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은 외교문제 아니다” 중국 반응에 여론 '분통'…마지못해 입국 제한국에 '중국' 밝혀
  • ▲ 김건 외교부 차관보를 만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건 외교부 차관보를 만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한폐렴의 근원지인 중국이 지난 26일, 한국인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쏟아냈음에도 외교부는 ‘한국인 입국제한 국가 목록’에 중국을 넣지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중국 측에 “한국인 격리는 과도한 조처”라고 항의했지만 중국 관영매체는 이를 비난했다. 외교부는 한국주재 중국대사와 일본대사를 모두 초치했지만 일본 측에만 엄중히 경고했다.

    중국 10여개 공항, 한국발 여객기 승객 강제격리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의 공항이 지난 26일 한국발 여객기에 탔던 사람들을 강제 격리했다. 이어 랴오닝성 선양 공항에서도 한국발 여객기 탑승객들을 강제 격리했다. 이날 한국발 여객기 승객을 격리했다는 공항은 10여 개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언론 보도 전까지는 이 상황에 대해 중국 측으로부터 통보를 못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외교부가 이스라엘이나 요르단, 베트남에 했던 것처럼 중국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대신 김건 외교부 차관보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격리는 과도한 조치”라며 “관련 조치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싱하이밍 대사는 “한국인만 격리한 게 아니다. 격리된 사람 중에는 중국인도 많다”는 엉뚱한 답을 했다. 이어 그는 “중국 지방정부들마다 나름대로의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그 일환인 것 같다”며 “중국 중앙정부는 한국인들의 입국제한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 문제에 대한 청와대 주장과 똑같은 답변이었다.

    영국 런던에 있던 강경화 외교장관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에서 입국한 사람들을 격리하는 것은 과도한 통제”라며 우려를 표했다고 한겨레신문이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강경화 장관은 왕이 외교부장에게 “한국은 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투명하고 선제적인 조처를 하며 총력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외교부가 만드는 해외안전여행정보 지도. ⓒ해외안전여행정보 사이트 캡쳐.
    ▲ 외교부가 만드는 해외안전여행정보 지도. ⓒ해외안전여행정보 사이트 캡쳐.
    강 장관은 이어 “중국도 중앙 정부 차원에서 사실에 근거해 (한국인에 대해) 과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도록 더 관심을 가져 달라”며 중국이 상호주의에 입각한 입국 정책을 시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측 반응은 신문도 전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같은 날 “한국·일본을 비롯해 전염병(우한폐렴) 상황이 심각한 나라에서 온 사람을 격리조치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신문은 “강 장관이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의 한국인 격리 조치를 과도한 통제라고 반응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모든 지자체는 주민의 안전을 1순위로 삼고 있으므로, 방역(한국인 격리)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방역은 외교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27일에야 한국인 입국 제한국 명단에 중국 넣어

    이날 외교부의 해외여행안전경보에도 한국인 입국 제한국에 중국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자 외교부는 27일 갱신한 정보에는 중국을 넣었다. 그러나 웹페이지에 내용을 모두 보여줬던 이전과 달리 첨부파일을 다운로드 받아서 열어야만 명단을 볼 수 있도록 '불편하게' 만들어 놓았다.

    아무튼 외교부가 2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한 나라가 21개국, 입국 시 격리를 포함해 강제적 제한 조치를 하는 나라가 21개국이었다. 금지 및 제한국은 전날보다 11개국 늘어 42개국이 됐다. 중국의 경우 산둥성,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푸젠성 내 10여 개 공항이 한국발 여객기 승객들을 강제 격리하고 있다.

    한편 같은 날 일본도 14일 이내에 대구와 경북 청도를 들렀던 외국인(한국인 포함)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외교부에서는 조세영 제1차관이 직접 나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청사로 부른 뒤 “신중한 대응을 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