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외면한 채, 제대로 된 사과마저 않겠다니한탄·분노의 목소리가 그저 그렇게 들릴 뿐인가?
  • 李 竹 / 時事論評家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우한(武漢) 폐렴’ 돌림병이 한창인 이즈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속담(俗談)을 꼽으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각종 언론과 SNS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들려오는 속보(速報)를 비롯해서 여러 해설 기사와 칼럼 등등을 접하는 ‘국민’(國民)들도 충분히 공감(共感)하리라 감히 자신한다.

      그 ‘시어미’가 돌림병이라는 게 분명하다면, 그럼 ‘시누이’는 누구?

      돌림병과 관련한 갖가지 사연들과 여러 누구에 대해서는 널리 잘 알려져 있기에, 굳이 여기에다가 ‘장광설’(長廣舌)을 엮지 않아도 될 듯하다.

      “최악의 경우 전 국민의 40%까지 감염될 수 있고, 이런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 감염병 전문가의 경고(警告)란다.

      “최악 상황... 중증 확진자도 병상 없어, 집에서 대기하다 숨졌다” 엊그제 아무개 신문의 큰 제목이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29일 하루만에 813명 늘었다. 일일 확진자수가 나흘 연속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서울‧전남 등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국 모든 지역이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뉴데일리가 속보를 달았다.

      “방호복을 장시간 입은 상태에서 물도 마시지 못해 탈수현상을 자주 경험한다... 간호사 2명이 쓰러지기까지 했다... 자원봉사를 온 의료인력 덕분에 숨통이 트인다...” 달구벌 아무개 병원 관계자의 지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런 가운데...

      며칠 지난 기생충 ‘자파구리[自破口利 자기를 파괴하며 입에는 이로운 음식?] 파티’를 잠시 되돌아보았다. 맛난 식사와 함께 얼굴 찢어지고 목이 젖혀질 정도의 큰 웃음이 오간 그 자리에서 기생충 감독이 내뱉었다는 멘트가 화제가 됐었다.

      “바로 옆에서 대통령님 길게 말씀하시는 것 보면서...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를 선택하시면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며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져 있는 상태...”

      그리고 일주일 남짓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돌림병으로 목숨을 잃은 ‘국민’들이 두 자릿수가 되었다.

      “초기라면 몰라도 지금은 실효적이지 않다... 이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할 경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입국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 2월 4일 이후 중국인 입국자 중 새 확진자가 없는데 입국 금지를 할 경우 우리 불이익이 더 크다.”
      매우 ‘정연한 논리의 흐름’이라고 느껴지는가? 아래 기사(記事)들을 읽어보면...

      “국내 신종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71개국으로 늘었다. [2월] 29일 외교부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 시 조치를 하는 나라는 전날 밤 65곳 보다 6개국 증가한 71개국이다. 유엔 회원국(193개국) 기준으로 3분의 1이 넘는 국가들이 한국발 입국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한국·이탈리아 일부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단계인 여행금지로 격상했다...”

      그리고 여야 4당 대표와 100분간 회동에서의 말씀은 이렇게 이어졌다고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신천지 교회 문제... 전국 곳곳에 신천지 신도들이 있어 대구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된다...”
      이 자리에서 ‘초동 대처 실패’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받았지만, 직접 언급하지는 않으셨단다. 단지 ‘마스크 공급 대란’에 대해서만 “국민께 송구하다”고 하셨다고.

      말없음[無言]도 화술(話術)의 하나라고 하니, ‘완벽한 어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또한 ‘신천지 교회 문제’를 곁들인데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김O모 밖에 없다”는 언제 적 저잣거리 명언(?)마저 떠올리고 있단다.

      어찌됐든 ‘기승전결로 마무리’한 건 맞는 듯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기생충 감독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국민’들도 ‘충격에 빠져있는 상태’가, 그냥 쉽게는 ‘어안이 벙벙하게’ 되어있다지 뭔가.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고.
      아무개 일간지 귀퉁이에 실린 기사 한 토막이다. ‘북악(北岳)산장’ 관계자가 그날 기자들에게 귀뜸을 했나보다.

      “대통령이 어제 수석[비서관]들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준비도 하지도 않고 국민에게 구입이 가능하다고 알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같이 화를 냈다”

      ‘불같이 화를 냈다’?... ‘국민’(國民)의 아픔을 구석구석 헤아리고 해결하려는, ‘백성’(百姓)을 지극정성으로 받들려는 마음 씀씀이의 일면을 자연스레(?) 알리고 싶었나? 왜? 직접 보여주시면 안 되나? 홍보의 효과를 높이는 기술이라고? 그러면...

      과연 ‘우한(武漢) 폐렴’ 돌림병이 홍보 기술력 또는 쑈에 겁을 먹을까? 쑈나 홍보로 없던 마스크가 하늘에서 떨어질까?
      이건 또 뭔 소린가? 아무개 신문의 기사 토막이다. ‘가짜 뉴스’는 아니지 싶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물품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중국에 약속했던 방역 물품 지원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렇듯 ‘말리는 시누이’에 지쳐가는 ‘국민’들의 비웃음 섞인 분노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높아만 간다고 한다. 이를 모르고서야 그럴 수는 없었겠지만...

      엊그제 ‘그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결성을 은밀하게(?) 논의하는 자리에서 그 누군가가 ‘불편한 진실’을 내보였단다.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자 저잣거리에서는...
      진솔하게(?) 지껄인 그 몇 마디가 오히려 지금 상황을 대변하는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 선택’ 아니겠냐는 쓴 웃음만 커져가고 있다는데...

      경칩(驚蟄) 며칠 전의 햇살이 남아 있는 오후, 넋두리 끝 무렵... ‘안전 안내 문자’가 휴대폰에 또 떴다.

      “[영등포구청] 코로나 첫 번째 구민 확진자 및 여의도 파크원 추가 확진자 발생. 자세한 사항은 구청 홈페이지 확인바랍니다.”

      참 우울하다. 언제까지 갈 건지...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