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랴부랴 2조6774억원 '문화예술 공약'… 靑, 재계 14위 CJ, 6위로 대우
  •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2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초청 오찬에 참석해 포도주스로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2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초청 오찬에 참석해 포도주스로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을 20일 청와대로 초청해 노고를 치하할 계획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기생충의 수상에 공헌한 것은 없는데도 지나친 '숟가락 얹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4.15 총선 전에 문화계 훈풍을 띄워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불리한 이슈를 덮으려는 정치적 공략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오는 20일 청와대에 영화 ‘기생충’ 관계자를 초청해 문 대통령이 수상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오찬을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부인 김정숙 여사와 직접 기생충 영화를 관람했다. 지난 10일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등 수상이 확정될 당시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 시작 전 해당 소식을 거론하며 "박수 한번 치면서 시작할까요"라고 참모들에게 말했다. 국가적 경사로 삼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기생충 투자사 CJ에도 아카데미 수상이 확정되자 우한폐렴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재계 순위 6위급으로 대우를 올려줬다. CJ는 공정거래위원회 재계 순위 발표에선 14위다. 문 대통령은 이재현 회장에게 "한류 문화의 우수성을 또 한 번 세계에 보여준 쾌거"라고 격려했다.

    기생충의 국제적 흥행에 더불어민주당도 부랴부랴 문화·예술 공약을 발표했다. 2024년까지 모두 2조6774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자 4·15 총선을 위해 급조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동안 관심이 없다가 국가적 이벤트 분위기에 편승했다는 것이다.

    영화계 발전, 文정부 보다 朴정부가 앞서 준비

    문 대통령은 오는 20일 국민 세금을 들인 청와대 고급 진수성찬과 함께 봉준호 감독과 한 자리에서 축배를 들 예정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기생충 수상에 직·간접적으로 공헌한 바가 없다.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좌파 문화 인사 블랙리스트 때문에 봉준호 감독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문 정부에서 이를 되돌려놨기에 수상이 가능했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이는 실체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후 tbs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로 인해) 당시 영화를 만드는 데 심각할 정도로 지장 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지난달 30일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의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의무없는 일'을 시킨 것이 맞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지난 13일엔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강요죄에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삼았던 '문화융성'으로 인해 한국영화가 기생충 같은 작품을 만들어낼 정도로 기반을 마련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정책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는 2013년 7월 출범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전국의 주요 문화시설을 할인 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은 2014년 1월부터 시행됐다.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일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방송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 덕분에 한국영화가 이 만큼 발전한 것이지, 문재인 정부는 전혀 도운 게 없다"며 "이번에도 총선 앞두고 기생충 관계자를 청와대로 불러서 또 파티하고 쇼를 할 것 같다. 숟가락 얹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반사적 이익을 100% 수여 받고도 국민의 명령은 외면했음이 증명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박근혜 정부에서 옮겨진 촛불이 문재인 정권으로 또다시 옮겨가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기생충, '조국 사태' 속 한국 사회 단면 드러내

    한편 기생충은 빈부격차를 주제로 한 제작 의도와는 상관없이 문재인 정부의 위선을 꼬집는 내용이 결과적으로 담겨 화제를 낳았다. 외신들은 영화의 소재인 일가족 사기단을 '조국 사태'와 공교롭게 연결 지었다. 극 중에서 기택(송강호)의 아들 기우(최우식)는 부잣집 과외를 맡기 위해 대학 재학증명서를 위조한다. 로이터는 이 장면을 언급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스캔들을 연상시킨다"며 "조국 스캔들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부패 척결을 강조하며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한 청년들에게 특히 실망을 안겨줬다"라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도 “문 대통령은 2017년 임명됐을 때보다 공정한 사회를 약속했다”며 “하지만 그가 조국 장관을 임명하자 그의 딸이 학업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이익을 받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