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땐 '동일성 논란'에도 공소장 변경… 이재용 4번, MB 2번 등 적폐청산 재판 수시로 공소장 변경
  • ▲ 조국 일가의 각종 비위를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 ⓒ정상윤 기자
    ▲ 조국 일가의 각종 비위를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 ⓒ정상윤 기자
    법원이 '조국 일가'의 각종 비위를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57) 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불허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정경심 재판부'는 "기존 공소사실과 변경된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 재판'에서는 동일성 여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도 공소장 변경이 인용된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김명수 사법부의 행태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10일 정씨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동양대 표창장 위조'(사문서위조) 사건과 추가 기소된 자본시장법 위반 등 14개 사건을 병합하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했다.

    검찰은 9월6일 공소시효(7년) 만료를 1시간 앞두고 정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보강된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자본시장법 위반 등 14개 혐의로 정씨를 추가 기소했다.

    정경심 공소장 변경 불허한 法… MB 땐 '동일성 논란'에도 허가

    재판부는 "죄명과 적용된 법조 및 표창장 문안 내용의 동일성은 인정되지만, 공범·일시·장소·방법·행사목적이 모두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공소장 변경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위조된 문서가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으로 같고, 부수적 사실만 변경된 것"이라며 반발했지만 재판부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공소장 변경은 검찰이 재판부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이나 적용 법조를 추가하거나 철회,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공소장 변경은 기존 공소사실과 변경된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허용되는데, 공소사실이 어느 정도 부합해야 동일성이 인정되느냐 하는 기준에 대해선 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정씨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불허하면서 대법원 판례도 직접 제시했다. 재판부는 "2000년 2월7일 청소년에게 디스 담배 한 갑을 판매한 혐의가 적힌 공소장을 2000년 2월6일 디스 담배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한 내용으로 바꾼 사례에서 대법원은 공소사실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범행 일시·장소·방법·행사목적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공소사실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최근 공소사실 동일성 여부에 논란이 있음에도 공소장을 변경한 사례가 있다. '적폐청산 재판'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삼성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기존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매월 12만5000달러씩 정액으로 지급한 총 67억원 상당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 이 전 대통령에게 자금이 전달된 정황이 확인되지 않고,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나온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자금지원에 대가성이 없었다고 진술하면서 직접뇌물죄는커녕 제3자뇌물죄 적용도 어려워졌다. 난감한 처지가 된 검찰은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이첩한 에이킨검프의 인보이스를 제시하며 51억원 상당의 뇌물 혐의를 추가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법원은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하지만 당시 법조계에선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정경심 재판부의 판단 기준과 같은 논리다. 기존 공소사실과 변경된 공소사실의 공범·일시·장소·방법·행사목적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직접뇌물죄에서 제3자뇌물죄 예비적용, 추가 뇌물 혐의 적용 등 2차례에 걸쳐 공소장이 변경됐다. 

    이재용 4번, MB 2번, 김학의 1번 공소장 변경

    또 다른 '적폐청산 재판'인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에서도 검찰의 수차례 공소장 변경은 모두 인용됐다. 국정농단사건으로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이 부회장 재판에서 검찰은 2017년 12월 2심 결심 전까지 공소장을 수차례 변경했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0차 독대' 내용을 추가하고 제3자뇌물죄 적용을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등 총 4차례 공소장을 바꿨다.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당시 "잇따라 공소장이 변경되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지키는 데 불리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뇌물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경우에도 차명계좌를 통해 1000만원대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이 "포괄일죄로 볼 수 있다"며 허가된 바 있다.

    이 같은 정씨 재판부의 공소장 변경 불허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선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황제수사'에 이어 '황제재판'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난도 나온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정씨 추가 기소 혐의가 기존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입시비리인데,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김명수 사법부의 전형적 내로남불, 적폐판사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입시비리라는 같은 사안에 대해 두 개의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며 "재판부가 감정적으로 검찰에 대응한 것도 편향적으로 보일 수 있고, 재판부 스스로의 한계치를 드러낸 것 아니겠느냐"고 비꼬았다.

    한편 정씨의 검찰 수사도 '황제 수사' 논란을 일으켰다. 정씨는 지난 10월23일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구속기간 20일 동안 6차례만 조사를 받았다. 구속기간 중 검찰 소환에 “몸이 아프다”며 불응하거나 조사를 중단하는 경우도 여러 번이었다. 거의 매일 조사받다치피 하는 일반인들과 달랐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게다가 정씨는 지난달 11일 구속기소된 이후에는 “재판을 앞둔 피고인이어서 검찰 조사를 받을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조사를 거부했다.