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사실 아냐" 부인했지만, 정봉주 "열린민주당 창당" 밝혀… 민주당 공식입장 없어
  • ▲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봉주 전 의원은 기존 입장을 뒤집고 이날 오전 비례대표 전담 정당인 '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했다.ⓒ뉴데일리DB
    ▲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봉주 전 의원은 기존 입장을 뒤집고 이날 오전 비례대표 전담 정당인 '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했다.ⓒ뉴데일리DB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전담 정당 창당에 나설 조짐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민생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 정당은 강하게 반발했고, 미래통합당은 우한폐렴 사태에도 불구하고 총선 승리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공세를 폈다.

    28일 중앙일보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방식은 미래한국당처럼 독자 창당하거나 외부 정당과 연대하는 두 가지가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같은 논의가 지난 26일 저녁 이인영·윤호중·전해철·홍영표·김종민 의원 등의 식사 회동에서 나왔으며, 취재진은 이들이 모인 음식점 내 다른 방에서 이 얘기를 '생생히' 들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인영 원내대표는 "심상정(정의당 대표)은 안 된다"며 "정의당이나 민생당이랑 같이하는 순간, ×물에서 같이 뒹구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인영·윤호중 "보도 사실 아냐"… 정봉주는 '열린민주당' 창당

    보도가 나간 뒤, 이 회동에 참여한 민주당 인사들은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래한국당에 대응해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것은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며 "미래통합당처럼 민심을 거역하는 범죄행위는 안된다는 의견이 있었을 뿐"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인영 원내대표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의견을 나눈 건 사실"이라면서도 "우리가 직접 창당해서 대응하는 건 지금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런 논의를 한 적은 분명히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봉주 전 의원이 28일 비례대표 정당인 가칭 '열린민주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히며, 논란이 증폭된다. 정봉주 전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반경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함께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창당을 공식화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아침 YTN 라디오에서는 "창당하지 않는다. 물리적 시간이 없다"고 말하며, 전날 창당설을 보도한 노컷뉴스를 향해서는 "당장 (기사를) 내려주세요"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불과 2시간여만에 입장을 정반대로 바꾼 것이다.

    2시간만에 입장 바꾼 정봉주 "우린 위성정당 아니다"라는데

    정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나는 열린민주당을 성공적으로 창당하는 일에 몰두할 것"이라며 "저희는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다. 노무현·김대중 정신, 문재인 대통령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게 이름으로 나타나 있다. 지역에서 경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아니다"라며 "창당의 중요 이유 중 하나가 민주당이 중도화·보수화하고 대야투쟁을 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비판"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직 지도부 차원에서 밖에서 진행되는 (비례정당 창당) 흐름에 대해서 입장을 정리하지를 못해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면서도 "당이 실제로 정 전 의원과 교감하거나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민생당·정의당, "위선·협잡·참담" 등 거친 표현 써가며 강력 반발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민주당과 발을 맞춰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나섰던 민생당과 정의당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문정선 민생당 대변인은 "마포 5인방의 위성정당 모의로 폭로된 민주당의 실체는 위선과 협잡, 반칙이었다"라며 "민주당은 가짜정당 모의로 정치코로나를 증식할 때가 아니라 신종코로나19 종식에 집중하는 것이 코로나19로 고군분투하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라고 비난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공식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비례민주당' 창당을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을 요구한다"며 "정치적 파트너에 대해 혐오스러운 표현이 사용된 점에 대해서는 참담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수구세력의 꼼수를 따라 꼼수로 맞대응하는 것은 개혁입법의 대의를 훼손하고 개혁진보 세력이 공멸하는 길이며 참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래통합당 "우한 코로나 뒷전, 총선승리에만 골몰" 맹비난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당 핵심들이 우한 코로나 19(우한폐렴) 환자가 1200명을 넘어선 날, 식당에 모여 '오로지 총선 승리'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주제는 '위성정당 창당'이었다"며 "해괴한 방식으로 꼼수를 부려 괴물 같은 선거법을 만들어 놓았던 당사자들이 이제와서 후회한단다"라고 비난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이어 "더 기함할 일은 그들의 대화 중, 공수처 때문에 선거법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시인한 부분이었다"며 "이것이 입법기관이 할 소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논란에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까지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날 오전에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선거대책회의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비례민주당'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회의에서는 김해영 최고위원만이 비례민주당 창당에 대해 "분명히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