "한국 진단키트는 미국에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발언이 국내에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씨젠의 진단키트 문제 아니냐고 주장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CNN과 인터뷰할 당시 천종윤 씨젠 대표가 “현재 미국 FDA에 승인 신청한 상태인데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이 근거였다. 이것이 "씨젠이 미국 FDA에 승인 요청한 진단키트가 문제"라는 말로 둔갑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 FDA의 승인을 기다리는 한국 진단키트는 4종류에 달한다.

    그린 의원 또한 없는 말을 지어낸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현재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개발해 식약처의 긴급승인을 받고 사용 중인 진단키트 5종은 모두 RT-PCR 방식이다. 그런데 일부 바이오업체가 항체만으로 10분 만에 코로나-19 확진판정을 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했다며 미국과 유럽에 수출을 추진 중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린 의원이 말한 '한국식 코로나-19 진단키트'는 국내에서는 쓰이지 않고, 미국 진출을 노리는 업체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